국가 정상은 모국어를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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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9-02-27 09:52 조회3,69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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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상은 모국어를 써야한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011-214-1314)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영어때문에 굴욕을 당했다고 일본의 한 일간지가 보도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소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취재차 모인 기자들 앞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사말을 끝낸 후 발언을 권유하자 자신도 영어로 인사말을 한 후 “오늘날 우리가 풀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다…운운” 했는데 백악관의 발언록에는 이 부분이 “알아들을 수 없다(inaudible)”고 기재됐다는 것이다. 필자가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발언록을 확인하고
인터넷에 올려진 동영상에 귀 기울여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발음과 구문은 어색한 일본식 영어(Jinglish)에 지나지 않았다. 아소 총리는 자신의 영어 실력을 과신하고 쓸데없이 통역을 제치고 직접 영어로 얘기해보려다 망신을 당한 것이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과 영국의 런던 대학원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해외 근무도 많이 해 평소 영어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것이 화근이었다.
필자는 작년 4월말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부부와 거침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정상 간의 사적인 대화 정도는 일일이 통역에 의존하지 않고 거뜬히 직접 영어로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그래서 ‘우리 대통령이 대기업 CEO 출신답게 자신감을 바탕으로 영어로 소통했고, 그것이 바로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조선일보에 기고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대통령의 귀국 직후부터 전국을 뒤흔든 미국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였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영어실력이 국익 증진에 기여했다고 보기보다는 <국민 몰래 미국과 내통>하는데 이바지했다고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영어가 국제어가 되고 세상이 글로벌화하고 있다 해도 아직 우리 국민은 공개된 정소에서 영어를 쓰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가 방송에 중계될 때는 꼭 통역을 사이에 두고 우리 말을 쓰는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한마디 영어발음의 시범을 보이다 전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하물며 대통령에 대해서랴?
대통령은 공개된 외교석상에서는 꼭 우리말로 얘기하고 통역을 쓰는 게 좋겠다. 영어에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외국어를 쓰다 보면 ‘최선의 국익추구’라는 대통령 본연의 임무에 조금이라도 소홀하게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국어로 얘기할 때는 말이 생각을 따라 나오지만 외국어로 얘기할 대는 생각이 말을 따라가게 되므로 판단이 흐려지게 된다. 대통령 뿐 아니라 “영어 좀 한다”고 자부하는 우리 정부 고위인사들 모두가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011-214-1314)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영어때문에 굴욕을 당했다고 일본의 한 일간지가 보도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소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취재차 모인 기자들 앞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사말을 끝낸 후 발언을 권유하자 자신도 영어로 인사말을 한 후 “오늘날 우리가 풀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다…운운” 했는데 백악관의 발언록에는 이 부분이 “알아들을 수 없다(inaudible)”고 기재됐다는 것이다. 필자가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발언록을 확인하고
인터넷에 올려진 동영상에 귀 기울여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발음과 구문은 어색한 일본식 영어(Jinglish)에 지나지 않았다. 아소 총리는 자신의 영어 실력을 과신하고 쓸데없이 통역을 제치고 직접 영어로 얘기해보려다 망신을 당한 것이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과 영국의 런던 대학원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해외 근무도 많이 해 평소 영어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것이 화근이었다.
필자는 작년 4월말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부부와 거침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정상 간의 사적인 대화 정도는 일일이 통역에 의존하지 않고 거뜬히 직접 영어로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그래서 ‘우리 대통령이 대기업 CEO 출신답게 자신감을 바탕으로 영어로 소통했고, 그것이 바로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조선일보에 기고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대통령의 귀국 직후부터 전국을 뒤흔든 미국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였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영어실력이 국익 증진에 기여했다고 보기보다는 <국민 몰래 미국과 내통>하는데 이바지했다고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영어가 국제어가 되고 세상이 글로벌화하고 있다 해도 아직 우리 국민은 공개된 정소에서 영어를 쓰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가 방송에 중계될 때는 꼭 통역을 사이에 두고 우리 말을 쓰는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한마디 영어발음의 시범을 보이다 전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하물며 대통령에 대해서랴?
대통령은 공개된 외교석상에서는 꼭 우리말로 얘기하고 통역을 쓰는 게 좋겠다. 영어에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외국어를 쓰다 보면 ‘최선의 국익추구’라는 대통령 본연의 임무에 조금이라도 소홀하게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국어로 얘기할 때는 말이 생각을 따라 나오지만 외국어로 얘기할 대는 생각이 말을 따라가게 되므로 판단이 흐려지게 된다. 대통령 뿐 아니라 “영어 좀 한다”고 자부하는 우리 정부 고위인사들 모두가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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