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번역사협회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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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8-07-01 16:57 조회4,5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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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번역사협회의 입장
--- 최근의 쇠고기 협상 및 관련 보도 오역 논란에 대해
한국통번역사협회 이사 곽중철
국가 전체를 뒤흔드는 쇠고기 협상 관련 위기 와중에서 정부가 동물성 사료금지 완화조치를 담은 미국 연방관보 내용을 오역(誤譯)했다는 설명이 나온 얼마 후 MBC PD수첩은 위기의 도화선이 된 지난4월 방영분에 담긴 번역의 경우 “또박또박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거나 의역을 해서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고 해명해 ‘오역’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미국 측이 사용한 통역사들의 통역이 시원찮아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면 이번 정부 들어서는 우리 측의 번역이 잇달아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측 통역사의 경우 통역의 중요성과 그 메커니즘을 간과하고 전문 통역사를 확보하지 못한 미국 정부에 원초적 책임이 있었다면 이번 국내 번역의 경우는 번역사의 자질보다는 그들을 쓰는 사용자인 한국 정부와 방송사가 ‘번역물을 잘못 처리한’ 책임이 있다.
통역사와는 달리 번역사의 경우에는 전문 대학원에서 훈련을 받지 않고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번역사들이 어떤 배경을 가졌든 문제는 고객들이 번역을 의뢰할 때 하는 말이 거의 똑같다는 데 있다. “시간이 촉박하니 최대한 빨리 번역해달라. 하지만 번역료는 규정상 많이 줄 수 없다”.
과천 정부 청사의 각 부처에서 고용한 번역사들은 대부분 국내 통번역대학원 졸업자들이지만 그들을 위한 대우는 민간 기업에 못 미친다. 방송사도 이번 MBC의 경우처럼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자수성가형 번역사들에게 더 열악한 대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번역이라는 직능도 그것이 받는 대우와 보수에 비례해 그 중요성이 가늠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든 방송사든 번역이나 번역사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하고 그들에 대한 입장과 대우를 결정해야 한다. 중차대한 미국 연방관보 내용이나 광우병에 대한 해외취재 내용은 힘없고 가난한 번역사의 번역을 그대로 인용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철저한 감수나 변호사의 법적인 자문을 거쳐야 한다. 심지어 번역사가 최선을 다해 해놓은 번역을 사용자의 의도에 맞춰 맘대로 고쳐 썼다면 더더욱 번역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번역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어도 번역사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비겁한 책임회피 행위다.
‘번역은 반역(叛逆)’이라는 말처럼 정확하고 말썽 없는 번역은 힘들다. 정부든 민간이든 지금부터라도 번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 중요성에 크게 눈떠야 한다. 지난 해 9월 우리나라에 전문 통번역 교육이 시작된 지 근 30년 만에 늦게나마 사단법인으로 문화관광부의 인가를 받은 한국통번역사협회 (KATI)는 통번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로 잡고 최근 사태에서처럼 통번역사들에 대한 부당한 책임전가에 맞서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곽중철 (2008-07-02 09:36:12)
[시론] '번역 탓' 하지마라(조선일보 7월 2일)
의도가 있어서 오역 해놓고 엉뚱하게 번역자 탓하나
이종인·번역가
지난 4월 광우병 문제를 처음 보도한 MBC의 'PD 수첩'이 미국 측 자료를 오역하여 과장 혹은 왜곡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PD 수첩'은 며칠 전 '오보 논란의 진실'이라는 코너에서 "번역을 또박또박 하지 않고 의역을 해서 오해 여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읽고 있노라면 직역을 했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텐데 의역을 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오역의 인상을 주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래 번역업에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직역(直譯), 의역(意譯), 오역(誤譯)에 대해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번역은 원문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직역이 원칙이다. 직역은 통상적으로 원문의 형태를 가능한 한 그대로 유지하는 번역을 말한다. 원문에 vCJD(인간 광우병)라고 쓰여있으면 그대로 쓰고 원문에 CJD(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라고 쓰여있으면 그대로 쓰는 것이 직역이다. 그리고 언어들 사이의 문화 차이로 인해 직역하면 문장의 의미가 통하지 않을 때, 어색한 문장이 될 때, 문장의 호흡이 끊어질 때 등에 한하여 의역을 하게 된다. 이때에도 의역은 원문의 뜻을 잘 전달하기 위한 보조 장치일 뿐, 원문의 뜻을 그르치고 번역자 마음대로 의미를 주물러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직역이나 의역은 오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오역은 그저 오역일 뿐이다. 같은 '역(譯)' 자(字)로 끝나서 오역과 의역이 사촌지간이나 되는 것처럼 둘러댈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 둘은 아무 혈연관계도 아니며,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종류의 차이를 가진 아주 다른 것이다. 오역은 대체로 보아 아예 모르는 경우, 사전 찾기 귀찮아서 추측한 경우, 모르지는 않는데 착각한 경우, 문장의 표면과 심층을 혼동하여 해석한 경우 등 네 가지 유형이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경우를 넘어서서 최악의 오역은 어떤 생각이나 의도에 너무 집착하여 명백하게 나와 있는 단어나 표현을 일부러 원문과 다르게 해석해 놓는 경우이다.
주저앉는 소와 광우병의 관계는 아주 희미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MBC는 주저앉는 소 동영상이 나온 뒤 주저앉는 젖소를 가리켜 "이런 소(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로 번역한 것은 오역이 아니라 의역이라고 설명했다. 의역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역이 나왔다는 얘기인데, 그것은 지붕을 먼저 얹고 그 다음에 집을 짓는다고 말하는 것이나 비슷한 설명이다. 실상은 의역하다가 오역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오역을 한 것이다.
번역가는 오역을 제일 두려워한다. 먹는 것으로 치자면 오물 들어간 식품이요, 마시는 것으로 따진다면 캡틴 큐를 스카치위스키라고 하는 것이 바로 오역이다. 나도 지난 15년 동안 번역가 생활을 해오면서 오역을 여러 번 지적당했고 그때마다 겸허히 수용하면서, 지적당한 내용을 노트에 적어 놓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애써 왔다. 번역자든 방송국이든 오역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선선히 사과하고 개선에 힘쓸 일이지 그것을 의역 운운하면서 회피하려는 것은 스스로를 더 우습게 만들 뿐이다.
번역자는 자신이 정확하게 읽은 원문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못한다. 이것은 교통사고 현장의 목격자가 가해자 측의 협박과 애원에도 불구하고 목격한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문제의 'PD수첩' 번역에 참여했던 정지민씨는 번역에 종사하는 사람의 양심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 그런 만큼 성실하게 번역하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하면서 번역하는 사람을 '위핑 보이'(왕자가 잘못할 때 그 매를 대신 맞아주는 급우)로 삼아 문제의 본질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번역에 대한 주의가 환기되고 번역자의 진정성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
입력 : 2008.07.01 22:07
곽중철 (2008-10-13 10:28:31)
[조선인터뷰] "PD수첩 제작진 '번역 탓' 발뺌… 정말 황당했어요"
'광우병 왜곡 보도' 폭로한 정지민씨
내 번역과 다르게 TV 자막 넣고선 "번역 잘못"이라니…
사실 밝히는데 익명에 숨을 이유 없어 실명으로 폭로
극히 희박한 가능성 모아 위험 과장… 무책임한 PD수첩
객관적이지 못한 방송으로 우리 사회에 나쁜 영향 미쳐
염강수 기자 ksyoum@chosun.com
지난 4월 29일 방영된 MBC PD수첩 '광우병' 편은 이후 두 달 이상 지속된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됐다. PD수첩 방영 이후 10대 청소년들까지 거리로 나와 "나는 죽기 싫다"고 외쳤다. 충격적인 영상 앞에 과학은 설 자리를 잃었고, 정체 불명의 광우병 괴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공동번역자로 PD수첩 광우병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정지민(26)씨는 이런 여론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물꼬를 튼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6월 25일 PD수첩 게시판에 올린 글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번역 및 감수 과정에서 동물보호단체가 찍은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우려 소'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지만 PD수첩 제작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 폭로 이후 PD수첩의 과장·왜곡 사실이 하나씩 드러났다. 언론학계에서 기획의도에 사실을 짜맞추려는 PD저널리즘의 제작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따랐다.
정씨는 지난 6월 폭로 당시부터 실명(實名)은 사용했지만 얼굴을 공개하고 취재진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적은 없었다.
이런 정씨가 PD수첩 '광우병' 보도 6개월여 만에 처음 조선일보와의 대면(對面) 인터뷰에 응했다. 정씨는 여전히 "만날 수는 있지만 얼굴 사진 촬영은 사양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정씨는 "당시엔 내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이야기여서 어렵지만 실명으로 나섰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얼굴 공개는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도 있기 때문에 원치 않았다"고 했다.
―지난 여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이슈의 한가운데 서 있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요?
"박사과정 유학 준비를 하고 해외 학회지를 찾아 읽느라 그동안 바빠서 보지 못했던 영화도 많이 봅니다. 무성영화부터 시작해 개인적으로 모아둔 영화 DVD가 1000장이 넘어요."
―PD수첩 '광우병' 보도는 지난 4월 29일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지민씨가 과장·왜곡 의혹을 폭로한 것은 6월 25일이었습니다. 왜 즉시 사실을 밝히지 않았나요.
"4월 말에 PD수첩 번역을 마친 다음에는 영국으로 유학가는 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바깥 세상 돌아가는 데 신경 쓸 틈이 없었어요. 당연히 내가 번역한 PD수첩이 어떻게 방영됐는지도 몰랐습니다. 내가 번역해서 넘긴 것만 보면 문제가 되거나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이 없었으니까요."
―당시 '촛불집회' 때문에 대한민국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는데도 전혀 몰랐습니까?
"6월 초쯤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촛불집회' 때문에 길이 막혀서 가던 길을 빙 둘러서 간 적이 있었어요. 지난 대선 때 온라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주장들이 많았던 반면 정작 투표에서는 압도적으로 승리했잖아요? 저는 막연히 '온라인 여론'과 '오프라인 여론'의 괴리가 해소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시위가 벌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PD수첩에서 어떤 내용이 방영됐는지는 언제 알았나요?
"정말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기사를 봤어요. 'PD수첩 광우병 편 해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아니 이게 언제 나간 방송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한번 들어가 봤죠. 내가 번역에 참가했으니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PD수첩 제작진이 책임을 번역 탓으로 돌리는 겁니다. 황당하더군요. 내가 했던 번역과 다른 내용으로 TV 자막을 넣었으면 그건 번역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PD수첩 게시판에 '왜 번역자 탓을 하느냐'는 글을 올린 뒤 6월 28일에 '광우병'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습니다. 그걸 보니 PD수첩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오역한 수준을 넘어 기획의도에 따라 왜곡을 했더군요. 가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실명이 언론에 공개돼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걱정을 많이 하지 않았나요.
"내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사실 관계를 이야기하는데 숨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저는 사실 좀 덤덤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PD수첩이 과장·왜곡한 부분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사실 관계를 제쳐두고 '방송 탄압' 어쩌고 하는 표어나 구호로 공격하는 것쯤은 무시할 수 있었거든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이후의 해명 방송은 사실을 모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번역자가 '오버'해서 말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번역자가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거친 광우병 전문가도 아니라는 비판도 있었는데요?
"'영어밖에 모르는 애'라는 말도 들었어요. 저는 사학(史學)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사학자는 팩트(fact·사실)를 어떻게 확인하고 해석할지 고민하는 사람이죠. 가령 예를 들어 '쓰러지는 소'의 경우 원래 영상과 자료를 보면 '광우병 우려 소'가 도축됐다고 볼 근거는 없었어요. 동물학대가 문제였죠. 그걸 방송에서 '광우병 우려 소'가 도축돼 유통되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잖아요. 이걸 꼭 광우병 전문가가 봐야 아는 걸까요?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PD수첩의 PD들은 광우병 전문가였습니까?"
―PD수첩의 과장·왜곡 의혹이 밝혀졌지만 PD수첩 제작진은 '결과적으로는 광우병 소고기에 대한 위험을 알리는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관계를 왜곡해서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됐다는 이야긴가요? 극히 희박한 가능성들을 모아서 마치 위험이 실재하는 것처럼 보도를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그런 객관적이지 못한 방송 때문에 엄청나게 큰 시위가 벌어진 것은 우리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관계를 뒤바꾼 주장이 사회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말 자체를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식의 '음모론'이 만연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가요?"
―공개 비판 이후 심적인 고통을 많이 겪지 않았습니까?
"처음에는 포털 등에서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 욕설을 하며 공격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일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만약 문제가 있으면 법적인 대응도 하겠다고 나가니까 그런 글은 거의 자취를 감추더군요. 제가 막연한 주장을 한 것도 아니고, 보고 아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움츠릴 이유가 없잖아요. 시간이 지나자 공격하는 사람보다는 저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혼자서 고생하는데 돕고 싶다면서 '내가 이런 분야는 잘 아는 데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제게 제안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박사과정 유학 준비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지난 여름의 경험 때문에 내 인생에 특별한 변화는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꿈꿔왔던 대로 학자가 되고 싶어요. 어느 대학으로 가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정지민씨는 10세 때 부모를 따라 영국에 갔다가 17세 때 귀국했다. 올해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양사를 전공했고, 지성사(知性史)에 관심이 많다. 2001년부터 프리랜서 번역자로 방송계에서 일했으며 'KBS 일요스페셜' 등 50여 편의 프로그램 번역에 참여했다.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과장·왜곡 의혹을 폭로한 이후 자신을 공격하는 글이 나오면 자신이 만든 까페에서 일일이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정씨는 "대학원 수업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이 많았다"면서 "상대방의 주장을 듣고 반박하는 일은 원래 익숙했다"고 말했다.
입력 : 2008.10.13 05:36
곽중철 (2008-10-13 10:30:15)
"촛불 선동 잠재운 용기있는 그녀를 위하여"
PD수첩 번역자 '정지민을 구하자' 카페 오프라인 모임
염강수 기자 ksyoum@chosun.com
"뵙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혼자 고생 많으셨죠?"
지난 27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MBC PD수첩 '광우병' 편에 공동번역자로 참여했던 정지민(여·26)씨와 '정지민을 구하자'는 인터넷 카페 회원 10여 명이 처음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지난 4월 29일 PD수첩의 광우병에 대한 왜곡·과장보도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한국 사회를 거의 마비시키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격화되고 있을 때, 정씨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왜곡·과장됐다"고 폭로한 주인공이다.
이후 PD수첩의 왜곡·과장 의혹은 하나 둘씩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를 처음 폭로한 정씨에 대한 '촛불세력'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정지민을 구하자'는 카페도 이 무렵 만들어졌다. 카페 회원은 현재 507명에 이른다.
카페 회원인 박모씨는 "정씨의 용기 있는 폭로는 '미국 소는 곧 미친 소'라는 일부 세력의 선동이 촉발한 혼란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며 "인터넷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정씨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카페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동안 고생한 정지민씨를 직접 만나 격려하기 위해 집안 제사를 앞두고 짬을 내 참석한 부부도 있었다. 회원들은 정씨를 옹호하는 글을 남겼다가 촛불세력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던 경험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
정지민씨는 "그동안 얼굴도 몰랐던 여러 회원분들의 지지와 격려가 많은 도움이 됐다"며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앞으로 내가 도울 일,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9.28 22:54
--- 최근의 쇠고기 협상 및 관련 보도 오역 논란에 대해
한국통번역사협회 이사 곽중철
국가 전체를 뒤흔드는 쇠고기 협상 관련 위기 와중에서 정부가 동물성 사료금지 완화조치를 담은 미국 연방관보 내용을 오역(誤譯)했다는 설명이 나온 얼마 후 MBC PD수첩은 위기의 도화선이 된 지난4월 방영분에 담긴 번역의 경우 “또박또박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거나 의역을 해서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고 해명해 ‘오역’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미국 측이 사용한 통역사들의 통역이 시원찮아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면 이번 정부 들어서는 우리 측의 번역이 잇달아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측 통역사의 경우 통역의 중요성과 그 메커니즘을 간과하고 전문 통역사를 확보하지 못한 미국 정부에 원초적 책임이 있었다면 이번 국내 번역의 경우는 번역사의 자질보다는 그들을 쓰는 사용자인 한국 정부와 방송사가 ‘번역물을 잘못 처리한’ 책임이 있다.
통역사와는 달리 번역사의 경우에는 전문 대학원에서 훈련을 받지 않고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번역사들이 어떤 배경을 가졌든 문제는 고객들이 번역을 의뢰할 때 하는 말이 거의 똑같다는 데 있다. “시간이 촉박하니 최대한 빨리 번역해달라. 하지만 번역료는 규정상 많이 줄 수 없다”.
과천 정부 청사의 각 부처에서 고용한 번역사들은 대부분 국내 통번역대학원 졸업자들이지만 그들을 위한 대우는 민간 기업에 못 미친다. 방송사도 이번 MBC의 경우처럼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자수성가형 번역사들에게 더 열악한 대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번역이라는 직능도 그것이 받는 대우와 보수에 비례해 그 중요성이 가늠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든 방송사든 번역이나 번역사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하고 그들에 대한 입장과 대우를 결정해야 한다. 중차대한 미국 연방관보 내용이나 광우병에 대한 해외취재 내용은 힘없고 가난한 번역사의 번역을 그대로 인용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철저한 감수나 변호사의 법적인 자문을 거쳐야 한다. 심지어 번역사가 최선을 다해 해놓은 번역을 사용자의 의도에 맞춰 맘대로 고쳐 썼다면 더더욱 번역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번역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어도 번역사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비겁한 책임회피 행위다.
‘번역은 반역(叛逆)’이라는 말처럼 정확하고 말썽 없는 번역은 힘들다. 정부든 민간이든 지금부터라도 번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 중요성에 크게 눈떠야 한다. 지난 해 9월 우리나라에 전문 통번역 교육이 시작된 지 근 30년 만에 늦게나마 사단법인으로 문화관광부의 인가를 받은 한국통번역사협회 (KATI)는 통번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로 잡고 최근 사태에서처럼 통번역사들에 대한 부당한 책임전가에 맞서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곽중철 (2008-07-02 09:36:12)
[시론] '번역 탓' 하지마라(조선일보 7월 2일)
의도가 있어서 오역 해놓고 엉뚱하게 번역자 탓하나
이종인·번역가
지난 4월 광우병 문제를 처음 보도한 MBC의 'PD 수첩'이 미국 측 자료를 오역하여 과장 혹은 왜곡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PD 수첩'은 며칠 전 '오보 논란의 진실'이라는 코너에서 "번역을 또박또박 하지 않고 의역을 해서 오해 여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읽고 있노라면 직역을 했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텐데 의역을 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오역의 인상을 주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래 번역업에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직역(直譯), 의역(意譯), 오역(誤譯)에 대해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번역은 원문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직역이 원칙이다. 직역은 통상적으로 원문의 형태를 가능한 한 그대로 유지하는 번역을 말한다. 원문에 vCJD(인간 광우병)라고 쓰여있으면 그대로 쓰고 원문에 CJD(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라고 쓰여있으면 그대로 쓰는 것이 직역이다. 그리고 언어들 사이의 문화 차이로 인해 직역하면 문장의 의미가 통하지 않을 때, 어색한 문장이 될 때, 문장의 호흡이 끊어질 때 등에 한하여 의역을 하게 된다. 이때에도 의역은 원문의 뜻을 잘 전달하기 위한 보조 장치일 뿐, 원문의 뜻을 그르치고 번역자 마음대로 의미를 주물러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직역이나 의역은 오역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오역은 그저 오역일 뿐이다. 같은 '역(譯)' 자(字)로 끝나서 오역과 의역이 사촌지간이나 되는 것처럼 둘러댈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 둘은 아무 혈연관계도 아니며,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종류의 차이를 가진 아주 다른 것이다. 오역은 대체로 보아 아예 모르는 경우, 사전 찾기 귀찮아서 추측한 경우, 모르지는 않는데 착각한 경우, 문장의 표면과 심층을 혼동하여 해석한 경우 등 네 가지 유형이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경우를 넘어서서 최악의 오역은 어떤 생각이나 의도에 너무 집착하여 명백하게 나와 있는 단어나 표현을 일부러 원문과 다르게 해석해 놓는 경우이다.
주저앉는 소와 광우병의 관계는 아주 희미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MBC는 주저앉는 소 동영상이 나온 뒤 주저앉는 젖소를 가리켜 "이런 소(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로 번역한 것은 오역이 아니라 의역이라고 설명했다. 의역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역이 나왔다는 얘기인데, 그것은 지붕을 먼저 얹고 그 다음에 집을 짓는다고 말하는 것이나 비슷한 설명이다. 실상은 의역하다가 오역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오역을 한 것이다.
번역가는 오역을 제일 두려워한다. 먹는 것으로 치자면 오물 들어간 식품이요, 마시는 것으로 따진다면 캡틴 큐를 스카치위스키라고 하는 것이 바로 오역이다. 나도 지난 15년 동안 번역가 생활을 해오면서 오역을 여러 번 지적당했고 그때마다 겸허히 수용하면서, 지적당한 내용을 노트에 적어 놓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애써 왔다. 번역자든 방송국이든 오역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선선히 사과하고 개선에 힘쓸 일이지 그것을 의역 운운하면서 회피하려는 것은 스스로를 더 우습게 만들 뿐이다.
번역자는 자신이 정확하게 읽은 원문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못한다. 이것은 교통사고 현장의 목격자가 가해자 측의 협박과 애원에도 불구하고 목격한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문제의 'PD수첩' 번역에 참여했던 정지민씨는 번역에 종사하는 사람의 양심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 그런 만큼 성실하게 번역하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하면서 번역하는 사람을 '위핑 보이'(왕자가 잘못할 때 그 매를 대신 맞아주는 급우)로 삼아 문제의 본질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번역에 대한 주의가 환기되고 번역자의 진정성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
입력 : 2008.07.01 22:07
곽중철 (2008-10-13 10:28:31)
[조선인터뷰] "PD수첩 제작진 '번역 탓' 발뺌… 정말 황당했어요"
'광우병 왜곡 보도' 폭로한 정지민씨
내 번역과 다르게 TV 자막 넣고선 "번역 잘못"이라니…
사실 밝히는데 익명에 숨을 이유 없어 실명으로 폭로
극히 희박한 가능성 모아 위험 과장… 무책임한 PD수첩
객관적이지 못한 방송으로 우리 사회에 나쁜 영향 미쳐
염강수 기자 ksyoum@chosun.com
지난 4월 29일 방영된 MBC PD수첩 '광우병' 편은 이후 두 달 이상 지속된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됐다. PD수첩 방영 이후 10대 청소년들까지 거리로 나와 "나는 죽기 싫다"고 외쳤다. 충격적인 영상 앞에 과학은 설 자리를 잃었고, 정체 불명의 광우병 괴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공동번역자로 PD수첩 광우병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정지민(26)씨는 이런 여론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물꼬를 튼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6월 25일 PD수첩 게시판에 올린 글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번역 및 감수 과정에서 동물보호단체가 찍은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우려 소'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지만 PD수첩 제작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 폭로 이후 PD수첩의 과장·왜곡 사실이 하나씩 드러났다. 언론학계에서 기획의도에 사실을 짜맞추려는 PD저널리즘의 제작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따랐다.
정씨는 지난 6월 폭로 당시부터 실명(實名)은 사용했지만 얼굴을 공개하고 취재진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적은 없었다.
이런 정씨가 PD수첩 '광우병' 보도 6개월여 만에 처음 조선일보와의 대면(對面) 인터뷰에 응했다. 정씨는 여전히 "만날 수는 있지만 얼굴 사진 촬영은 사양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정씨는 "당시엔 내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이야기여서 어렵지만 실명으로 나섰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얼굴 공개는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도 있기 때문에 원치 않았다"고 했다.
―지난 여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이슈의 한가운데 서 있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요?
"박사과정 유학 준비를 하고 해외 학회지를 찾아 읽느라 그동안 바빠서 보지 못했던 영화도 많이 봅니다. 무성영화부터 시작해 개인적으로 모아둔 영화 DVD가 1000장이 넘어요."
―PD수첩 '광우병' 보도는 지난 4월 29일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지민씨가 과장·왜곡 의혹을 폭로한 것은 6월 25일이었습니다. 왜 즉시 사실을 밝히지 않았나요.
"4월 말에 PD수첩 번역을 마친 다음에는 영국으로 유학가는 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바깥 세상 돌아가는 데 신경 쓸 틈이 없었어요. 당연히 내가 번역한 PD수첩이 어떻게 방영됐는지도 몰랐습니다. 내가 번역해서 넘긴 것만 보면 문제가 되거나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이 없었으니까요."
―당시 '촛불집회' 때문에 대한민국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는데도 전혀 몰랐습니까?
"6월 초쯤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촛불집회' 때문에 길이 막혀서 가던 길을 빙 둘러서 간 적이 있었어요. 지난 대선 때 온라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주장들이 많았던 반면 정작 투표에서는 압도적으로 승리했잖아요? 저는 막연히 '온라인 여론'과 '오프라인 여론'의 괴리가 해소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시위가 벌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PD수첩에서 어떤 내용이 방영됐는지는 언제 알았나요?
"정말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기사를 봤어요. 'PD수첩 광우병 편 해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아니 이게 언제 나간 방송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한번 들어가 봤죠. 내가 번역에 참가했으니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PD수첩 제작진이 책임을 번역 탓으로 돌리는 겁니다. 황당하더군요. 내가 했던 번역과 다른 내용으로 TV 자막을 넣었으면 그건 번역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PD수첩 게시판에 '왜 번역자 탓을 하느냐'는 글을 올린 뒤 6월 28일에 '광우병'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습니다. 그걸 보니 PD수첩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오역한 수준을 넘어 기획의도에 따라 왜곡을 했더군요. 가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실명이 언론에 공개돼 부모님이나 지인들이 걱정을 많이 하지 않았나요.
"내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사실 관계를 이야기하는데 숨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저는 사실 좀 덤덤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PD수첩이 과장·왜곡한 부분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사실 관계를 제쳐두고 '방송 탄압' 어쩌고 하는 표어나 구호로 공격하는 것쯤은 무시할 수 있었거든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이후의 해명 방송은 사실을 모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번역자가 '오버'해서 말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번역자가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거친 광우병 전문가도 아니라는 비판도 있었는데요?
"'영어밖에 모르는 애'라는 말도 들었어요. 저는 사학(史學)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사학자는 팩트(fact·사실)를 어떻게 확인하고 해석할지 고민하는 사람이죠. 가령 예를 들어 '쓰러지는 소'의 경우 원래 영상과 자료를 보면 '광우병 우려 소'가 도축됐다고 볼 근거는 없었어요. 동물학대가 문제였죠. 그걸 방송에서 '광우병 우려 소'가 도축돼 유통되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잖아요. 이걸 꼭 광우병 전문가가 봐야 아는 걸까요?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PD수첩의 PD들은 광우병 전문가였습니까?"
―PD수첩의 과장·왜곡 의혹이 밝혀졌지만 PD수첩 제작진은 '결과적으로는 광우병 소고기에 대한 위험을 알리는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관계를 왜곡해서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됐다는 이야긴가요? 극히 희박한 가능성들을 모아서 마치 위험이 실재하는 것처럼 보도를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그런 객관적이지 못한 방송 때문에 엄청나게 큰 시위가 벌어진 것은 우리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관계를 뒤바꾼 주장이 사회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말 자체를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식의 '음모론'이 만연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가요?"
―공개 비판 이후 심적인 고통을 많이 겪지 않았습니까?
"처음에는 포털 등에서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 욕설을 하며 공격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일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만약 문제가 있으면 법적인 대응도 하겠다고 나가니까 그런 글은 거의 자취를 감추더군요. 제가 막연한 주장을 한 것도 아니고, 보고 아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움츠릴 이유가 없잖아요. 시간이 지나자 공격하는 사람보다는 저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혼자서 고생하는데 돕고 싶다면서 '내가 이런 분야는 잘 아는 데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제게 제안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박사과정 유학 준비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지난 여름의 경험 때문에 내 인생에 특별한 변화는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꿈꿔왔던 대로 학자가 되고 싶어요. 어느 대학으로 가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정지민씨는 10세 때 부모를 따라 영국에 갔다가 17세 때 귀국했다. 올해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양사를 전공했고, 지성사(知性史)에 관심이 많다. 2001년부터 프리랜서 번역자로 방송계에서 일했으며 'KBS 일요스페셜' 등 50여 편의 프로그램 번역에 참여했다.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과장·왜곡 의혹을 폭로한 이후 자신을 공격하는 글이 나오면 자신이 만든 까페에서 일일이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정씨는 "대학원 수업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이 많았다"면서 "상대방의 주장을 듣고 반박하는 일은 원래 익숙했다"고 말했다.
입력 : 2008.10.13 05:36
곽중철 (2008-10-13 10:30:15)
"촛불 선동 잠재운 용기있는 그녀를 위하여"
PD수첩 번역자 '정지민을 구하자' 카페 오프라인 모임
염강수 기자 ksyoum@chosun.com
"뵙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혼자 고생 많으셨죠?"
지난 27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MBC PD수첩 '광우병' 편에 공동번역자로 참여했던 정지민(여·26)씨와 '정지민을 구하자'는 인터넷 카페 회원 10여 명이 처음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지난 4월 29일 PD수첩의 광우병에 대한 왜곡·과장보도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한국 사회를 거의 마비시키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격화되고 있을 때, 정씨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왜곡·과장됐다"고 폭로한 주인공이다.
이후 PD수첩의 왜곡·과장 의혹은 하나 둘씩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를 처음 폭로한 정씨에 대한 '촛불세력'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정지민을 구하자'는 카페도 이 무렵 만들어졌다. 카페 회원은 현재 507명에 이른다.
카페 회원인 박모씨는 "정씨의 용기 있는 폭로는 '미국 소는 곧 미친 소'라는 일부 세력의 선동이 촉발한 혼란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며 "인터넷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정씨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카페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동안 고생한 정지민씨를 직접 만나 격려하기 위해 집안 제사를 앞두고 짬을 내 참석한 부부도 있었다. 회원들은 정씨를 옹호하는 글을 남겼다가 촛불세력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던 경험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
정지민씨는 "그동안 얼굴도 몰랐던 여러 회원분들의 지지와 격려가 많은 도움이 됐다"며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앞으로 내가 도울 일,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9.2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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