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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양고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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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9-01-23 15:25 조회3,8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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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에서 우연히 아래 기사를 보았다. 1980년대 말 어느 여름 날 몽골을 방문하던 중 초원의 빠오 집에서 대접받았던 양고기 얘기를 친지들에게 하면서도 그 고기의 이름이 호르혹 인 줄을 20년이 흐른 오늘 알게된 것이다.  양국이 수교하기도 전에 민간 경제협력 차 경제인들과 함께 울란비트르 출장을 가기 전 시내 유일한 호텔에도 먹을 게 별로 없고 특히 채소가 없는 곳이라 해서 일행은 라면과 밑반찬, 쌀과 밥솥을 가져갔던가?

도착해보니 과연 먹거리가 시원찮아 가져온 라면을 먹다가 몽골의 초원으로 초대받아 갔다. 3시간 안전 벨트도 없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가도 가도 풀밭 뿐--- 초원에 내려 초대한 겔(천막집)에 들어서서 전통의상을 입은 주인이 가르키는 식탁을 보니 접시들이 놓여있는데 까만 색갈이었다. 알고보니 간식거리에 풀밭의 파리 떼가 까맣게 붙어 있었던 것. 주인은 손으로 파리 떼를 쫓으며 먹으라고 권한다. 먹는 척 시늉만하다가 밖으로 나와 조랑 말을 타다 보니 배가 고파져 얼른 호텔로 돌아가 라면을 끓여먹을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특히 유명한 마유주(말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술)는 한모금 맛보는 순간 토할 듯한 역겨움을 느꼈다.

조금 있으니 말이 안 통하는 주인이 겔 앞마당에서 뭔가를 끓여 먹기를 권하는데 양고기였다. 배고픈 육식동물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대상이라 맛을 봤더니 장난이 아니었다. 세계 어디서 맛본 고기도 그만한 건 없었다. 정신 없이 먹다가 뿌연 국물을 마셔보니 냄새 없는 진국 곰국이었다. 배가 부르니 한참만에 주위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달군 돌로 고기를 익혔단다. 그제서야 나는 몽골 사람들도 이런 진미를 먹고 사는구나 하며 무릎을 쳤고. 몽골 얘기가 나오면 꼭 그 경험을 자랑하는데 그 양고기 이름이 호르혹 이라니....       

▲  양고기가 이렇게 맛있는 거구나, 라고 느끼게 한 양고기의 재발견! 누리고 느끼한 맛이 전혀 없는, 유목민 최고의 손맛! 여행자로 살아온 10년 넘는 떠돌이 생활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 기막힌 맛!
사람들은 몽골을 다녀온 필자에게 묻곤 한다. “몽골 최고의 음식은 뭡니까?”그럴 때마다 나는 주저 없이 ‘호르혹’이라고 대답한다. 몽골 유목민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면 이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버덕과 호르혹”이라고.
호르혹과 쌍벽을 이루는 ‘버덕’(타라바가나 염소 등을 잡아 내장을 빼내고 안에 뜨거운 돌을 넣어 장작불에 굽거나 익힌 요리) 이라는 요리 또한 몽골 최고의 음식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다.
▲ 이크올에서 만난 뭉크바트 남매가 통안에 양고기와 달군 돌을 넣고 호르혹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호르혹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 한마디로 호르혹은 양고기와 야채를 넣고 사이사이에 벌겋게 달군 돌을 넣어 찐 양고기 찜요리라 할 수 있다. 호르혹을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 호르혹 찜통 위에 얹을 눌림대를 깎고 있는 뭉크바트 씨.
우선 물통처럼 생긴 둥그런 철통 안에 물을 붓고, 난로 속에서 오랜 시간을 달궈 벌겋게 된 뜨거운 돌을 통 안에 넣는다. 그리고 달궈진 돌 위에 적당히 자른 양고기를 올리고 다시 그 위에 벌겋게 달궈진 돌을 올리는 식으로 한층 한층 양고기와 뜨거운 돌을 집어넣은 뒤, 누린내를 없애는 양파를 얹고 소금을 뿌려준다.
▲ 호르혹에 사용할 양고기는 즉석에서 양을 잡아 요리하지만, 이른 봄 몽골에서는 가축을 잡는 것이 금기다. 대신 봄에는 초겨울에 잡아서 게르에 걸어두었던 양고기를 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김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거의 밀봉에 가깝게 뚜껑을 닫는 일인데, 철통 양쪽 고리에 막대기나 철근을 가로로 걸어 뚜껑을 고정시키면 된다. 이것을 다시 난로 위에 올려놓고 두어 시간 가량 불을 때면 호르혹 요리가 완성된다.
▲ 호르혹 요리를 위해 찜통 안에 뜨겁게 달군 돌을 집어넣고 있다.
▲ 마지막으로 호르혹에 들어가는 유일한 야채 양파를 썰어 넣는다.
돌을 달구는 것에서부터 통 안에 고기와 돌을 집어넣고 난로에서 한 번 더 불을 때주는 것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빌려, 무려 3~4시 간 가량이 지나야 호르혹 요리가 완성된다. 완성된 호르혹을 꺼낼 때면 게르 안은 온통 수증기로 자욱해진다.
▲ 이렇게 찜통 안에 양고기와 양파, 달궈진 돌을 집어넣은 뒤, 난로에 얹어 두어 시간 찌면 호르혹이 완성된다.
이 때 몽골 사람들은 통 안에서 꺼낸 뜨거운 돌을 하나씩 차지하고 손을 문지르는데 탁월한 찜질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이들은 따끈따끈한 돌멩이를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 괄약근 찜질까지 즐긴다.
▲ 두어 시간 찐 호르혹 찜통을 게르 밖으로 가져와 김을 빼내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호르혹 요리를 앞에 두고 유목민 일가족과 한국의 손님이 빙 둘러앉았다. 불에 구운 것 같으면서도 훈제한 듯한 양고기 냄새! 주먹만한 고기를 하나 집어 들고 뜯어먹는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 드디어 완성된 호르혹 요리.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와 기름기가 쫙 빠진 상태가 된다.
▲ 찜통 안에 들어 있던 뜨거운 돌로 몽골 유목민은 찜질을 한다.
주인네가 권하지 않아도 저절로 손이 간다. 시간과 정성이 깃든 만큼 호르혹 요리의 맛은 그야말로 몽골 음식 최고의 맛이다. 몽골을 다녀간 외국인들에게 가장 맛있었던 몽골 음식을 꼽으라고 하면, 절반 이상 호르혹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 양고기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맛, 누리고 느끼한 맛이 전혀 없는 감탄이 절로 나는 음식. 호르혹이다.
몽골의 유목민 또한 명절이 아닌 이상 가장 귀한 손님에게만 호르혹 요리를 대접한다. 호르혹을 배불리 먹고 수테차로 입가심을 하고 나니, 그저 행복할 뿐이다.
출처: http://gurum.tistory.com
기사제공= 블로거/ 구름과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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