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을 울린 푸틴의 영어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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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7-07-06 16:59 조회4,99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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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의 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장 곽중철(011-214-1314)
지난 5일 새벽 과테말라에서 열린 IOC 총회의 2014년 동계올림픽 주최 도시 투표 결론은 우리 국민 모두를 전 세계를 향한 실망감에 빠지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6일 자 우리 신문은 소치 유치위원회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예상됐던 ‘깜짝 쇼’가 바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는 러시아 체육계와 언론들의 분석을 보도했다. 필자도 그 날 새벽 푸틴이 영어로 연설을 시작하는 순간 무릎을 쳤다. 바로 저거다!
무한경쟁의 국제무대에서 ‘깜짝 쇼’는 ‘돈’보다 ‘말’로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푸틴은 간파했던 것이다. 유엔 공식용어는 여섯 개지만 올림픽의 공식언어는 영어와 불어라는 사실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른 우리는 알고 있다. 불어는 물론 영어에도 능숙하지 않은 푸틴은 5분 남짓한 연설의 대부분을 영어로 소화한 후 마지막 부분에서 불어로 “러시아 인들의 올림픽 염원은 IOC 위원들의 현명한 결정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순간, 러시아 인들의 염원은 중간 매개체 없이 바로 영어권과 불어권 IOC위원들의 귀와 마음에 짜릿하게 전해졌을 것이다.
푸틴이 누구인가? 이번 행사에서는 광대한 국토의 서쪽 부분이 유럽과 붙어있어 ‘유럽’의 일부로 자처했지만 20세기 말까지 미국과 함께 천하의 반쪽을 호령했던 구 소련의 국가원수가 아닌가? 그가 러시아어라는 ‘모국어’를 버리고, 과거 동서냉전의 적수의 언어이지만 이제는 세계어가 되고 있는 영어와 올림픽의 요람 프랑스의 언어로 힘겹게 그러나 분명히 공식 석상에서 연설을 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유럽 중심의 IOC 위원들은 흔들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IOC 총회장에는 영어와 불어 뿐 아니라 아랍어와 함께 러시아어도 통역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정상이 모국어를 놔두고 유창하지 못한 다른 언어로 연설을 했으니 가히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소치 유치위원회에서는 “불어 연설 부분은 우리 대표단조차도 몰랐다”고 했을 만큼 푸틴은 남모르게 ‘외국어’의 위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27개국으로 확대된 유럽연합(EU)의 의회에서는 회원국 숫자와 거의 비슷한 23개 언어를 통, 번역하고 있다. 거기에 따르는 엄청난 예산과 성가신 서무 업무에도 불구하고 군소국가들이 자국의 언어 사용을 고집하는 것은 ‘말’이 곧 ‘국가’요 ‘국민’이요 ‘주권’이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대국 러시아의 모국어를 기꺼이 포기할 만큼 푸틴은 IOC라는 국제무대에서 자존심을 버리는 ‘유연성’을 보여 결국 ‘동계 올림픽 유치’라는 커다란 선물을 소치 주민들 분 아니라 전체 러시아 국민에게 가져준 것이다.
세계 정상의 입에서 나오는 ‘내 모국어’를 듣는 흐뭇함을 푸틴은 IOC 위원들에게 선사한 것이다. 이보다 더 큰 깜짝 쇼가 어디 있겠는가?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모처럼 영어로 연설해 평창 지원에 나섰지만 푸틴이라는 국제정치의 실력자 앞에서는 중과부적이었다. 푸틴은 요즘 어느 광고 카피처럼 “쇼”를 함으로써 IOC 위원들에게 큰 점수를 딴 것이다. IOC 총회 직전 미국을 방문해 미국의 대통령과 그 아버지인 전(前) 대통령 가족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푸틴이라는 세계적 거물이 남미의 한 작은 나라 수도에서 보여준 배려 깊은 태도는 지난 우리 평창의 8년간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 그런 국제감각을 가진 국가 원수를 둔 러시아 국민이 부러울 따름이다.(끝)
곽중철 (2007-07-12 16:09:53)
[노트북을열며] 안일했던 평창 유치위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네온사인이 눈부시던 춘천 명동의 밤거리는 유치 실패 뒤 밤 10시면 거의 철시 상태라고 한다. 강원도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 전체가 집단 허탈감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동안 우리가 유치를 원했던 국제 스포츠 대회는 모두 한국으로 끌어왔다.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도 국민은 당연히 되는 줄 알았다.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이 평창에 왔을 때도, 이번 과테말라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도 ‘역대 최고’란 찬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에 상실감이 더 큰지 모른다.
지금 강원도에서는 201 8년 재도전 논의가 분분한 모양이다. 특히 여론 주도층을 중심으로 “계속 도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강원일보가 6, 7일 도민 6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1%가 “다시 도전해야 한다”, 25%는 “포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90%가 넘던 유치 열기가 다소 식은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재도전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3수를 하든, 포기하든 결정은 강원도민이 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실패가 충격적이기에 우리 쪽 문제점은 없었는지 잠시 짚어 봐야 할 것 같다.
평창 유치위를 중심으로 이번 실패에 대한 원인을 푸틴 대통령을 앞세운 러시아의 물량공세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푸틴이 영어와 불어로 연설한 것도 IOC위원들에게 호감을 샀다는 희극 같은 분석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푸틴의 유치 드라이브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맞지만 우리의 대응 또한 지극히 순진하고 안일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평창은 1차 투표에서 36표를 받아 34표의 소치를 이겼다. 그러나 36표는 평창이 당초 예상했던 47~50표에 한참 못 미쳤다. 정보당국도 43표 정도로 분석했다 하니 정보력 부재가 한심할 따름이다. 유치 지원을 위해 과테말라 현지에 갔던 한 인사는 “우호세력이던 아프리카와 중남미, 심지어 안방인 아시아 표까지 소치로 넘어가고 있는 게 보였는데 평창은 유치가 다 된 양 PT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고 전략 부재를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게 할 IOC위원을 고르는 데도 애를 먹었다”고 실토했다. 평창 지지표로 분류되던 상당수 위원이 소치의 입김에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마란치 전 IOC위원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6월 평창 지지를 밝히면서 과테말라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찬 약속까지 했으나 온갖 핑계를 대가며 파기했다. 평창 유치위 고위 인사는 “세상이 변했다. 우린 회계가 투명해 로비자금을 쓸 수도 없고, 그걸 용납할 사회도 아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꼭 “돈 로비여야 하나”란 의문은 남는다.
1차 때 잘츠부르크를 택했던 대부분의 유럽 표가 2차 투표에서 소치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더욱 그렇다. 평창은 4년 전에도 똑같은 우를 범했다. 유럽 표는 돈보다는 평소 인간관계 등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과 친분이 두터운 체육계 인사들을 내세워 평소부터 공을 들였어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평창 유치위 주변에서는 “4년 전에는 김운용이 있어서 졌고, 이번에는 그가 없어서 졌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돈다. 돈 로비를 하든, 얼굴 장사로 표를 모으든 스포츠 외교에서는 과거 김운용씨 같은 ‘거물’이 필요하다. 친분이 두텁고 신뢰할 만해야 로비가 통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거물을 하루아침에 키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도전 선언을 하기 전에 패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책은 세워야 한다.
신동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곽중철 (2007-07-13 12:44:01)
이건희 회장, IOC 총회 영어 연설 동영상 공개
곽창렬 기자 lions3639@chosun.com
입력 : 2007.07.12 19:57 / 수정 : 2007.07.12 20:04
이건희(李健熙·65) 삼성그룹 회장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모습을 담은 인터넷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각) 과테말라에서 1분50초 동안 평창의 동계올림픽 개최 지지를 당부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Mr. President(IOC 위원장), my colleagues(동료 위원 여러분)”라는 호칭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IOC 총회 발표를 위해 먼저 한글로 연설문을 작성한 뒤 영어로 번역했고, 이후 연설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이날 연설은 첫 대외 연설이었으며, 영어 연설도 처음이었다. 삼성 임직원 앞에서 연설을 한 적은 있지만 대외 연설은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회장은 평소 거래처 임원 등 외국 인사를 만날 때 삼성전자의 부사장급 임원을 통역 요원으로 대동한다. 하지만 사적인 대화는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대 때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영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듣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고, 말할 때도 사적인 의사소통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洪羅喜·62)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영어·일어는 물론 프랑스어도 비교적 유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중철 (2007-07-16 14:13:31)
[SC 매거진] 동계올림픽 두번의 좌절...평창 눈물 왜?
그렇게 평창은 울고 말았다
스포츠조선
입력시간 : 2007.07.16 09:36
5. 말과 몸동작 불일치...영어 장벽
◇ 표정과 몸동작, 그리고 말이 일치하는 완벽한 영어 구사는 PT(프레젠테이션)의 필수 과제. 하지만 평창은 이번에도 언어의 난관을 뚫지 못했다. 5일(한국시각) IOC 119차 총회장인 과테말라 시티의 웨스틴 카미노호텔에서 PT를 끝낸 후 전이경-김정길-한승수-김진선-안정현(왼쪽부터) 등 평창의 프레젠터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과테말라 시티=연합뉴스]
역대 최고의 찬사를 받은 평창 PT(프레젠테이션)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안정현씨(여ㆍ36)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안씨는 영어는 물론 불어, 러시아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실력으로 각국 IOC 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8명의 프레젠터 중 안씨 뿐 아니라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의 한승수 유치위원장 등도 유창한 영어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2% 부족한 게 있었다. 김정길 대한체육회장과 김진선 강원도지사, 이건희 IOC 위원 등이 영어 프레젠테이션으로 최선을 다한 점은 인정하지만 깊은 의미 전달에서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를 무시할 수 없다.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표정과 몸동작이 말과 어울리지 않아 어색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경쟁도시 외국 프레젠터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미흡해 보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영어가 능통한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의 공백이 커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영어로 연설한 사람은 낫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예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의 첫 PT 주자로 나서 영어와 불어 연설로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는 한국말을 고수한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과 바로 비교됐다. 평창 PT의 칭찬 이면에 "PT는 팩트 전달이 중요한데, 3D 기법과 감성적인 호소에 너무 치중했다"는 현지 외신기자들의 혹평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곽중철 (2007-07-17 14:05:08)
[해외의 시각] 올림픽 유치에 동원된 ‘통일 카드’
▲ 빅터 차(Victor D. Cha) 조지타운대 교수 강원도 평창은 왜 201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택되지 못했을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북해 연안의 휴양도시 소치를 선택한 것은 4년 전 IOC가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밴쿠버로 최종 결정하기 전에 1차 투표에서는 평창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러시아는 첫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북해와 코카서스 산맥의 아름다운 풍경을 갖고 있는 소치를 제시했다. 최근 석유와 가스 자원으로 자금이 넘쳐나는 러시아는 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1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소치는 현재까지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이 하나도 없으며, 기반시설은 말 그대로 전무하다시피 하다. 더욱이 IOC는 지난달 4일 기술평가에서는 평창을 소치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원인에 대한 한 가지 분석은 한국이 지난 88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할 때 나고야가 탈락했던 일본과 비슷한 운명을 가졌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듯이 당시 서울이 52대 27로 나고야를 누르고 개최지로 확정된 것은 반란으로 받아들여졌다. 일부에서는 당시 나고야가 탈락한 것은 일본이 64년 도쿄, 72년 삿포로 올림픽 개최 등을 통해 이미 세계 정상급 수준의 스포츠 행사를 개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똑같은 이유로, 한국이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권을 획득한 후이기 때문에 평창이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분석은, 한국의 한 외교관이 내게 말한 “평창은 북한의 평양과 발음이 너무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농담은 진실과 그렇게 거리가 멀지 않다. 한국 정부의 어딘가에서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남북한 관계 관점에서 정치화하려는 결정이 내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의 정상(頂上)들처럼 IOC 회의가 개최되는 과테말라를 방문했다. IOC의 투표가 실시되기 전에 한국정부는 동계올림픽이 어떻게 한국의 통일을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매우 고차원의 정치적 발언을 담은 발표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창이 유치에 성공한다면, IOC가 한국의 평화를 증진하고 하나된 남북한 팀을 만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동계 올림픽이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분단돼 있는 강원도의 통일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올림픽 게임에는 정치적인 요소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에 ‘통일 카드’를 너무 많이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IOC가 개최지를 평창으로 결정하는 것은 남북한의 통일전망을 본질적으로 증진시키지 못한다. 더욱이 IOC에 이번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통해 한반도 통일의 책임을 지라고 압박하는 식으로 이런 주장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전략이었다. 한국은 외부 세력으로부터 도움을 얻기 위한 버팀목으로 통일 문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남북한 단일팀을 만드는 문제는 논란거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남북한 단일팀을 만들기 위한 협상에는 이미 상당한 문제들이 있다.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개회식 등에 입장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으며 이것은 남북한에 상식적인 일이 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한 단일팀이 50:50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남북한 단일팀은 기량과 세계수준의 경쟁력에 기반해야지 정치적인 배분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남한의 더 훌륭하고 더 강한 선수들이 그들보다 실력이 낮은 북한 선수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한국의 2014년 평창 올림픽 유치노력은 훌륭했다. 그러나 다음에는 ‘통일 카드’를 사용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 카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곽중철 (2007-07-18 15:25:14)
노 대통령 "평창 패배로 엄청난 비난 각오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와 관련해 "성공하지 못한 순간 제 스스로가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여러분들 중에서는 아무도 저를 비난하시는 분이 없는 것 같다"며 그간의 심적 부담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 관계자 격려 오찬을 갖고 "저는 개인적으로 대단히 성공한 사람이다. 흔히들 개천에서 용났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저의 관심은 성공하고 이긴 사람보다 성공하지 못하고 낙오한 사람들에게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략)
◇ 이건희 "푸틴, 자존심 버리고 영어.불어 연설했다"
노 대통령의 격려사에 이어 한승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은 "우리가 실패한 것은 러시아가 지난 10년간 높은 가스.석유 값을 배경으로 급성장했고, 푸틴이라는 강력한 대통령이 나와 국력을 키운 게 큰 몫을 했다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행사 전 기자들의 평창 유치 실패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삼성그룹 회장)의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은 패인을 두고 "먼저 러시아라는 나라가 경쟁했다는 것"이라면서 "다음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존심을 버리고 영어로 연설하고 말미에는 불어도 했다. 자존심이 강한 분인데 그렇게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각 나라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나"라며 "우리도 여느 때보다 열심히 했다. 대국과 경쟁해 4표차이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중략)
한편 이날 오찬에는 김종민 문화관광부장관,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과 한승수 유치위원장, 김진선 강원도지사, 박용성.이건희 IOC 위원 및 공식대표단.일반참가단 등 180여명이 참석했다.
입력 : 2007.07.18 14:14
http://news.chosun.com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장 곽중철(011-214-1314)
지난 5일 새벽 과테말라에서 열린 IOC 총회의 2014년 동계올림픽 주최 도시 투표 결론은 우리 국민 모두를 전 세계를 향한 실망감에 빠지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6일 자 우리 신문은 소치 유치위원회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예상됐던 ‘깜짝 쇼’가 바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는 러시아 체육계와 언론들의 분석을 보도했다. 필자도 그 날 새벽 푸틴이 영어로 연설을 시작하는 순간 무릎을 쳤다. 바로 저거다!
무한경쟁의 국제무대에서 ‘깜짝 쇼’는 ‘돈’보다 ‘말’로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푸틴은 간파했던 것이다. 유엔 공식용어는 여섯 개지만 올림픽의 공식언어는 영어와 불어라는 사실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른 우리는 알고 있다. 불어는 물론 영어에도 능숙하지 않은 푸틴은 5분 남짓한 연설의 대부분을 영어로 소화한 후 마지막 부분에서 불어로 “러시아 인들의 올림픽 염원은 IOC 위원들의 현명한 결정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순간, 러시아 인들의 염원은 중간 매개체 없이 바로 영어권과 불어권 IOC위원들의 귀와 마음에 짜릿하게 전해졌을 것이다.
푸틴이 누구인가? 이번 행사에서는 광대한 국토의 서쪽 부분이 유럽과 붙어있어 ‘유럽’의 일부로 자처했지만 20세기 말까지 미국과 함께 천하의 반쪽을 호령했던 구 소련의 국가원수가 아닌가? 그가 러시아어라는 ‘모국어’를 버리고, 과거 동서냉전의 적수의 언어이지만 이제는 세계어가 되고 있는 영어와 올림픽의 요람 프랑스의 언어로 힘겹게 그러나 분명히 공식 석상에서 연설을 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유럽 중심의 IOC 위원들은 흔들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IOC 총회장에는 영어와 불어 뿐 아니라 아랍어와 함께 러시아어도 통역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정상이 모국어를 놔두고 유창하지 못한 다른 언어로 연설을 했으니 가히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소치 유치위원회에서는 “불어 연설 부분은 우리 대표단조차도 몰랐다”고 했을 만큼 푸틴은 남모르게 ‘외국어’의 위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27개국으로 확대된 유럽연합(EU)의 의회에서는 회원국 숫자와 거의 비슷한 23개 언어를 통, 번역하고 있다. 거기에 따르는 엄청난 예산과 성가신 서무 업무에도 불구하고 군소국가들이 자국의 언어 사용을 고집하는 것은 ‘말’이 곧 ‘국가’요 ‘국민’이요 ‘주권’이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대국 러시아의 모국어를 기꺼이 포기할 만큼 푸틴은 IOC라는 국제무대에서 자존심을 버리는 ‘유연성’을 보여 결국 ‘동계 올림픽 유치’라는 커다란 선물을 소치 주민들 분 아니라 전체 러시아 국민에게 가져준 것이다.
세계 정상의 입에서 나오는 ‘내 모국어’를 듣는 흐뭇함을 푸틴은 IOC 위원들에게 선사한 것이다. 이보다 더 큰 깜짝 쇼가 어디 있겠는가?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모처럼 영어로 연설해 평창 지원에 나섰지만 푸틴이라는 국제정치의 실력자 앞에서는 중과부적이었다. 푸틴은 요즘 어느 광고 카피처럼 “쇼”를 함으로써 IOC 위원들에게 큰 점수를 딴 것이다. IOC 총회 직전 미국을 방문해 미국의 대통령과 그 아버지인 전(前) 대통령 가족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푸틴이라는 세계적 거물이 남미의 한 작은 나라 수도에서 보여준 배려 깊은 태도는 지난 우리 평창의 8년간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 그런 국제감각을 가진 국가 원수를 둔 러시아 국민이 부러울 따름이다.(끝)
곽중철 (2007-07-12 16:09:53)
[노트북을열며] 안일했던 평창 유치위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네온사인이 눈부시던 춘천 명동의 밤거리는 유치 실패 뒤 밤 10시면 거의 철시 상태라고 한다. 강원도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 전체가 집단 허탈감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동안 우리가 유치를 원했던 국제 스포츠 대회는 모두 한국으로 끌어왔다.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도 국민은 당연히 되는 줄 알았다.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이 평창에 왔을 때도, 이번 과테말라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도 ‘역대 최고’란 찬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에 상실감이 더 큰지 모른다.
지금 강원도에서는 201 8년 재도전 논의가 분분한 모양이다. 특히 여론 주도층을 중심으로 “계속 도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강원일보가 6, 7일 도민 6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1%가 “다시 도전해야 한다”, 25%는 “포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90%가 넘던 유치 열기가 다소 식은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재도전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3수를 하든, 포기하든 결정은 강원도민이 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실패가 충격적이기에 우리 쪽 문제점은 없었는지 잠시 짚어 봐야 할 것 같다.
평창 유치위를 중심으로 이번 실패에 대한 원인을 푸틴 대통령을 앞세운 러시아의 물량공세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푸틴이 영어와 불어로 연설한 것도 IOC위원들에게 호감을 샀다는 희극 같은 분석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푸틴의 유치 드라이브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맞지만 우리의 대응 또한 지극히 순진하고 안일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평창은 1차 투표에서 36표를 받아 34표의 소치를 이겼다. 그러나 36표는 평창이 당초 예상했던 47~50표에 한참 못 미쳤다. 정보당국도 43표 정도로 분석했다 하니 정보력 부재가 한심할 따름이다. 유치 지원을 위해 과테말라 현지에 갔던 한 인사는 “우호세력이던 아프리카와 중남미, 심지어 안방인 아시아 표까지 소치로 넘어가고 있는 게 보였는데 평창은 유치가 다 된 양 PT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고 전략 부재를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게 할 IOC위원을 고르는 데도 애를 먹었다”고 실토했다. 평창 지지표로 분류되던 상당수 위원이 소치의 입김에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마란치 전 IOC위원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6월 평창 지지를 밝히면서 과테말라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찬 약속까지 했으나 온갖 핑계를 대가며 파기했다. 평창 유치위 고위 인사는 “세상이 변했다. 우린 회계가 투명해 로비자금을 쓸 수도 없고, 그걸 용납할 사회도 아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꼭 “돈 로비여야 하나”란 의문은 남는다.
1차 때 잘츠부르크를 택했던 대부분의 유럽 표가 2차 투표에서 소치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더욱 그렇다. 평창은 4년 전에도 똑같은 우를 범했다. 유럽 표는 돈보다는 평소 인간관계 등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과 친분이 두터운 체육계 인사들을 내세워 평소부터 공을 들였어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평창 유치위 주변에서는 “4년 전에는 김운용이 있어서 졌고, 이번에는 그가 없어서 졌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돈다. 돈 로비를 하든, 얼굴 장사로 표를 모으든 스포츠 외교에서는 과거 김운용씨 같은 ‘거물’이 필요하다. 친분이 두텁고 신뢰할 만해야 로비가 통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거물을 하루아침에 키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도전 선언을 하기 전에 패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책은 세워야 한다.
신동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곽중철 (2007-07-13 12:44:01)
이건희 회장, IOC 총회 영어 연설 동영상 공개
곽창렬 기자 lions3639@chosun.com
입력 : 2007.07.12 19:57 / 수정 : 2007.07.12 20:04
이건희(李健熙·65) 삼성그룹 회장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모습을 담은 인터넷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각) 과테말라에서 1분50초 동안 평창의 동계올림픽 개최 지지를 당부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Mr. President(IOC 위원장), my colleagues(동료 위원 여러분)”라는 호칭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IOC 총회 발표를 위해 먼저 한글로 연설문을 작성한 뒤 영어로 번역했고, 이후 연설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이날 연설은 첫 대외 연설이었으며, 영어 연설도 처음이었다. 삼성 임직원 앞에서 연설을 한 적은 있지만 대외 연설은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회장은 평소 거래처 임원 등 외국 인사를 만날 때 삼성전자의 부사장급 임원을 통역 요원으로 대동한다. 하지만 사적인 대화는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대 때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영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듣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고, 말할 때도 사적인 의사소통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洪羅喜·62)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영어·일어는 물론 프랑스어도 비교적 유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중철 (2007-07-16 14:13:31)
[SC 매거진] 동계올림픽 두번의 좌절...평창 눈물 왜?
그렇게 평창은 울고 말았다
스포츠조선
입력시간 : 2007.07.16 09:36
5. 말과 몸동작 불일치...영어 장벽
◇ 표정과 몸동작, 그리고 말이 일치하는 완벽한 영어 구사는 PT(프레젠테이션)의 필수 과제. 하지만 평창은 이번에도 언어의 난관을 뚫지 못했다. 5일(한국시각) IOC 119차 총회장인 과테말라 시티의 웨스틴 카미노호텔에서 PT를 끝낸 후 전이경-김정길-한승수-김진선-안정현(왼쪽부터) 등 평창의 프레젠터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과테말라 시티=연합뉴스]
역대 최고의 찬사를 받은 평창 PT(프레젠테이션)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안정현씨(여ㆍ36)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안씨는 영어는 물론 불어, 러시아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실력으로 각국 IOC 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8명의 프레젠터 중 안씨 뿐 아니라 외교통상부 장관 출신의 한승수 유치위원장 등도 유창한 영어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2% 부족한 게 있었다. 김정길 대한체육회장과 김진선 강원도지사, 이건희 IOC 위원 등이 영어 프레젠테이션으로 최선을 다한 점은 인정하지만 깊은 의미 전달에서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를 무시할 수 없다.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표정과 몸동작이 말과 어울리지 않아 어색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경쟁도시 외국 프레젠터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미흡해 보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영어가 능통한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의 공백이 커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영어로 연설한 사람은 낫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예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의 첫 PT 주자로 나서 영어와 불어 연설로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는 한국말을 고수한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과 바로 비교됐다. 평창 PT의 칭찬 이면에 "PT는 팩트 전달이 중요한데, 3D 기법과 감성적인 호소에 너무 치중했다"는 현지 외신기자들의 혹평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곽중철 (2007-07-17 14:05:08)
[해외의 시각] 올림픽 유치에 동원된 ‘통일 카드’
▲ 빅터 차(Victor D. Cha) 조지타운대 교수 강원도 평창은 왜 201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택되지 못했을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북해 연안의 휴양도시 소치를 선택한 것은 4년 전 IOC가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밴쿠버로 최종 결정하기 전에 1차 투표에서는 평창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러시아는 첫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북해와 코카서스 산맥의 아름다운 풍경을 갖고 있는 소치를 제시했다. 최근 석유와 가스 자원으로 자금이 넘쳐나는 러시아는 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1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소치는 현재까지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이 하나도 없으며, 기반시설은 말 그대로 전무하다시피 하다. 더욱이 IOC는 지난달 4일 기술평가에서는 평창을 소치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원인에 대한 한 가지 분석은 한국이 지난 88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할 때 나고야가 탈락했던 일본과 비슷한 운명을 가졌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듯이 당시 서울이 52대 27로 나고야를 누르고 개최지로 확정된 것은 반란으로 받아들여졌다. 일부에서는 당시 나고야가 탈락한 것은 일본이 64년 도쿄, 72년 삿포로 올림픽 개최 등을 통해 이미 세계 정상급 수준의 스포츠 행사를 개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똑같은 이유로, 한국이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권을 획득한 후이기 때문에 평창이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분석은, 한국의 한 외교관이 내게 말한 “평창은 북한의 평양과 발음이 너무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농담은 진실과 그렇게 거리가 멀지 않다. 한국 정부의 어딘가에서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남북한 관계 관점에서 정치화하려는 결정이 내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의 정상(頂上)들처럼 IOC 회의가 개최되는 과테말라를 방문했다. IOC의 투표가 실시되기 전에 한국정부는 동계올림픽이 어떻게 한국의 통일을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매우 고차원의 정치적 발언을 담은 발표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창이 유치에 성공한다면, IOC가 한국의 평화를 증진하고 하나된 남북한 팀을 만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동계 올림픽이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분단돼 있는 강원도의 통일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올림픽 게임에는 정치적인 요소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에 ‘통일 카드’를 너무 많이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IOC가 개최지를 평창으로 결정하는 것은 남북한의 통일전망을 본질적으로 증진시키지 못한다. 더욱이 IOC에 이번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통해 한반도 통일의 책임을 지라고 압박하는 식으로 이런 주장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전략이었다. 한국은 외부 세력으로부터 도움을 얻기 위한 버팀목으로 통일 문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남북한 단일팀을 만드는 문제는 논란거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남북한 단일팀을 만들기 위한 협상에는 이미 상당한 문제들이 있다.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개회식 등에 입장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으며 이것은 남북한에 상식적인 일이 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한 단일팀이 50:50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남북한 단일팀은 기량과 세계수준의 경쟁력에 기반해야지 정치적인 배분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남한의 더 훌륭하고 더 강한 선수들이 그들보다 실력이 낮은 북한 선수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한국의 2014년 평창 올림픽 유치노력은 훌륭했다. 그러나 다음에는 ‘통일 카드’를 사용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 카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곽중철 (2007-07-18 15:25:14)
노 대통령 "평창 패배로 엄청난 비난 각오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와 관련해 "성공하지 못한 순간 제 스스로가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여러분들 중에서는 아무도 저를 비난하시는 분이 없는 것 같다"며 그간의 심적 부담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 관계자 격려 오찬을 갖고 "저는 개인적으로 대단히 성공한 사람이다. 흔히들 개천에서 용났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저의 관심은 성공하고 이긴 사람보다 성공하지 못하고 낙오한 사람들에게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략)
◇ 이건희 "푸틴, 자존심 버리고 영어.불어 연설했다"
노 대통령의 격려사에 이어 한승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은 "우리가 실패한 것은 러시아가 지난 10년간 높은 가스.석유 값을 배경으로 급성장했고, 푸틴이라는 강력한 대통령이 나와 국력을 키운 게 큰 몫을 했다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행사 전 기자들의 평창 유치 실패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삼성그룹 회장)의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은 패인을 두고 "먼저 러시아라는 나라가 경쟁했다는 것"이라면서 "다음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존심을 버리고 영어로 연설하고 말미에는 불어도 했다. 자존심이 강한 분인데 그렇게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각 나라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나"라며 "우리도 여느 때보다 열심히 했다. 대국과 경쟁해 4표차이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중략)
한편 이날 오찬에는 김종민 문화관광부장관,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과 한승수 유치위원장, 김진선 강원도지사, 박용성.이건희 IOC 위원 및 공식대표단.일반참가단 등 180여명이 참석했다.
입력 : 2007.07.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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