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한미 정상 기자회견 통역을 보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7-09-21 17:56 조회4,012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시드니 한미 정상 기자회견 통역을 보고
2007년 09월 10일 17시 32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장 곽중철 011-214-1314
필자는 신문 지상을 통해 몇 번이나 한미 고위 관리 회담의 미국 측 통역에 문제가 있음을 밝혔고, 그 주장이 미국 측에 전달된 것도 확인했다. 필자가 지적한 2006년 9월 워싱턴 한미 정상 기자회견에 이어(2006 10.10 중앙일보 <내 생각은…> ‘한미정상 망신시킨 미국 통역사’ 참조) 1년 만에 이번에 또 시드니에서 통역 문제가 일어났다. 이 문제는 통역이 문제였을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의 두 갈래로 분석해 볼 수 있다.
1. 통역의 실수였을 가능성
중요한 만남에서 오해가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통역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흔히 있고, 전문 통역사는 그렇게 희생양이 될 각오를 하고 통역에 임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통역 문제라면서도 어느 쪽 통역이 잘못했다는 설명이 없다.
미국 측 통역의 문제점은 몇 번이나 지적했듯이 미국 측이 통역사 자격을 미국 시민권자로 제한하다 보니 통역 교육을 받은 전문 통역사가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국제정치학 박사 정도를 고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드니에 온 통역사도 새 얼굴로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른 한미간 현안 통역을 유창하고 정확하게 하지 못했음을 녹화 테이프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회견 전 정상회담을 다 통역해 놓고도 회견 통역을 그렇게 자신감 없게 통역한 이유가 있다면 전문 통역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부시 대통령의 말을 완벽하게 통역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반복 확인 질문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측 통역의 잘못이라면 상대 측 통역이 충분하지 못했을 때 노 대통령에게 귓속말로라도 <부시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는데 통역이 다 통역하지 않았습니다>라고 귀띔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직전 있었던 정상회담을 통역했기 때문에 현안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을 텐데 배석한 양국 고위관리들 앞에서 감히 대통령한테 그런 말을 하지 못했으리라는 동정은 간다.
2. 노 대통령의 의도적인 도발이었을 가능성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아무리 두 통역사가 미숙하다 하더라도 통역에 문제가 될만한 대목은 없다. 부시의 말은 <김정일이 핵을 폐기하면 정전 선언과 평화 조약이 가능하므로 김정일에 달렸다>는 뜻이다. 그런 말이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되었을 텐데 노 대통령이 반복 질문한 것은 그가 남북정상회담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핵 폐기가 완전히 확인되지 않더라도 그런 약속을 했으니 정전 선언과 평화 체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유도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태의 본말은 노 대통령 자신 한 사람만 알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도움말: 김태우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외대 통대 한영과 1기) (끝)
곽중철 (2007-10-01 11:08:37)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 통역 오류 전말
연합뉴스
입력 : 2007.09.09 17:14
성기홍 김종우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난 7일 호주 시드니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press availibility)을 놓고 양 정상이 ‘한국전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에 대해 거북하고 퉁명스러운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오는 등 미국발 기사로 인해 이번 회담 평가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8일 노 대통령이 회담결과를 언론에 설명하는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적대관계의 공식 종료를 천명하도록 압박했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하고 북한과 평화조약에 서명토록 공개적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두 정상의 언론회동 설명과정이 외교적 상궤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보도의 발단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서두 발언에 이어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두 번에 걸쳐 회담의 메시지를 보충 설명해달라고 부시 대통령에게 요청한 장면을 보는 시각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 노 대통령의 추가 설명 요청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현장에서 한국어로 번역해서 전달하는 미국측 통역의 잘못에서 출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과정에서 “나의 목적은 ‘평화조약’(peace treaty)을 통해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며, 한국전쟁을 끝내야 하고 끝낼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그가 갖고 있는 핵 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언명했고, 이 같은 언급은 이번 회담을 집약하는 핵심적 발언이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이 같은 뜻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후 ‘언론회동’에서 이 같은 언급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전쟁 종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에 대해 언급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in our discussions I reaffirmed our government’s position that when the North Korean leader fully discloses and gets rid of his nuclear weapons programs, that we can achieve 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 that we can have the peace that we all long for. You and I discussed 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greement- arrangement, which we support...”라고 표현했다.
그대로 번역하면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전면 공개하고, 해체할 경우 우리는 모두가 바라는 평화 구축을 위한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를 이룩해 낼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우리는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rrangement)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이를 추진키로 했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말로 옮긴 미국측 통역은 이를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전면 공개하고, 해체할 경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동북아에서 평화체계가 새롭게 설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아주 짧게 번역해서 전하는데 그쳤다.
통역이 부시 대통령의 원문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대폭 축약한데다, 이번 회담의 핵심적 메시지인 ‘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도 빠트렸다. 미국측도 이를 “통역 누락”(lost in translation)이라고 표현했다.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라는 표현은 회담에서 언급했던 한국전 종결이나 평화조약 등을 포괄하는 구체적이고 제도적 개념이지만, 통역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으로만 짧게 번역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것.
한국어 통역을 들은 노 대통령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 말씀을 빠트리신 것 같은데, 우리 국민이 듣고 싶어하니까 명확히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추가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표현했던 ‘평화조약’(peace treaty) 이라는 구체적 표현을 다시 사용하며 “한국전을 종결시킬 평화조약을 서명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I said it’s up to Kim Jong-il as to whether or not we’re able to sign a peace treaty to end the Korean War)“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측 통역은 이번에도 ‘평화조약’이라는 개념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를 ”평화체제 제안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라는 식으로 또 다시 분명하지 않게 번역했다.
노 대통령은 통역 해석을 듣고 웃으면서 다시 ”김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은 그 다음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재차 보충 설명을 요청했고, 부시 대통령은 ”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씀드릴지 모르겠다“며 다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일부 외신 기사들에 대해 ”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련된 언급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구체적 답변을 두번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통역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백악관 설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분위기도 모르고 내용도 모른 채 쓰인 다소 왜곡된 기사“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은 회담과정에서 ‘평화조약’(peace treaty)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전쟁을 평화조약으로 종결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 사실을 양 정상이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정치외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하지만 통역이 부시 대통령의 구체적인 표현을 추상적인 말로 번역하면서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말로 전해진 통역에서 ‘평화조약’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 라는 부시 대통령 발언이 전달되지 않아 이를 확인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답변을 요청한 것이고,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는 ‘왜 두번씩이나 물을까’라고 당혹했을 수도 있었다는 게 사실의 전체“라며 ”이 같은 해프닝을 회담의 성과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언론회동 상황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전 종전’과 ‘평화조약’을 언급하도록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라기 보다는,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을 통역이 누락해서 번역함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이를 거듭 확인하는 상황이었고, 이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sgh@yna.co.kr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곽중철 (2007-10-01 11:10:33)
[해외의 시각] 통역이 잘못됐다고?
빅터 차 (Victor D Cha) 조지타운대 교수·前 미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
김선일 기자(정리) withyou@chosun.com
입력 : 2007.09.12 22:49 / 수정 : 2007.09.12 22:51
▲ 빅터 차 · 조지타운대 교수 지난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전쟁 종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하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통역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음달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좀 더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를 보내도록 압박하려 한 것도 아니었다.
기자회견 당시 노 대통령이 보여준 행동은, 한국이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공개 석상에서 동맹국 간에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 역시 전혀 없음을 보여줬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나 유엔 총회 같은 다자(多者) 회담이 열리는 곳에서는 주요 동맹국의 지도자들끼리 몇 차례 회담을 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이런 ‘양자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 내에서는 심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양자 회담 대상국 중에서 우선 순위가 높은 나라다. 한국은 이라크와 레바논,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병하는 등 미국과 확고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양국 간에는 북한, 6자회담 등 논의해야 할 현안들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자 회담을 한 뒤에는 양국의 공식 대변인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두 정상이 논의한 내용에 대해 언급해서는 안 된다. 6자 회담이나 다가올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장기 전략과 외교에 관한 논의는 양국 정상 간에 조용히 공유돼야 하는 것이다. 양국 정상 간 회담의 특징을 나타내는 공식적 메시지는 양측의 충분한 조정을 거친 뒤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대부분의 정상회담이 ‘성공’으로 규정되는 것도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시드니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노 대통령이 공식적 메시지와 비공개 대화의 이런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아마 부시 대통령과의 비공개 대화에서도 평화조약체결 가능성을 김정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부시 대통령을 압박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보여준 반응은 (제4차 6자회담의 결과로 나온) 2005년 9월 공동선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한국전쟁을 종결시킬 항구적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서부터 시작될 수는 있겠지만, 충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핵 해체 없이는 결코 그 논의가 마무리될 수 없다. 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그 이상을 요구하며 부시 대통령을 압박한 것은 한국의 국가안보이익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비핵화에 앞서 평화조약부터 공식 제의하겠다고 말해주길 원한 것일까. 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줄 평화조약에 서명하기를 원하는 것일까.
오히려, 노 대통령은 APEC에서 기자회견 기회를 이용해 미국이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애를 써왔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할 수도 있었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반환을 위해 막후에서 노력한 미국 덕분에 BDA 문제가 해결된 직후, 노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6자회담을 중단시키려는 미국 강경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 절차를 진전시킬 수 있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발언엔 6자회담에서 미국이 보여준 인내와 정치적 의지에 대한 감사함은 전혀 없었다.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그것도 공개석상에서, 시드니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 진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 것은 더 나쁘다.
Lost in Translation?
The problem with the press availability between Presidents Bush and Roh after their meeting in Sydney last week was not a glitch in interpretation that then led to a seemingly awkward moment as Roh asked Bush to clarify his point about ending the Korean war. Nor was the problem that Roh apparently tried to press President Bush for a more conciliatory public message to DPRK leader Kim Jong il in advance of Roh’s trip to Pyongyang next month.
The problem is that Roh’s behavior during that press availability demonstrated a total lack of appreciation for how far the U.S. position has come on North Korea, and how allies should behave in public.
Multilateral meetings like APEC and the UN General Assembly afford leaders the opportunity to hold several meetings on the side with key allies and partners. These “bilats” are often the object of intense internal jockeying within the U.S. government as the President has only limited time and every regional affairs office in NSC or State wants the President to meet with their leaders. The ROK usually ranks fairly highly because they are a stalwart ally, with troops in Iraq, Lebanon, and Afghanistan, and because there are always pending issues to discuss including North Korea and the Six Party talks.
After these bilats, no one, including designated public spokespersons for the two leaders, should discuss what is said between the two leaders in these private meetings. Discussions about longer-term strategy and diplomacy regarding Six Party talks or the upcoming inter-Korean summit need to be shared quietly between the two heads of state. A public message that characterizes the meeting is usually then carefully coordinated between the two sides. As a column (Lee Ha won) correctly noted (in his editorial) on September 10 this is why summits are often framed as “successes.”
The problem at Sydney is that Roh was unable to maintain this distinction between public messages and private discussions. Roh probably did press the President in their private meeting to offer the prospect of a peace treaty to Kim Jong-il. I would not be surprised if Roh did not also ask Bush for a letter or even a verbal message that he could convey to Kim.
President Bush’s public response was fully consistent with the September 2005 Joint Statement. A process of discussions on a permanent peace regime to end the Korean war may start as the DPRK denuclearizes, but will not be completed without full and verifiable dismantlement in the North. Roh’s pressing Bush in public for more than that is not at all consistent with ROK national security interests. Did Roh want Bush to say that he would publicly offer Kim a peace treaty in advance of denuclearization? Why would the ROK want to sign a peace treaty that would effectively recognize the DPRK as a nuclear weapons state?
Instead, the ROK president might have used the press availability at APEC to show some public appreciation for how hard the U.S. has worked to move the Six Party process forward. Just after the BDA issue was resolved with US officials working hard behind the scenes to support the return of the money, Roh was quoted in a speech in Korea saying that despite Washington hardliners’ best efforts to stop the Six Party process, the ROK government has prevailed in moving the denuclearization process forward. This statement showed no appreciation for the patience and political will exhibited by Washington in the Six Party talks. It is bad to treat one’s closest ally in public as occurred in Sydney. It is worse to be unappreciative of how much effort the Bush administration has already put into moving the Six Party process forward.
The writer is Director of Asian Studies at Georgetown University and was on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Council from 2004 to 2007 and Deputy Head of the U.S. Delegation to the Six Party talks.
곽중철 (2007-10-01 15:48:45)
통역은 빠트리고 언론은 부풀리고
국정브리핑 | 기사입력 2007-09-10 12:41
국내 일부 언론이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난 7일 호주 시드니 한미정상회담 ‘언론 회동(press availibility)에서 통역 과정의 실수로 빚어진 혼선에 대해 청와대와 미 백악관의 정확한 설명보다는 일부 오해를 유발하는 듯한 외신의 부정확한 보도에 의존해 한미 관계에 관한 불필요한 추측과 혼선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검증가능한 북핵폐기를 전제로 세계 유일의 한반도 전쟁상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한반도 평화조약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핵심을 누락시킨 통역 과정의 실수로 인해 AP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는 마치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거나 두 정상간에 어색한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백악관 “정상 간 이견 없었으며 통역에서 빠트린 부분 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그레이스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통역상의 문제였고, 그런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노 대통령께서 웃으면서 그 부분을 확인을 요청했던 것이고, 부시 대통령은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반복 요청을 해서 약간 당혹케 했던 것이 사실의 전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언론회동 현장에서 작성된 부시 대통령의 발언 영어원문까지 나눠주며, 당시 한국 기자들이 들었던 번역 내용과 실제 부시대통령의 발언 간의 차이를 기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도 “정상 간에 의견이 다른 부분은 없었고, 통역에서 빠뜨린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국내언론은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전하며 청와대와 백악관의 통역실수라는 설명을 인용하기도 했지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핵심메시지를 누락시킨 통역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한미 간의 시각차나 갈등으로 확대시키려 하고 있다.
동아 “한미 간 물밑 시각차 드러났다” 추측보도
특히 동아일보는 10일자 1면 <부시 “평화조약” 거론에 노 대통령 “종전선언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익명의 핵심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상황은 한미 간에 물밑 시각차가 드러난 측면도 강하다”는 추측성 분석까지 곁들였다.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을 ‘친구’라고 표현하며 우호적이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는 여덟 번째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 현장을 미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가 공개한 녹취록 전문과 청와대브리핑, 그리고 당시 언론들의 기사를 토대로 복기해보자.
■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 통역 해프닝 전모
지난 7일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후 언론회동에서 먼저 모두발언을 시작한 부시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전면 공개하고 해체할 경우, 우리는 모두가 바라는 평화 구축을 위한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를 이룩해 낼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우리는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rrangement)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이를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홈페이지가 공개한 영문은 “And in our discussions I reaffirmed our government's position that when the North Korean leader fully discloses and gets rid of his nuclear weapons programs, that we can achieve 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 that we can have the peace that we all long for. You and I discussed 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greement- arrangement, which we support”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말로 옮긴 미국 측 통역은 이를 “북한 지도자가 그들의 핵 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고 또 핵 프로그램을 전면 해체할 경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동북아시아에 있어 평화체계가 새롭게 설정될 것”이라고 번역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대폭 축약한 것은 물론 이번 회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와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rrangement)란 메시지를 누락시켰다. 미국 측이 ‘통역 누락’(lost in translation)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통역으로부터 들은 노 대통령은 두 가지 핵심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을 보고 “각하께서 조금 전 말씀하실 때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 말씀을 빠뜨리신 것 같은데, 우리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니까 명확히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핵심메시지인 ‘평화조약(a peace treaty)’ 빠트린 통역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요청에 “한국전을 종결시킬 ‘평화조약’(a peace treaty)에 서명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달려 있다”(I said it's up to Kim Jong-il as to whether or not we're able to sign a peace treaty to end the Korean War)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측 통역은 이번에도 ‘평화조약’(a peace treaty)이라는 중요한 정치외교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를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평화체제 제안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면서 두루뭉수리하게 번역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통역의 해석을 듣고 웃으면서 “똑같은 이야기다. 똑같은 얘기인데 김정일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들은 그 다음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다시 한번 정확한 메시지를 요청했다.
이 상황에서 미국 측 통역은 다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각하의 메시지를 좀 더 분명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으면 좋겠다”(If you could be a little bit clearer in your message)라고 표현했다.
노 대통령 조크가 채근으로 바뀌다
노 대통령이 웃으면서 한국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의 보다 정확한 메시지를 듣고 싶다고 요청한 조크가 통역 과정에서 “좀 더 분명하게 말해줄 수 없겠느냐”는 채근으로 비쳐진 대목이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국에서 전쟁은 우리가 끝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의 무기에 관해서 검증 가능하도록 폐기해야 할 것 같다”고 다시 설명을 반복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 언론에 공개되었던 부분은 대통령께서 부시 대통령한테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두 번씩 요청하신 부분에 대한 얘기를 일부 외신 한두 군데가 백악관 측의 설명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 해석해서 ― 상당히 현장 분위기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내용도 모른 체 ― 잘못된 기사를 생성한 것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 회담 내용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이 peace treaty라는 표현까지 써 가면서 구체적으로 한국 전쟁을 평화 조약을 통해서 종결시켜야 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며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사실들을 기존의 하노이 것보다 더 나갔다는 것에 대한 어떠한 평가는 당연하게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사실들을 양 정상들이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정치 외교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상식적으로 잘 아시는 내용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미 충분히 표현했는데 왜 두 번씩이나 물을까 의문을 갖고 당혹해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분위기 나쁘지 않았다”…오마이뉴스 “번역 잘못하면 큰 일”
한겨레는 10일 한미정상회담 통역 해프닝을 다룬 <일부 외신들 회담 분위기 비판…백악관 “우리 통역 잘못” 진화>란 기사에서 “이날 해프닝은 최근 새로 기용된 미국쪽 통역관이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어로 옮기면서 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종전선언’에 대해 얼버무리자,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회담 중 언급했던 식으로 보다 분명한 발언을 요구하는 ‘의욕’을 보이면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청와대 풀기자단도 ‘노 대통령이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니 더 얘기해 달라는 대목에서도 부시는 웃으면서 말했고 분위기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며 ‘다만 미국쪽 통역이 계속 더듬거려 앞뒤 문맥이 좀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재미작가이며 영어교재 저술가인 조화유 씨는 8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노무현-부시 대화가 어색했던 까닭은...>이란 글에서 CNN을 통해 나온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말이 통역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의 오류를 하나하나 들어 “‘번역은 반역’이라는 말도 있다”며 “번역을 잘못하면 큰 일 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미 백악관이 홈페이지(☞ 백악관 홈페이지 한미정상회담 바로가기)를 통해 공개한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 영어 원문 전문이다.
■ President Bush Meets with South Korean President Roh
InterContinental Sydney
Sydney, Australia
PRESIDENT BUSH: Mr. President, thank you for your time. As usual, we had a very friendly and frank discussion about important matters. We discussed our bilateral relations, which are very strong. And we thank you for your contributions to helping young democracies, such as Iraq.
But we spent a lot of time talking about the six-party talks and the progress that is being made in the six-party talks. I understand you're having a summit with the leader of North Korea, and I appreciate the fact that you will urge the North Korean leader to continue to adhere to the agreement that he made with us.
And in our discussions I reaffirmed our government's position that when the North Korean leader fully discloses and gets rid of his nuclear weapons programs, that we can achieve 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 that we can have the peace that we all long for. You and I discussed 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greement -- arrangement, which we support.
And so I'm optimistic. There's still more work to be done. But nevertheless, Mr. President, when we have worked together we have shown that it's possible to achieve the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that the people long for.
So thank you, sir.
PRESIDENT ROH: (As translated.) As President Bush has stated, we had a very constructive discussion on six-party talks and the North Korean nuclear issue, as well as other bilateral issues between our two countries.
Before we discussed these issues I reaffirmed my support for President Bush and his policies and efforts in Iraq to bring peace. I also thanked the President for his efforts in the visa waiver program -- for his constructive position on this issue.
We both agreed on the positive outlook for the six-party talks. We believe that this progress is very meaningful. And I also thanked President Bush for his resolve to bring peace to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region, for making a strategic decision to bring peace to the region through dialogue.
As is outlined in the 2005 September 19th joint statement, we have a plan for the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 and President Bush also reaffirmed in November of last year in Vietnam of his willingness and his resolve to end the Korean War officially, once and for all. Today we revisited this issue. President Bush reaffirmed his determination to replace the current status in the Korean Peninsula with a permanent peace regime, and he stressed that he would be proceeding with this move after the North Korean nuclear issue is resolved.
We also share the view that should there be more progress in the six-party process, this will be followed by talks to initiate a Northeast Asian regional security mechanism. I also reassured President Bush that the inter-Korean summit will underpin the progress at the six-party talks, that relations -- the inter-Korean relations and the six-party talks should be a mutually reenforcing relationship.
I think I might be wrong -- I think I did not hear President Bush mention the -- a declaration to end the Korean War just now. Did you say so, President Bush?
PRESIDENT BUSH: I said it's up to Kim Jong-il as to whether or not we're able to sign a peace treaty to end the Korean War. He's got to get rid of his weapons in a verifiable fashion. And we're making progress toward that goal. It's up to him.
PRESIDENT ROH: I believe that they are the same thing, Mr. President. If you could be a little bit clearer in your message, I think --
PRESIDENT BUSH: I can't make it any more clear, Mr. President. We look forward to the day when we can end the Korean War. That will end -- will happen when Kim Jong-il verifiably gets rid of his weapons programs and his weapons.
Thank you, sir.
곽중철 (2007-10-04 18:14:41)
[기자의 눈/김승련]‘한미정상회담 해프닝’ 정부 발표만 썼다면…
7월 중순 미국의 지인에게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한미 간 견해차가 크지만 (이런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비핵화 완성 전에는 평화체제를 달성할 수 없다”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말이 북한이 아니라 한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속사정을 잘 알 만한 인사였기에 이 말을 그냥 흘려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내용을 워싱턴에서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서울의 동료 기자를 통해 2명의 정부 당국자로부터 부분적인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취재된 내용은 본보 7월 27일자 A3면에 보도된 바 있다.
7일 오후 호주 시드니에서 한미 정상회담(55분간 진행)이 끝난 뒤 열린 양국 대통령의 언론회동(15분간 진행)은 물밑 기류로만 이해하고 있던 워싱턴과 서울의 온도차를 확인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비핵화 확인 후 평화조약’이라는 원칙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관심을 보였고, 부시 대통령이 TV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를 말해 주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청와대가 회담 직후 내놓은 평가는 예상대로 장밋빛이었다. “8차례의 한미 정상회담 가운데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말도 나왔다.
그럴 즈음 외신에서 “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미국 대통령을 압박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청와대 대변인은 관례를 어겨 가며 “비공개 회동 때 부시 대통령의 발언도 알려 드리겠다”면서 비슷한 기사의 차단에 주력했고, 이튿날 신문은 대체로 이 사안을 ‘해프닝’으로 전했다.
이 상황을 보면서 기자가 떠올린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취재 선진화’가 초래할 암담한 결과였다.
정부 방침에 따라 기자가 대변인실을 통해 신고를 한 후 공직자와 만나면 그 공직자는 얼마나 진실에 입각해 사실을 말할 수 있을까. 정부가 인터넷에 올리는 자료와 홍보논리 이외의 실제 속사정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가운데 정부 홍보책임자가 제공하는 교묘한 홍보 논리의 맹점을 기자가 파고들어 가기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비판적 보도가 줄어드는 만큼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정치권력은 이 같은 조치의 수혜자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결정에 삶을 맡긴 국민도 과연 수혜자일까.
김승련 워싱턴 특파원 srkim@donga.com
곽중철 (2007-10-04 18:18:37)
부시 “평화조약” 거론에 盧대통령 “종전선언은…”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던 7일 호주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을 놓고 미국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공개장소에서 압박했고, … 부시 대통령이 짜증스러워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즉시 "통역의 잘못 때문"이라고 진화에 나섰고, 청와대는 9일 "현장분위기를 모르는 외국 언론이 왜곡된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7일 회담 직후 뒤 열린 언론회동(press availability)장에선 어떤 일이 있었고, 이런 삐걱거림의 진짜 배경은 무엇일까.
백악관이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동영상(10분17초 분량·http://www.whitehouse.gov/news/releases/2007/09/20070907-3.html)과 영문속기록 그리고 청와대가 시드니에서 취재중인 한국기자단에게 제공한 한국어 녹취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정리해 봤다. 청와대 홈페이지 동영상은 통역부분이 편집된 채 올라있어서 통역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래 기사에 쓰인 시간표시는 백악관 동영상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실제 상황=두 대통령은 이른바 모두(冒頭) 발언을 차례로 했다. 노 대통령은 다른 양자현안에 대해 언급한 뒤 자연스럽게 부시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논란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미평화협정 사안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2차례나 물으면서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08:13)="각하께서 조금 전 말씀하실 때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 말씀을 빠뜨리신 것 같습니다."
한국통역은 이를 옮기면서 노 대통령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제가 틀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I think I might be wrong)"이라는 말을 추가했다. 또 "한국전쟁 종전선언(declaration to end the Korean War) 이야기를 못 들었다"고 통역해 평화체제보다는 '종전 선언'에 초점을 맞춰 통역했다.
△부시 대통령(08:42)="한국전을 종결시킬 평화조약(peace treaty)을 서명(sign)하느냐 못하느냐는 김정일 위원장에 달려있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 그에게 달려 있다."
미국 통역은 대체로 이를 정확히 전달했다. 다만 "평화조약을 서명하느냐 못하느냐"라는 대목에서 '서명'이라는 말을 빼고 "평화조약을 하느냐 안하느냐"고 했다. 오히려 청와대가 시드니에서 취재중인 한국 기자들에게 제공한 자료에는 "평화체제 제안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못 통역한 것으로 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09:13)=노 대통령은 말을 받아 뭔가를 말하려다가 잠시 가볍게 허허 하고 웃으며 천장을 2초가량 올려다봤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똑같은 얘기인데, 김정일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들은 그 다음 얘기를 오히려 듣고 싶어 한다."
한국 통역은 이를 "They are the same thing. If you could be a little bit clearer….(조금 더 명확하게 해 달라)"라고 옮겼다. 배석했던 양국 당국자들은 clearer라는 말이 나올 때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부시 대통령(09:40)="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씀드릴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전쟁은 우리가 끝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일 씨가 그의 무기에 관해서 검증 가능하도록 폐기해야 할 것 같다. 감사하다(Thank you, sir)"
부시 대통령의 대답은 역시 미국정책의 모범답안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말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통역이 끝난 뒤 "Thank you, sir."라는 말을 한번 더 짧게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말은 부시 대통령이 회견이나 회담을 마치려고 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10분17초간 TV 카메라 앞에 선 두 정상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서울시간으로 7일 오후 3시45분 경 끝난 이날 언론회동 상황은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외교적 관례와 달랐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복잡해 졌다.
AP 통신은 "양국 지도자가 카메라 앞에서 밀고 당김을 했는데 이는 삼가하며 섬세하게 말하는 게 관례인 외교세계에선 놀랄만한 일"이라며 "지도자들의 말투는 여전히 가벼웠지만 '더이상 어떻게 더 분명하게 말씀드릴지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부시 대통령의 반응은 굳었다"고 보도했다. 또 노 대통령의 말에 미국 대표단은 웃음을 지었지만 신경이 쓰이는 듯했고, 부시 대통령은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동영상을 확인할 때 과연 부시 대통령이 얼마나 굳었고, 곤혹스러웠는지는 평가가 다를 수 있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시차 때문에 24시간이 지난 뒤 인쇄된 8일자 신문에서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신문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압박했고(pressed) 부시 대통령 표정이 짜증스런 표정이었다(irked)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또 한미정상 회담 직후 있은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노 대통령과의 회동과는 대조적으로 웃음이 넘쳤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들이 이 상황에 주목하자 백악관 고든 존드로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통역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 진화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도 외견상의 긴장에 대해 언론들이 보도하자 백악관이 통역 실수를 탓하며 재빨리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9일 통역실수에 따른 상황전개임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통역오류가 있었던 곳을 적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 기자단에게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의 새 안보체제에 대해 설명했으나, 미국통역이 막연하게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고만 전달했다. 부시 대통령은 '충분히 설명했는데 왜 노 대통령이 자꾸 물을까'라고 의아해 한 것이다"라고 당시 어색한 상황이 빚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도 공식적으로 통역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와 백악관이 공개한 발언록을 보면 미국 통역이 노 대통령이 이 사안을 2차례나 재촉해 묻게 만들 정도로 큰 통역실수를 했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미국 통역은 "북한지도자가 … (핵을 포기하면) 한반도에 새로운 안보체제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영어를 "… (핵을 포기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동북아에 평화체계를 새롭게 설정하게 된다"고 한국어로 옮겼다.
이러한 어색함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대통령 선거정국 및 남북정상회담에 필요한 '듣고 싶은 이야기'를 유도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정해진 답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나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도 이 대목에 주목했다. 8일자 기사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옆자리의 부시 대통령에게 북미간 적대적 상황을 공식적으로 끝낸다는 선언을 해 달라고 압박했다(publicly pressed the American president to declare a formal end to the hostilities). 이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확인될 때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썼다.
어색한 회담장면이 생중계된 뒤 워싱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한미간에 물밑 시각차가 드러난 측면도 강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장기간의 노력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가 완성되는 것을 전제로 한 법률행위인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을 구상해 왔다. 반면 한국정부는 비핵화 이전이라도 '말로 하는 선언'을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미국에 비춰왔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7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줄곧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평화체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반복해 말해왔다"며 "이 말은 평양이 아닌 한국정부에게 들으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즉, 한국정부가 비핵화라는 실체를 만져보기 전에 일단 '거대담론 차원의 선언'을 먼저 내놓으려고 하는데 대한 부시 행정부의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7일 정상회담 후 TV 카메라 앞에 선 10여분 동안 부시 대통령은 "평화조약(Peace Treaty)"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썼다. 반면 노 대통령의 말은 "종전선언(Declaration)"으로 통역돼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시드니=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2007년 09월 10일 17시 32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장 곽중철 011-214-1314
필자는 신문 지상을 통해 몇 번이나 한미 고위 관리 회담의 미국 측 통역에 문제가 있음을 밝혔고, 그 주장이 미국 측에 전달된 것도 확인했다. 필자가 지적한 2006년 9월 워싱턴 한미 정상 기자회견에 이어(2006 10.10 중앙일보 <내 생각은…> ‘한미정상 망신시킨 미국 통역사’ 참조) 1년 만에 이번에 또 시드니에서 통역 문제가 일어났다. 이 문제는 통역이 문제였을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의 두 갈래로 분석해 볼 수 있다.
1. 통역의 실수였을 가능성
중요한 만남에서 오해가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통역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흔히 있고, 전문 통역사는 그렇게 희생양이 될 각오를 하고 통역에 임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통역 문제라면서도 어느 쪽 통역이 잘못했다는 설명이 없다.
미국 측 통역의 문제점은 몇 번이나 지적했듯이 미국 측이 통역사 자격을 미국 시민권자로 제한하다 보니 통역 교육을 받은 전문 통역사가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국제정치학 박사 정도를 고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드니에 온 통역사도 새 얼굴로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른 한미간 현안 통역을 유창하고 정확하게 하지 못했음을 녹화 테이프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회견 전 정상회담을 다 통역해 놓고도 회견 통역을 그렇게 자신감 없게 통역한 이유가 있다면 전문 통역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부시 대통령의 말을 완벽하게 통역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반복 확인 질문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측 통역의 잘못이라면 상대 측 통역이 충분하지 못했을 때 노 대통령에게 귓속말로라도 <부시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는데 통역이 다 통역하지 않았습니다>라고 귀띔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직전 있었던 정상회담을 통역했기 때문에 현안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을 텐데 배석한 양국 고위관리들 앞에서 감히 대통령한테 그런 말을 하지 못했으리라는 동정은 간다.
2. 노 대통령의 의도적인 도발이었을 가능성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아무리 두 통역사가 미숙하다 하더라도 통역에 문제가 될만한 대목은 없다. 부시의 말은 <김정일이 핵을 폐기하면 정전 선언과 평화 조약이 가능하므로 김정일에 달렸다>는 뜻이다. 그런 말이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되었을 텐데 노 대통령이 반복 질문한 것은 그가 남북정상회담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핵 폐기가 완전히 확인되지 않더라도 그런 약속을 했으니 정전 선언과 평화 체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유도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태의 본말은 노 대통령 자신 한 사람만 알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도움말: 김태우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외대 통대 한영과 1기) (끝)
곽중철 (2007-10-01 11:08:37)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 통역 오류 전말
연합뉴스
입력 : 2007.09.09 17:14
성기홍 김종우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난 7일 호주 시드니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press availibility)을 놓고 양 정상이 ‘한국전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에 대해 거북하고 퉁명스러운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오는 등 미국발 기사로 인해 이번 회담 평가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8일 노 대통령이 회담결과를 언론에 설명하는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적대관계의 공식 종료를 천명하도록 압박했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하고 북한과 평화조약에 서명토록 공개적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두 정상의 언론회동 설명과정이 외교적 상궤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보도의 발단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서두 발언에 이어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두 번에 걸쳐 회담의 메시지를 보충 설명해달라고 부시 대통령에게 요청한 장면을 보는 시각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 노 대통령의 추가 설명 요청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현장에서 한국어로 번역해서 전달하는 미국측 통역의 잘못에서 출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과정에서 “나의 목적은 ‘평화조약’(peace treaty)을 통해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며, 한국전쟁을 끝내야 하고 끝낼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그가 갖고 있는 핵 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언명했고, 이 같은 언급은 이번 회담을 집약하는 핵심적 발언이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이 같은 뜻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후 ‘언론회동’에서 이 같은 언급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전쟁 종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에 대해 언급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in our discussions I reaffirmed our government’s position that when the North Korean leader fully discloses and gets rid of his nuclear weapons programs, that we can achieve 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 that we can have the peace that we all long for. You and I discussed 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greement- arrangement, which we support...”라고 표현했다.
그대로 번역하면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전면 공개하고, 해체할 경우 우리는 모두가 바라는 평화 구축을 위한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를 이룩해 낼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우리는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rrangement)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이를 추진키로 했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말로 옮긴 미국측 통역은 이를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전면 공개하고, 해체할 경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동북아에서 평화체계가 새롭게 설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아주 짧게 번역해서 전하는데 그쳤다.
통역이 부시 대통령의 원문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대폭 축약한데다, 이번 회담의 핵심적 메시지인 ‘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도 빠트렸다. 미국측도 이를 “통역 누락”(lost in translation)이라고 표현했다.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라는 표현은 회담에서 언급했던 한국전 종결이나 평화조약 등을 포괄하는 구체적이고 제도적 개념이지만, 통역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으로만 짧게 번역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것.
한국어 통역을 들은 노 대통령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 말씀을 빠트리신 것 같은데, 우리 국민이 듣고 싶어하니까 명확히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추가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표현했던 ‘평화조약’(peace treaty) 이라는 구체적 표현을 다시 사용하며 “한국전을 종결시킬 평화조약을 서명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I said it’s up to Kim Jong-il as to whether or not we’re able to sign a peace treaty to end the Korean War)“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측 통역은 이번에도 ‘평화조약’이라는 개념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를 ”평화체제 제안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라는 식으로 또 다시 분명하지 않게 번역했다.
노 대통령은 통역 해석을 듣고 웃으면서 다시 ”김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은 그 다음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재차 보충 설명을 요청했고, 부시 대통령은 ”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씀드릴지 모르겠다“며 다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일부 외신 기사들에 대해 ”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련된 언급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구체적 답변을 두번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통역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백악관 설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분위기도 모르고 내용도 모른 채 쓰인 다소 왜곡된 기사“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은 회담과정에서 ‘평화조약’(peace treaty)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전쟁을 평화조약으로 종결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 사실을 양 정상이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정치외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하지만 통역이 부시 대통령의 구체적인 표현을 추상적인 말로 번역하면서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말로 전해진 통역에서 ‘평화조약’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 라는 부시 대통령 발언이 전달되지 않아 이를 확인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답변을 요청한 것이고,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는 ‘왜 두번씩이나 물을까’라고 당혹했을 수도 있었다는 게 사실의 전체“라며 ”이 같은 해프닝을 회담의 성과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언론회동 상황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전 종전’과 ‘평화조약’을 언급하도록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라기 보다는,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을 통역이 누락해서 번역함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이를 거듭 확인하는 상황이었고, 이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sgh@yna.co.kr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곽중철 (2007-10-01 11:10:33)
[해외의 시각] 통역이 잘못됐다고?
빅터 차 (Victor D Cha) 조지타운대 교수·前 미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
김선일 기자(정리) withyou@chosun.com
입력 : 2007.09.12 22:49 / 수정 : 2007.09.12 22:51
▲ 빅터 차 · 조지타운대 교수 지난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전쟁 종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하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통역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음달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좀 더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를 보내도록 압박하려 한 것도 아니었다.
기자회견 당시 노 대통령이 보여준 행동은, 한국이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공개 석상에서 동맹국 간에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 역시 전혀 없음을 보여줬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나 유엔 총회 같은 다자(多者) 회담이 열리는 곳에서는 주요 동맹국의 지도자들끼리 몇 차례 회담을 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이런 ‘양자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 내에서는 심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양자 회담 대상국 중에서 우선 순위가 높은 나라다. 한국은 이라크와 레바논,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병하는 등 미국과 확고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양국 간에는 북한, 6자회담 등 논의해야 할 현안들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자 회담을 한 뒤에는 양국의 공식 대변인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두 정상이 논의한 내용에 대해 언급해서는 안 된다. 6자 회담이나 다가올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장기 전략과 외교에 관한 논의는 양국 정상 간에 조용히 공유돼야 하는 것이다. 양국 정상 간 회담의 특징을 나타내는 공식적 메시지는 양측의 충분한 조정을 거친 뒤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대부분의 정상회담이 ‘성공’으로 규정되는 것도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시드니에서 벌어진 해프닝은 노 대통령이 공식적 메시지와 비공개 대화의 이런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아마 부시 대통령과의 비공개 대화에서도 평화조약체결 가능성을 김정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부시 대통령을 압박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보여준 반응은 (제4차 6자회담의 결과로 나온) 2005년 9월 공동선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한국전쟁을 종결시킬 항구적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서부터 시작될 수는 있겠지만, 충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핵 해체 없이는 결코 그 논의가 마무리될 수 없다. 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그 이상을 요구하며 부시 대통령을 압박한 것은 한국의 국가안보이익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비핵화에 앞서 평화조약부터 공식 제의하겠다고 말해주길 원한 것일까. 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줄 평화조약에 서명하기를 원하는 것일까.
오히려, 노 대통령은 APEC에서 기자회견 기회를 이용해 미국이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애를 써왔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할 수도 있었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반환을 위해 막후에서 노력한 미국 덕분에 BDA 문제가 해결된 직후, 노 대통령은 한 연설에서 ‘6자회담을 중단시키려는 미국 강경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 절차를 진전시킬 수 있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발언엔 6자회담에서 미국이 보여준 인내와 정치적 의지에 대한 감사함은 전혀 없었다.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그것도 공개석상에서, 시드니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 진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 것은 더 나쁘다.
Lost in Translation?
The problem with the press availability between Presidents Bush and Roh after their meeting in Sydney last week was not a glitch in interpretation that then led to a seemingly awkward moment as Roh asked Bush to clarify his point about ending the Korean war. Nor was the problem that Roh apparently tried to press President Bush for a more conciliatory public message to DPRK leader Kim Jong il in advance of Roh’s trip to Pyongyang next month.
The problem is that Roh’s behavior during that press availability demonstrated a total lack of appreciation for how far the U.S. position has come on North Korea, and how allies should behave in public.
Multilateral meetings like APEC and the UN General Assembly afford leaders the opportunity to hold several meetings on the side with key allies and partners. These “bilats” are often the object of intense internal jockeying within the U.S. government as the President has only limited time and every regional affairs office in NSC or State wants the President to meet with their leaders. The ROK usually ranks fairly highly because they are a stalwart ally, with troops in Iraq, Lebanon, and Afghanistan, and because there are always pending issues to discuss including North Korea and the Six Party talks.
After these bilats, no one, including designated public spokespersons for the two leaders, should discuss what is said between the two leaders in these private meetings. Discussions about longer-term strategy and diplomacy regarding Six Party talks or the upcoming inter-Korean summit need to be shared quietly between the two heads of state. A public message that characterizes the meeting is usually then carefully coordinated between the two sides. As a column (Lee Ha won) correctly noted (in his editorial) on September 10 this is why summits are often framed as “successes.”
The problem at Sydney is that Roh was unable to maintain this distinction between public messages and private discussions. Roh probably did press the President in their private meeting to offer the prospect of a peace treaty to Kim Jong-il. I would not be surprised if Roh did not also ask Bush for a letter or even a verbal message that he could convey to Kim.
President Bush’s public response was fully consistent with the September 2005 Joint Statement. A process of discussions on a permanent peace regime to end the Korean war may start as the DPRK denuclearizes, but will not be completed without full and verifiable dismantlement in the North. Roh’s pressing Bush in public for more than that is not at all consistent with ROK national security interests. Did Roh want Bush to say that he would publicly offer Kim a peace treaty in advance of denuclearization? Why would the ROK want to sign a peace treaty that would effectively recognize the DPRK as a nuclear weapons state?
Instead, the ROK president might have used the press availability at APEC to show some public appreciation for how hard the U.S. has worked to move the Six Party process forward. Just after the BDA issue was resolved with US officials working hard behind the scenes to support the return of the money, Roh was quoted in a speech in Korea saying that despite Washington hardliners’ best efforts to stop the Six Party process, the ROK government has prevailed in moving the denuclearization process forward. This statement showed no appreciation for the patience and political will exhibited by Washington in the Six Party talks. It is bad to treat one’s closest ally in public as occurred in Sydney. It is worse to be unappreciative of how much effort the Bush administration has already put into moving the Six Party process forward.
The writer is Director of Asian Studies at Georgetown University and was on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Council from 2004 to 2007 and Deputy Head of the U.S. Delegation to the Six Party talks.
곽중철 (2007-10-01 15:48:45)
통역은 빠트리고 언론은 부풀리고
국정브리핑 | 기사입력 2007-09-10 12:41
국내 일부 언론이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난 7일 호주 시드니 한미정상회담 ‘언론 회동(press availibility)에서 통역 과정의 실수로 빚어진 혼선에 대해 청와대와 미 백악관의 정확한 설명보다는 일부 오해를 유발하는 듯한 외신의 부정확한 보도에 의존해 한미 관계에 관한 불필요한 추측과 혼선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검증가능한 북핵폐기를 전제로 세계 유일의 한반도 전쟁상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한반도 평화조약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핵심을 누락시킨 통역 과정의 실수로 인해 AP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는 마치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거나 두 정상간에 어색한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백악관 “정상 간 이견 없었으며 통역에서 빠트린 부분 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그레이스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통역상의 문제였고, 그런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노 대통령께서 웃으면서 그 부분을 확인을 요청했던 것이고, 부시 대통령은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반복 요청을 해서 약간 당혹케 했던 것이 사실의 전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언론회동 현장에서 작성된 부시 대통령의 발언 영어원문까지 나눠주며, 당시 한국 기자들이 들었던 번역 내용과 실제 부시대통령의 발언 간의 차이를 기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도 “정상 간에 의견이 다른 부분은 없었고, 통역에서 빠뜨린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국내언론은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전하며 청와대와 백악관의 통역실수라는 설명을 인용하기도 했지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핵심메시지를 누락시킨 통역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한미 간의 시각차나 갈등으로 확대시키려 하고 있다.
동아 “한미 간 물밑 시각차 드러났다” 추측보도
특히 동아일보는 10일자 1면 <부시 “평화조약” 거론에 노 대통령 “종전선언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익명의 핵심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상황은 한미 간에 물밑 시각차가 드러난 측면도 강하다”는 추측성 분석까지 곁들였다.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을 ‘친구’라고 표현하며 우호적이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는 여덟 번째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 현장을 미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가 공개한 녹취록 전문과 청와대브리핑, 그리고 당시 언론들의 기사를 토대로 복기해보자.
■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 통역 해프닝 전모
지난 7일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후 언론회동에서 먼저 모두발언을 시작한 부시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전면 공개하고 해체할 경우, 우리는 모두가 바라는 평화 구축을 위한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를 이룩해 낼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우리는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rrangement)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이를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홈페이지가 공개한 영문은 “And in our discussions I reaffirmed our government's position that when the North Korean leader fully discloses and gets rid of his nuclear weapons programs, that we can achieve 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 that we can have the peace that we all long for. You and I discussed 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greement- arrangement, which we support”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말로 옮긴 미국 측 통역은 이를 “북한 지도자가 그들의 핵 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고 또 핵 프로그램을 전면 해체할 경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동북아시아에 있어 평화체계가 새롭게 설정될 것”이라고 번역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대폭 축약한 것은 물론 이번 회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와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rrangement)란 메시지를 누락시켰다. 미국 측이 ‘통역 누락’(lost in translation)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통역으로부터 들은 노 대통령은 두 가지 핵심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을 보고 “각하께서 조금 전 말씀하실 때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 말씀을 빠뜨리신 것 같은데, 우리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니까 명확히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핵심메시지인 ‘평화조약(a peace treaty)’ 빠트린 통역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요청에 “한국전을 종결시킬 ‘평화조약’(a peace treaty)에 서명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달려 있다”(I said it's up to Kim Jong-il as to whether or not we're able to sign a peace treaty to end the Korean War)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측 통역은 이번에도 ‘평화조약’(a peace treaty)이라는 중요한 정치외교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를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평화체제 제안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면서 두루뭉수리하게 번역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통역의 해석을 듣고 웃으면서 “똑같은 이야기다. 똑같은 얘기인데 김정일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들은 그 다음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다시 한번 정확한 메시지를 요청했다.
이 상황에서 미국 측 통역은 다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각하의 메시지를 좀 더 분명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으면 좋겠다”(If you could be a little bit clearer in your message)라고 표현했다.
노 대통령 조크가 채근으로 바뀌다
노 대통령이 웃으면서 한국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의 보다 정확한 메시지를 듣고 싶다고 요청한 조크가 통역 과정에서 “좀 더 분명하게 말해줄 수 없겠느냐”는 채근으로 비쳐진 대목이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국에서 전쟁은 우리가 끝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의 무기에 관해서 검증 가능하도록 폐기해야 할 것 같다”고 다시 설명을 반복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 언론에 공개되었던 부분은 대통령께서 부시 대통령한테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두 번씩 요청하신 부분에 대한 얘기를 일부 외신 한두 군데가 백악관 측의 설명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 해석해서 ― 상당히 현장 분위기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내용도 모른 체 ― 잘못된 기사를 생성한 것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 회담 내용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이 peace treaty라는 표현까지 써 가면서 구체적으로 한국 전쟁을 평화 조약을 통해서 종결시켜야 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며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사실들을 기존의 하노이 것보다 더 나갔다는 것에 대한 어떠한 평가는 당연하게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사실들을 양 정상들이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정치 외교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상식적으로 잘 아시는 내용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미 충분히 표현했는데 왜 두 번씩이나 물을까 의문을 갖고 당혹해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분위기 나쁘지 않았다”…오마이뉴스 “번역 잘못하면 큰 일”
한겨레는 10일 한미정상회담 통역 해프닝을 다룬 <일부 외신들 회담 분위기 비판…백악관 “우리 통역 잘못” 진화>란 기사에서 “이날 해프닝은 최근 새로 기용된 미국쪽 통역관이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어로 옮기면서 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종전선언’에 대해 얼버무리자,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회담 중 언급했던 식으로 보다 분명한 발언을 요구하는 ‘의욕’을 보이면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청와대 풀기자단도 ‘노 대통령이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니 더 얘기해 달라는 대목에서도 부시는 웃으면서 말했고 분위기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며 ‘다만 미국쪽 통역이 계속 더듬거려 앞뒤 문맥이 좀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재미작가이며 영어교재 저술가인 조화유 씨는 8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노무현-부시 대화가 어색했던 까닭은...>이란 글에서 CNN을 통해 나온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말이 통역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의 오류를 하나하나 들어 “‘번역은 반역’이라는 말도 있다”며 “번역을 잘못하면 큰 일 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미 백악관이 홈페이지(☞ 백악관 홈페이지 한미정상회담 바로가기)를 통해 공개한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 영어 원문 전문이다.
■ President Bush Meets with South Korean President Roh
InterContinental Sydney
Sydney, Australia
PRESIDENT BUSH: Mr. President, thank you for your time. As usual, we had a very friendly and frank discussion about important matters. We discussed our bilateral relations, which are very strong. And we thank you for your contributions to helping young democracies, such as Iraq.
But we spent a lot of time talking about the six-party talks and the progress that is being made in the six-party talks. I understand you're having a summit with the leader of North Korea, and I appreciate the fact that you will urge the North Korean leader to continue to adhere to the agreement that he made with us.
And in our discussions I reaffirmed our government's position that when the North Korean leader fully discloses and gets rid of his nuclear weapons programs, that we can achieve a new security arrangement in the Korean Peninsula, that we can have the peace that we all long for. You and I discussed the Northeast Peace and Security agreement -- arrangement, which we support.
And so I'm optimistic. There's still more work to be done. But nevertheless, Mr. President, when we have worked together we have shown that it's possible to achieve the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that the people long for.
So thank you, sir.
PRESIDENT ROH: (As translated.) As President Bush has stated, we had a very constructive discussion on six-party talks and the North Korean nuclear issue, as well as other bilateral issues between our two countries.
Before we discussed these issues I reaffirmed my support for President Bush and his policies and efforts in Iraq to bring peace. I also thanked the President for his efforts in the visa waiver program -- for his constructive position on this issue.
We both agreed on the positive outlook for the six-party talks. We believe that this progress is very meaningful. And I also thanked President Bush for his resolve to bring peace to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region, for making a strategic decision to bring peace to the region through dialogue.
As is outlined in the 2005 September 19th joint statement, we have a plan for the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 and President Bush also reaffirmed in November of last year in Vietnam of his willingness and his resolve to end the Korean War officially, once and for all. Today we revisited this issue. President Bush reaffirmed his determination to replace the current status in the Korean Peninsula with a permanent peace regime, and he stressed that he would be proceeding with this move after the North Korean nuclear issue is resolved.
We also share the view that should there be more progress in the six-party process, this will be followed by talks to initiate a Northeast Asian regional security mechanism. I also reassured President Bush that the inter-Korean summit will underpin the progress at the six-party talks, that relations -- the inter-Korean relations and the six-party talks should be a mutually reenforcing relationship.
I think I might be wrong -- I think I did not hear President Bush mention the -- a declaration to end the Korean War just now. Did you say so, President Bush?
PRESIDENT BUSH: I said it's up to Kim Jong-il as to whether or not we're able to sign a peace treaty to end the Korean War. He's got to get rid of his weapons in a verifiable fashion. And we're making progress toward that goal. It's up to him.
PRESIDENT ROH: I believe that they are the same thing, Mr. President. If you could be a little bit clearer in your message, I think --
PRESIDENT BUSH: I can't make it any more clear, Mr. President. We look forward to the day when we can end the Korean War. That will end -- will happen when Kim Jong-il verifiably gets rid of his weapons programs and his weapons.
Thank you, sir.
곽중철 (2007-10-04 18:14:41)
[기자의 눈/김승련]‘한미정상회담 해프닝’ 정부 발표만 썼다면…
7월 중순 미국의 지인에게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한미 간 견해차가 크지만 (이런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비핵화 완성 전에는 평화체제를 달성할 수 없다”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말이 북한이 아니라 한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속사정을 잘 알 만한 인사였기에 이 말을 그냥 흘려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내용을 워싱턴에서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서울의 동료 기자를 통해 2명의 정부 당국자로부터 부분적인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취재된 내용은 본보 7월 27일자 A3면에 보도된 바 있다.
7일 오후 호주 시드니에서 한미 정상회담(55분간 진행)이 끝난 뒤 열린 양국 대통령의 언론회동(15분간 진행)은 물밑 기류로만 이해하고 있던 워싱턴과 서울의 온도차를 확인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비핵화 확인 후 평화조약’이라는 원칙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관심을 보였고, 부시 대통령이 TV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를 말해 주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청와대가 회담 직후 내놓은 평가는 예상대로 장밋빛이었다. “8차례의 한미 정상회담 가운데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말도 나왔다.
그럴 즈음 외신에서 “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미국 대통령을 압박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청와대 대변인은 관례를 어겨 가며 “비공개 회동 때 부시 대통령의 발언도 알려 드리겠다”면서 비슷한 기사의 차단에 주력했고, 이튿날 신문은 대체로 이 사안을 ‘해프닝’으로 전했다.
이 상황을 보면서 기자가 떠올린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취재 선진화’가 초래할 암담한 결과였다.
정부 방침에 따라 기자가 대변인실을 통해 신고를 한 후 공직자와 만나면 그 공직자는 얼마나 진실에 입각해 사실을 말할 수 있을까. 정부가 인터넷에 올리는 자료와 홍보논리 이외의 실제 속사정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가운데 정부 홍보책임자가 제공하는 교묘한 홍보 논리의 맹점을 기자가 파고들어 가기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비판적 보도가 줄어드는 만큼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정치권력은 이 같은 조치의 수혜자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결정에 삶을 맡긴 국민도 과연 수혜자일까.
김승련 워싱턴 특파원 srkim@donga.com
곽중철 (2007-10-04 18:18:37)
부시 “평화조약” 거론에 盧대통령 “종전선언은…”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던 7일 호주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을 놓고 미국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공개장소에서 압박했고, … 부시 대통령이 짜증스러워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즉시 "통역의 잘못 때문"이라고 진화에 나섰고, 청와대는 9일 "현장분위기를 모르는 외국 언론이 왜곡된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7일 회담 직후 뒤 열린 언론회동(press availability)장에선 어떤 일이 있었고, 이런 삐걱거림의 진짜 배경은 무엇일까.
백악관이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동영상(10분17초 분량·http://www.whitehouse.gov/news/releases/2007/09/20070907-3.html)과 영문속기록 그리고 청와대가 시드니에서 취재중인 한국기자단에게 제공한 한국어 녹취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정리해 봤다. 청와대 홈페이지 동영상은 통역부분이 편집된 채 올라있어서 통역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래 기사에 쓰인 시간표시는 백악관 동영상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실제 상황=두 대통령은 이른바 모두(冒頭) 발언을 차례로 했다. 노 대통령은 다른 양자현안에 대해 언급한 뒤 자연스럽게 부시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논란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미평화협정 사안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2차례나 물으면서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08:13)="각하께서 조금 전 말씀하실 때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 말씀을 빠뜨리신 것 같습니다."
한국통역은 이를 옮기면서 노 대통령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제가 틀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I think I might be wrong)"이라는 말을 추가했다. 또 "한국전쟁 종전선언(declaration to end the Korean War) 이야기를 못 들었다"고 통역해 평화체제보다는 '종전 선언'에 초점을 맞춰 통역했다.
△부시 대통령(08:42)="한국전을 종결시킬 평화조약(peace treaty)을 서명(sign)하느냐 못하느냐는 김정일 위원장에 달려있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 그에게 달려 있다."
미국 통역은 대체로 이를 정확히 전달했다. 다만 "평화조약을 서명하느냐 못하느냐"라는 대목에서 '서명'이라는 말을 빼고 "평화조약을 하느냐 안하느냐"고 했다. 오히려 청와대가 시드니에서 취재중인 한국 기자들에게 제공한 자료에는 "평화체제 제안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못 통역한 것으로 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09:13)=노 대통령은 말을 받아 뭔가를 말하려다가 잠시 가볍게 허허 하고 웃으며 천장을 2초가량 올려다봤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똑같은 얘기인데, 김정일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들은 그 다음 얘기를 오히려 듣고 싶어 한다."
한국 통역은 이를 "They are the same thing. If you could be a little bit clearer….(조금 더 명확하게 해 달라)"라고 옮겼다. 배석했던 양국 당국자들은 clearer라는 말이 나올 때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부시 대통령(09:40)="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씀드릴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전쟁은 우리가 끝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일 씨가 그의 무기에 관해서 검증 가능하도록 폐기해야 할 것 같다. 감사하다(Thank you, sir)"
부시 대통령의 대답은 역시 미국정책의 모범답안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말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통역이 끝난 뒤 "Thank you, sir."라는 말을 한번 더 짧게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말은 부시 대통령이 회견이나 회담을 마치려고 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10분17초간 TV 카메라 앞에 선 두 정상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서울시간으로 7일 오후 3시45분 경 끝난 이날 언론회동 상황은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외교적 관례와 달랐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복잡해 졌다.
AP 통신은 "양국 지도자가 카메라 앞에서 밀고 당김을 했는데 이는 삼가하며 섬세하게 말하는 게 관례인 외교세계에선 놀랄만한 일"이라며 "지도자들의 말투는 여전히 가벼웠지만 '더이상 어떻게 더 분명하게 말씀드릴지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부시 대통령의 반응은 굳었다"고 보도했다. 또 노 대통령의 말에 미국 대표단은 웃음을 지었지만 신경이 쓰이는 듯했고, 부시 대통령은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동영상을 확인할 때 과연 부시 대통령이 얼마나 굳었고, 곤혹스러웠는지는 평가가 다를 수 있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시차 때문에 24시간이 지난 뒤 인쇄된 8일자 신문에서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신문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압박했고(pressed) 부시 대통령 표정이 짜증스런 표정이었다(irked)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또 한미정상 회담 직후 있은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노 대통령과의 회동과는 대조적으로 웃음이 넘쳤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들이 이 상황에 주목하자 백악관 고든 존드로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통역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 진화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도 외견상의 긴장에 대해 언론들이 보도하자 백악관이 통역 실수를 탓하며 재빨리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9일 통역실수에 따른 상황전개임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통역오류가 있었던 곳을 적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 기자단에게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의 새 안보체제에 대해 설명했으나, 미국통역이 막연하게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고만 전달했다. 부시 대통령은 '충분히 설명했는데 왜 노 대통령이 자꾸 물을까'라고 의아해 한 것이다"라고 당시 어색한 상황이 빚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도 공식적으로 통역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와 백악관이 공개한 발언록을 보면 미국 통역이 노 대통령이 이 사안을 2차례나 재촉해 묻게 만들 정도로 큰 통역실수를 했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미국 통역은 "북한지도자가 … (핵을 포기하면) 한반도에 새로운 안보체제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영어를 "… (핵을 포기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동북아에 평화체계를 새롭게 설정하게 된다"고 한국어로 옮겼다.
이러한 어색함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대통령 선거정국 및 남북정상회담에 필요한 '듣고 싶은 이야기'를 유도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정해진 답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나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도 이 대목에 주목했다. 8일자 기사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옆자리의 부시 대통령에게 북미간 적대적 상황을 공식적으로 끝낸다는 선언을 해 달라고 압박했다(publicly pressed the American president to declare a formal end to the hostilities). 이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확인될 때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썼다.
어색한 회담장면이 생중계된 뒤 워싱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한미간에 물밑 시각차가 드러난 측면도 강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장기간의 노력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가 완성되는 것을 전제로 한 법률행위인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을 구상해 왔다. 반면 한국정부는 비핵화 이전이라도 '말로 하는 선언'을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미국에 비춰왔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7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줄곧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평화체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반복해 말해왔다"며 "이 말은 평양이 아닌 한국정부에게 들으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즉, 한국정부가 비핵화라는 실체를 만져보기 전에 일단 '거대담론 차원의 선언'을 먼저 내놓으려고 하는데 대한 부시 행정부의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7일 정상회담 후 TV 카메라 앞에 선 10여분 동안 부시 대통령은 "평화조약(Peace Treaty)"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썼다. 반면 노 대통령의 말은 "종전선언(Declaration)"으로 통역돼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시드니=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