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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소속 통역사 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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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4-02-04 00:00 조회3,5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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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장으로 있는 외대 통역번역센터는
 언어별로 팀장이 있어 센터로 들어오는 통역일은
 팀장이 자율적으로 공평하게 소속 통역사들에게
 배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까지는 영어 통역 일이 많아
 소속 통역사들이 모두 동원된 날에는
 고객의 양해를 얻어 2학년 학생들을
 회의 통역에 투입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새해들어 4월 총선을 앞두고서는
 통역 일도 크게 줄고, 특히 새 졸업생들의 취업 시장이
 얼어 붙어 있습니다. 봄이 오면서 서서히
 풀리기를 기대합니다.

이렇게 일이 적을 때 통역사들의 불만이 표출되는데
 그 중 하나가 <순차번역반 졸업생이 동시통역을 한다>는 것과
 그런 졸업생은 주로 <곽 교수의 귀여움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저는 이 사이트 <현장이야기>의 84번 글에서 밝혔듯이
 센터로 들어온 일이 아닌, 제가 직접 수주한 회의에
N 군을 투입했을 뿐, 제가 <귀여워하는> 순차통역반 졸업생을
 한 번도 쓴 일이 없습니다.
우선, 순차통역전공에게 회의통역을 시킬 수가 없지 않습니까?

 <현장이야기>에서 설명했듯이 N군은 월드컵 조직위에서
 관련 업무에 통달해 자연스레 동시통역 능력을 배양했고,
2002년 5-6월, 저와 함께 월드컵 일일 언론 브리핑 통역을
 큰 문제 없이 수행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제가 수주한, 같은 스포츠 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회의와
 대구 유니버시아드 회의도 나와 함께 통역하도록 해
 큰 문제없이 해냈습니다. 국제 스포츠 관련 회의 통역은
 그 분야에 통달한 N군이 어느 회의 통역 졸업생보다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고, N군은 이를 증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졸업 후 위스퍼링이나 동시통역을 두려워하는
 순차반 학생들에게 <인하우스 통역사로 취직해
 몇달만에 관련 업무에 통달하면 위스퍼링이나 동시는
 저절로 되니, 걱정말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거지요.

또 한번 N군을 투입한 것은 이라크 공격 시
YTN의 동시 통역일이었는데 YTN의 제 후임 국제부장 부탁으로
 통역사를 물색해보니 내로라하는 졸업생 중
TV 통역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YTN은 공중파 방송보다 통역료도 적게 줍니다.
전쟁이 무르익어 가자 너도 나도 방송 통역에 나섰지만
 전쟁 초기에는 모두들 꺼려했습니다.
공격이 시작된 날 오후부터 새벽까지 계속된 통역에서
N 군은 <준비된 통역사>의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그 동안 센터로 들어온 일은 모두 팀장이 배분했고,
N군은 일절 배분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N군이, 다른 에이전시로부터 요청을 받아
 회의 통역을 하는 것은 센터나 나의 소관이 아닙니다.
그것은 N군의 <생존권> 문제입니다.
순차통역 전공생은 동시 통역하면 안된다는 법이 있나요?
그런 법이 있다면 헌법 정신에 위배 되겠지요.

N 군의 회의 통역 수행 여부는 타 에이전시와 고객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N군의 동시통역이 시원찮으면 자연히 시장에서 퇴출당하겠지요.

다음으로, 제가 귀여워하는 졸업생들에게만 특혜를 준다고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실명을 밝히세요.
제가 지금까지 한 일은, 회의반 졸업생 중
 동시 능력을 타고 났다고 판단되는 자들이
 동시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졸업 후 1년 남짓 조금 도와준 것 뿐입니다.

대학원 교수 5년에 제가 느낀 것은
<새 졸업생은 최대 1년만 좀 돌봐주면
 모두 홀로 서기 때문에 더 도와줄 수도,
도와줄 필요도 없다. 1년 지나면 도와달라고 오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L 군은 1년 후 모두가 인정하는 통역사가 되어
 활동 중이라 더 이상 전혀 도움이 필요없고,
L 군 외에 제가 수주한 법무부의 반부패회의에 투입됐던
P 양은 1년 만에 미국으로 떠났고, L양은 6개월만에
 삼성의 계약직 통역사로 갔습니다. 더 이상 <귀여움>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된 거지요. 특히 L양은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기 전까지는 저와 개인적인 대화 한 번 나누지 않은
 관계였습니다.

외무부의 민주 공동체 회의 등에서 N 군이 한 일은
 통역보다는 저를 도와주는 행정업무였습니다.
외국인 통역사들의 호텔 체크인과 상호 연락,
회의장 통역 시설 점검, 연설문 복사 및 배부, 통역료 배분 등
 궂은 일을 도맡아 주었습니다.

제 귀여움을 받는다고 오해되는 졸업생들은
 첫째, 통역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이고,
둘째, 전화나 이메일로나마 제게 가끔씩 근황을 애기하고
 솔직히 개인적 문제를 상의하는 사람들입니다.

나머지 센터 소속 통역사들은
 그럴 필요가 없는지 졸업시험 결과나 향후 계획,
게인적 문제들을 한번도 알리지 않는 이가 대부분입니다.

저로서는 그들의 생사도, 국내 체류 여부도 알 길이 없습니다.
팀장이 알아서 일을 배분하기에
 다른 일도 바쁜 제가, 다 챙길 수가 없습니다.
배분된 통역이 끝나도 센터 관계자들에게
<고맙다>고 전화 한 통 해주는 사람이 드뭅니다.
사설 에이전시와 달리 학교 센터에는
 더 높은 도덕성과 공정성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왜 나는 귀여워해주지 않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제 부덕의 소치니 앞으로는 모든 졸업생들의 근황을
 일일히 챙기면서 모두를 귀여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곽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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