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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진 오역 논란--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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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4-03-10 00:00 조회3,1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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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다시 불거진 오역 논란
1급 필자들 글도 誤譯투성이…벼락치기 번역 언제까지?

오역(誤譯)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진태원(서울대 강사)씨가 최근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예스24’ 독자 서평에 자크 데리다의 ‘불량배들’(휴머니스트)이 “너무하다 싶을 만큼의 오역으로 점철돼 있다”고 비판하고 이를 ‘교수신문’이 보도하자 번역자 이경신(박사 과정)씨가 반박문을 올렸다. “데리다 특유의 문체를 살리려는 시도였으므로 ‘모든 페이지가 오역’이라는 말은 잘못됐다”고 반박했지만 “번역 기간이 짧은 데 따른 부주의에서 (일부 오역이) 기인했다”고 했다.
진씨는 이 책에서 오역의 예를 10개나 들었다. 예를 들어 79페이지 “저는 아랍-이슬람적이라는 종종 악용되는 결합의 특징을 아랍적, 그리고 차례로 이슬람적이라고 말합니다”는 “아랍-이슬람적이라는 식으로 자주 악용되곤 하는 붙임표를 쓰지 않기 위해 저는 차례차례 아랍 그리고 이슬람이라고 말합니다”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씨의 초점은 ‘불량배들’의 오역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라마톨로지’(김성도 역) ‘마르크스의 유령들’(양운덕 역)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이진경 등 역) 등 국내 인문학계의 ‘일급 필자’들이 번역한 책에 대해서도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등 오역이 많다”며 “난해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서를 서둘러 번역해서 내놓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번역이 있는 한 오역은 피할 수 없는 멍에일까. 한 유명 출판사가 펴낸 미국여행기는 ‘주유소’란 뜻으로 쓰인 ‘스테이션(station)’을 ‘역(驛)’이라고 썼고, 이름난 관광지인 ‘사우전드 아일랜드’를 ‘1000개의 섬’이라고 직역하기도 했다. 영미문학연구회는 최근 기존 영미 고전 번역본들이 오역 투성이란 연구를 내놨고, 이름난 작가의 ‘삼국지’ 번역에도 오역이 많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오역(誤譯)’의 근본 원인으로는 번역자에게 시간을 너무 짧게 주는 출판계의 고질적인 관행이 지적된다. 또 번역이 학술 업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연구자들에게 ‘과외의 일’쯤으로 치부되는 것도 문제다. 김지원 한국번역학회장(세종대 교수)은 “번역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른 전문가나 외국인과 토론해야 하지만, 국내 학자들은 자기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드러내길 싫어한다”고 말했다.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 조선일보 200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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