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통번역사는 아직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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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4-06 16:24 조회1,90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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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통번역사는 아직 건재하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곽중철 010-5214-1314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끝나자 바벨탑의 언어장벽도 허물어져 인간의 통번역은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통번역업계에 퍼졌다. 당시에 내려진 결론 중 하나는 이제 AI가 번역을 하면 인간이 감수를 하는 기계번역 편집(post-editing)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번역사는 재래의 번역이 아니라 편집자나 기술문서 전문 작성자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7년, 이번에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나와 더 큰 충격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7년 전과 비교해 전문 통번역사들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다. 아마추어 번역사들의 초벌번역 일은 AI 번역이 너끈히 처리하고 있지만 전문 번역사들은 큰 변화없이 고급번역 일감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번역기계 사용가능성을 전제로 번역료가 좀 떨어지고 최근 3년여 코로나 사태로 대면 국제회의가 줄어들어 동시통역사들도 일감이 줄고 화상회의 재택 통역을 하면서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코로나가 약화되자 다시 3년 전 일감을 회복하고 있어 다들 바쁘다.
2016년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1승 4패로 참패했지만, 프로 바둑기사는 사라지기는커녕 여전히 활발하게 대국 중인 상황과 마찬가지로 보인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으로 통번역사 등이 꼽히는 보도에 대해 많은 통번역사들은 “큰 타격이 없을 것 같다”거나 “AI가 우리를 대체하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회계사, 통역사, 변호사 등 생성형 AI가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 직업 근로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많은 이들은 “AI가 사람을 완전히 따라오긴 힘들다”고 답한다. 어느 회계사는 “일단 회계 실무에서 대화형 AI를 쓰려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회계 업무는 원칙을 기준으로 하지만, 논리와 실제 적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챗GPT가 뚝딱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선을 긋는다.
통번역사들은 “AI가 통번역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은 6년이 넘도록 들어왔지만, 기계는 기계”라 한다. 한 통역사는 “물론 음성 챗GPT가 발전해 완전하게 음성인식을 하고 번역과 통역을 할 날이 올지는 모르지만 말의 미묘한 뉘앙스를 파악하거나 돌발상황 대처능력 등 여러 면에서 인간 통역사를 따라오지는 못할 것”이라며 “현재 챗GPT는 모르는 내용도 아는 척하면서 유창하게 거짓말을 하는 실태를 보면 인간 대체는 아직 먼 미래일 것 같다”고 한다.
인간은 모국어마저도 100%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해 음성인식이 어려운데 그런 모국어를 자동번역하기는 더 어렵다. 불완전한 원문을 알아듣고 다른 말로 옮기는 작업은 아직까지는 인간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발전할수록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로봇과 AI의 몫이 될 것이다. 인류가 단순 반복노동에서 해방돼 남는 시간을 창의적인 고부가가치 경제 활동이나 즐거운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사람들이 비싸게 쌓은 지식과 경험이 수포로 돌아가고, 시대의 흐름을 놓친 이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다. AI 업무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축소에 대비하고 AI 기술진보가 통번역사 모두에게 혜택이 되도록 하는 것이 통번역계가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여, 우리나라의 AI 언어모델 프로그램이 적어도 한국어를 포함한 통번역에서는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자면 기왕의 국가 지원으로 꽤 많은 번역이 이뤄진 한국문학번역원의 자료를 활용하고 그렇게 하여 향상된 AI를 문학번역에도 활용하도록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정부 예산으로 번역된 각종 문서들도 보안문제가 없는 공개 문서일 경우 AI 훈련 데이터로 활용한다면 우리 AI 개발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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