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외국인 현장점검] 월드컵-친절하고 당당하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H.Q.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2-01-05 00:00 조회2,354회 댓글0건

본문

[외국인 현장점검] 월드컵-친절하고 당당하게

"많은 사람이 도와주고 싶어했고 시설도 괜찮았다. 하지만 공항과 호텔을 제외하곤 말이 통하지 않아 썩 유쾌한 나들이는 되지 못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장외 현장을 점검한 외국인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교통.숙박.쇼핑.관광.언어소통 등 `성공 월드컵`을 위해 우리가 갖춰야 할 손님맞이 준비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연말 국내 거주를 막 시작한 외국인 젊은이 5명과 동행 취재를 했다.

그결과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외국인들의 언어소통난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6일 낮 12시30분 지하철 시청역. 상암동 경기장을 찾아나선 제르선 카스티요(21.칠레)는 역무원에게 영어로 가는 길을 물었다.

이곳에서 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려면 2호선을 타고 합정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야 하지만 역무원은 손가락을 아래로 가리키며 "식스(six.6호선)-"만 반복할 뿐이었다.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카스티요가 지하철 승강장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처녀 두명에게 접근하자 그들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한시간을 허비한 후 그에게 길을 알려준 사람은 홍콩에서 관광왔다는 20대 여성이었다.

비슷한 시간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독일인 브리타 호프만(21.여)은 종합관광안내센터에서 독일어 통역을 찾았으나 끝내 실패했다.

 "안내센터에서 독일어로 `서울역으로 어떻게 가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지만 안내자는 대꾸를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영어로 `독일어 안내책자나 서울지도를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영어.일어.중국어로 된 것밖에 없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의사소통 장애는 불편에 그치지 않고 불쾌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외국인이 내 말을 못 알아들을 것으로 생각해 무례한 행동을 하기 쉽고 그런 동작이 외국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후 상암동 경기장행 버스를 탄 중국인 바오샤오둬(鮑曉多.22).

 `월드컵`이라는 말을 알아들은 버스기사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큰 소리로 "내려, 내리라니까"라고 외치며 그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대회기간 중엔 가능하면 많은 지점에 외국어 안내소를 설치해 원스톱 안내가 가능하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양한 외국어 안내책자가 있으면 불편이 크게 줄 것 같습니다."

말이 안 통해 서울 나들이가 고통스러웠던 외국인들의 조언이다.

홍주연.남궁욱 기자 <jdream@joongang.co.kr>

 ▶ 게 재 일 : 2002년 01월 03일 중앙일보 01面
▶ 글 쓴 이 : 홍주연.남궁욱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