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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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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수예찬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2-08-18 00:00 조회2,3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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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대에서의 격정적인(?) 첫 학기가 지나고 3주간 훌쩍~ 호주로 떠났다.

처음에 많이 망설였다. 남보다 통역 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학때 공부 안하면 2학기때 힘들다는 주변의 염려, 방학때 더운 서울에 있기 보다는 머리를 식히고 오는 것이 좋다는 고무적인 권유속에서 갈등하다가 우리반 언니들 3명과 호주로 뜨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우선 훅훅 찌던 서울의 날씨와 달리 시드니는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낮의 작열하는 남반구의 태양..모든 것이 신선했다.

기숙사 방이 조그맣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운동회를 할 것이 아니라면 큰 방이 뭐에 필요하단 말인가. 잘 몰랐던 다른 반 사람들과도 매일 밤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중간에 아파서 조금 고생은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온 몸이 에너지로 가득참을 느꼈다. 특히 호주는 커피가 맛있어서 하루에도 2~3잔씩 사먹으며 감탄하던 것이 기억난다. 커피를 입에도 대지 않던 언니도 호주에 와서 커피를 알았다고 한다.

시드니를 생각할 때 가장 추억할 만한 장면은 페리 위에서 보던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의 전경일 것이다.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니 필자가 원래 인물에 있어서 모자름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으나 새삼 정말 예~술이라고 느꼈다. 이자리는 빌어서 예술흑백 사진을 찍어준 청일점 정모군께 감사드린다. 곽교수님께서 가보셨다는 영화 빠비용을 찍은 곳에 가보진 못했지만 다음에 남편과 함께, 혹은 친구와 함께 오기로 맘먹었다. (지난 광복절에 티비에서 빠삐용을 보여주어서 더욱 새로웠다)

3주간의 외유가 통역과 번역에 있어서 직접적인 도움이 될지는 오직 훗날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의 20대를 보다 풍요롭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자, 그럼 이제 여유를 즐겼으니 다시 전쟁을 시작해보자.. 열심히 일한 2003년 통대 예비입학생 여러분, 여름엔 떠나세요, 그윽한 커피향이 오페라 하무스를 감싸는 시드니로~

∴∴∴∴∴∴∴∴∴∴∴∴ 곽중철님의 글 ∴∴∴∴∴∴∴∴∴∴∴∴
지난 7월 말 1주일 간 시드니를 다녀왔다. 명분은 매쿼리 대학의 NCERLTER(언어연구소)에서 3주간 단기연수 중인 한영과 1학년 11명의 수학상황 점검이었는데 통역센터 업무관계로 예정보다 늦게 출발했다.

시드니 연수는 작년 여름(호주는 겨울)에 이어 두번째였는데 2000년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몬터레이 국제대학원(MIIS)에 BK 사업의 첫 6주 연수단을 보냈으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시드니로 바꾼 것이었다. 몬터레이는 연수비용과 연수기간에 비해 주최 측의 성의가 부족했고 장삿 속의 교과내용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판단이 내려진 때문이었다.

2001년 7월에 시드니로 간 13명의 연수단은 의욕을 보여 외대 통역대학원의 아주 좋은 인상을 남겼으나 민박 프로그램 쪽이 시원찮고, 겨울 날씨에 비해 호주 민박집들이 대체로 멀고, 난방이 없어 추위에 고생했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금년에는 학교 내 기숙사에서 숙식을 할 수 있도록 진작 방향을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 외로 13명 정원에 11명 밖에 지원하지 않아 이 프로그램의 산파 역인 필자를 실망시켰다.

한영과 1학년 학생들의 지원이 시원찮은 연유를 들어보니 3주간 해외에서 놀기보다는 서울 학교에서 착실히 공부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정말 예상 외였다. 시드니에서 연수생들을 만나보고 기숙사를 둘러보니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확신이 섰다.

기숙사의 독방은 닭장같았지만 해리 포터 같은 유서깊은 건물에 푸짐한 양식 식사가 하루 세끼 제공되고 지구의 남쪽 반대편에서 세상을 조망할 수 있는 강의와 시드니 인근을 모두 돌아보는 소풍 프로그램 등 나무랄 것이 없었다. 맑은 공기, 조용하고 가슴이 탁트이는 천혜의 자연... 도데체 이런 프로그램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우리 연수생들은 100만원 남짓한 왕복 항공료만 부담하면 모든 것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공부하기 위해 서울에 있었다고? 공부가 뭔데? 통역이란 것이 고시 공부하듯 머리 싸매고 마주 앉아 그룹 스터디하면 되는 공부인가? 연수 기간 동안 스터디 룸에도 에어컨이 설치되는 기적이 일어났지만 그 더위의 장마 기간 동안 학교에서 정말 공부해 실력이 는 사람이 있는가? 있으면 나와보라...

통역이란 말만 잘하면 되는 공부가 아니다. 많이 알아야한다. 많이 알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이 생각해야한다. 그 더위에 서울을 떠나 시원한 겨울 날씨의 호주 땅에서 남반부의 시각을 보고, 호주 영어를 듣고, 호주 포도주를 마시며 느긋한 호주 사람들과 지내보는 경험이 그룹 스터디보다 훨씬 유익할 것임을 그대들은 모르겠는가? 호주의 역사, 정치, 문화, 사회에 대한 강의가 앞으로 통번역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가?

필자는 세번 째로 시드니에 갔지만 관광을 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나라였다. 복받은 나라였다. 시드니가 왜 세계 3대 미항 중의 하나인지 이제야 알았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졸면서 어울리지 않게 오페라도 하나 보면서 참 잘지은 극장임을 확인했다. 1990년인가 노태우 대통령을 따라 가보았던 오페라 하우스 뒤편의 New South Wales 주 총독 관저가 이사간 후 관광객에 개방됐음도 이번에 알았다. 그 관저에 딸린 테니스 코트에서 대통령은 전 호주 테니스 선수 Newcomb과 친선 경기를 했었는데...

서울로 돌아오기 싫었다. 사회보장제도의 발달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어릴 적부터 입시지옥은 커녕 천혜의 해수욕장에서 윈드 서핑을 배우는 나라 ...교수직보다는 청소업에 종사하는 것이 훨씬 수입이 좋은 나라... 그런 나라에 살고 싶었다. IT 인프라가 부족해 인터넷이 늦게 뜨면 어떤가? 오후 5시만 되면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으면 어떤가? 학교 도서관에서 진짜 독서를 할 수 있을텐데...

이번 겨울(호주는 여름)에는 자비로 날아가 본다이 비치에서 해수욕을 하고 싶다. 골드 코스트의 끝없는 해변을 거닐고 싶다. 바다 낚시도 해보고 싶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붙어 헷갈리지만 작은 차라도 한 대 렌트해 한/호 정상회담 통역 차 대통령 특별기로 가봤던 캔버라도 가보고...

내년 여름에는 한영과 신입생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50대의 여유를 맛보고 싶다. 호주의 와인과 맥주를 종류대로 음미하고 싶다. 9월부터 시작될, 정신없는 서울 생활이 이 꿈을 깨지 말아야할텐데...

이번 연수에 참가한 11명 학생들을 다시 한 번 축하하고, 서울에서 공부하겠다던 답답한 1학년생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 통역이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공부가 아님을 늦게나마 깨닫기 바라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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