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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호된 공부에 시달리는 마음을 인도하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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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Q,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2-01-11 00:00 조회2,6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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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낙관주의

 제게 친구 한 명이 있는데, 그는 제가 보기에 ’눈먼 낙관주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뉴 에이지’풍조를 신봉하며, 삶의 즐거운 면에 대해서나 생활의 ’긍정적인 부분’에만 몰두합니다. 이처럼 현실의 어두운 부분을 계속 외면하다보니, 막상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많이 놀라고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 친구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한 젊은이-



오늘 날 소위 ’뉴 에이지 운동’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노만 빈센트 필’의 저서인 ’긍정적 사고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긍정적 사고방식’이란 그 자체로는 아주 좋은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마친 셀리그만’도 낙관주위가 인간의 정서적 안정에 있어 기본 요소가 됨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는 ’뉴 에이지 식 긍정적 사고’와 ’건강한 낙관주의’ 사이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 에이지 운동’에서 이야기하는 무조건적인 긍정주의는 사물의 즐거운 면만 보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이 매일 같이 걱정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든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러한 태도가 얼마나 심리적인 악영향과 해를 끼치는지 우리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불안을 야기 시켜 온갖 종류의 신경증과 정신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삶의 밝은 면을 보도록 노력하는 것은 좋은 태도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잘되어야 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혜로운 삶의 자세라고 볼 수 없겠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의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되는 많은 시련과 도전을 무의식적으로 부정하고 회피하게 만들어, 우리 삶의 필연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성숙에 필요한 고통’을 경험하지 못하게 합니다. 한마디로 ’반쪽 인생’ 밖에 살지 못하는 것이며 이는 우리들을 어느 모로 ’정신적 불구자’가 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런 사람들은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며 심지어 그 원인을 모두 남의 탓으로 전가시키기도 합니다. 유행가 가사 중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은 옳은 말입니다. 사람을 성숙시켜 원만한 인격으로 이끄는 것은 쾌락이 아니고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가 겪게 되는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 완전함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불완전한 생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뉴 에이지 운동’의 문제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현실적인 낙관주의자들은 부정적이고 괴로운 일들도 좋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또한 산다는 것이 늘 기쁘고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경험상, 문제를 회피하다보면 나중에는 더 큰 문제가 닥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호미로도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되고,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게’ 되는 격이지요.

잘못된 낙관주의와 올바른 낙관주의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으로 구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걱정할 것 없어! 무조건 다 잘 될테니까." 이것은 잘못된 낙관주의입니다. 그런데 "일이 많이 꼬였구나. 해결하려면 힘이 좀 들겠는데. 하지만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잘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올바른 낙관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세상일 중에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전혀 변화가 없는 일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끝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다 보면 결국은 좌절감을 맛보게 되고 이로 인하여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 문제가 용기를 가지고 맞닥뜨려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아니면 조용히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정한 마음이 요구되며, 마음의 평정함은 자신과 이웃 사람들을 두루 사랑하려는 원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2000년 4월호 ’그물’ 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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