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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준 선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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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7-01 14:07 조회3,547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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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준 선물? 2

 

코로나 사태로 자유시간이 많아져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뿐 아니라 어릴 때 열광했던 영화에 나오는 유명 대사(quotes)들까지 찾아볼 수 있는 기쁨도 있었다.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영화는 007 제임스 본드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무법자 시리즈, 그리고 [당산대형, 정무문, 맹룡과강]으로 이어지는 1971년 이후의 이소룡 시리즈였다. 이소룡의 쿵푸 시리즈는 중국어 혹은 홍콩식 영어이니 제외하고 대신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를 묶어 세 시리즈물의 가슴 뛰는 대사를 정리해보려 한다.

 

007 영화 Dr. No 1962에 출시됐고 두번째 애인과 함께 소련서 오다(From Russia with Love) 1963에 나왔으나 우리나라에는 두번째가 먼저 수입되어 1964년쯤 개봉됐을 것이다. 내 나이 11, 초등학교 4학년인데 숀 코네리가 너무나 폼났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하루 종일 가슴이 뛰었다.

 

무법자 영화 시리즈 3개 중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한 줌의 돈]가 나온 것이 1964년이고 잇따라 석양의 건맨(For a Few Dollars More 1965)과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이 줄줄이 개봉되었다. 이소룡의 쿵푸 시리즈가 시작된 1971년부터 헐리우드에서 동시에 출시되기 시작한 것이 더티 해리 시리즈였다. 더티 해리는 우리나라에 이소룡 시리즈보다 한참 늦게 수입돼 상영된 것으로 안다.


1.       제임스 본드의 대사 

 

007의 가장 유명한 대사는 매 편에 나오는 007의 자기 소개말인 “(My name is) Bond… James Bond” 이다. 술집이나 도박장에서 적들의 시선을 느끼며 무심한 듯 던지는 자기 소개는 배역을 맡은 7명의 배우가 다 다르게 연기하지만 난 역시 초대 숀 코너리의 발음을 제일 좋아한다.

 

두번째로 유명한 짧은 대사는 본드가 칵테일을 주문하는 말, “A Martini, shaken, not stirred”이다. “마르티니, 약간 흔들기만 해서, 휘젓지 말고이다. 참고로 프랑스의 알렝 들롱은 영화에서 위스키 약간에 페리에를 많이 넣은 걸(Un peu de whisky, avec beaucoup de Perrier) 좋아한다. 북한의 김정일도 생전에 물은 (파란 병에 든 프랑스 탄산수) 페리에를 좋아했단다. 나도 점심이후에는 커피대신 페리에를 주문한다. 알코올 없는 샴페인이랄까?

 

대영제국 영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007의 대사는 매편마다 풍부하지만 다 소개할 수 없으니 인터넷에 찾아보면 쉽게 접할 수 있다.

 

 

 

2.       무법자의 대사    

 

[황야의 무법자]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고 The Man with No name (무명씨)로 나온다. 그의 대사 중 압권은 아무래도 마지막에 악당 라몬과의 권총pistol과 장총rifle 대결 시에 나온다. 악당들에게 죽도록 얻어맞은 상처에서 회복하면서 지신이 손수 만든 현대의 방탄 조끼인 갑주(breast shield) 철판을 담요 겉옷 안에 감추고 연기 속에 나타난 무명씨는 다음과 같이 외친다.

 

Aim for the heart, Ramon.                 라몬, 심장을 겨눠.

 

라몬은 심장을 쐈지만 무명씨는 쓰러졌다 좀비처럼 일어난다

철판을 벗어난 부위에 맞으면 큰 일이니 무명씨는 짐짓 계속 강조한다.    

 

Aim for the heart, Ramon.                       라몬, 심장을 겨눠.

 

What's wrong, Ramon?                           왜 그래, 라몬?

 

You losing your touch?                           ()이 떨어졌나?

 

Are you afraid, Ramon?                           두려운 거야, 라몬?

 

The heart, Ramon.                                심장이라니까, 라몬.

 

Don't forget the heart.                            심장이 아니면 안돼.

 

Aim for the heart or you'll never stop me. 심장이 아니면 잘대 날 못 막아.

 

3번이상 정확히 심장을 겨누고 쐈지만 유령처럼 일어난 무명씨는 라몬 앞에서 담요를 몸 뒤로 넘겨 자신의 철판 방탄장치를 보여준 후 벗어 던진다. 라몬 곁에 남은 부하들을 처치하고 1:1로 맞선 라몬에게 던지는 말  

 

When a man with a 45 meets a man with a rifle,

 

45구경 권총을 가진 자가 라이플 가진 자를 만나면 

 

you said the man with the pistol's a dead man.

 

권총 가진 자는 죽은 목숨이라고 넌 말했지.

 

Let's see if that's true.              과연 그런가 보자.

 

Go ahead.                                시작해.

 

Load up and shoot.                   장전해서 쏴 봐.

 

무명씨는 마침내 라이플을 장전하던 라몬을 그의 권총으로 처치하고 최후의 승자가 된다. 이제 악당들이 훔친 정부소유 금괴는 선물로 남기고, 악당들의 현상금인 한 줌의 돈(a fistful of dollars)을 챙기려 무명씨는 마을을 떠난다. 황야의 휘파람 소리와 함께      

 

 

 

3.       더티 해리의 대사

 

시리즈 1(1971)에 나오는, 쓰러진 흉악범에게 던지는 유들유들한 명대사가 아무래도 최고 압권이다.     

 

"Did he fire six shots or only five?" Well, to tell you the truth, in all this excitement I kind of lost track myself. But being as this is a . 44 Magnum, the most powerful handgun in the world, and would blow your head clean off, you've got to ask yourself one question: "Do I feel lucky?" Well, do ya, punk?

 

“쟤(해리)가 여섯 발을 쐈나 다섯 발 밖에 안 쐈나라고 생각 중이겠지? 글쎄, 실은 이 북새통 속에서 나도 제 정신이 아니야. 허나 이 총은 44구경 매그넘,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권총이라 네 머리통을 깨끗이 날려버릴 거야. 이제 한가지 너 자신에게 물어봐: “운이 좋을까?”라고. 글쎄, 좋을 것 같아, 죤만아? 

 

운을 걸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총을 집으려는 악당에게 해리는 회심의 마지막 탄환을 발사해 강물 속으로 굴러 떨어트린 후 경찰관 배지를 꺼내 더 먼 강물 속으로 던져버리고는 미련없이 현장을 떠난다. () 

 

ps: 이 외에도 멋진 영화, 멋진 대사는 무궁무진하다. 코로나가 지속되면 계속 정리해 볼 것이다. 기대하시라.

 

댓글목록

곽중철님의 댓글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엔니오 모리꼬네를 기리며
2020.08.04
지난달 유명 인사들의 부음이 잇따라 들려와 마음이 착잡했어요. 하루 차이로 세상을 떠난 두 분(고 박원순 서울시장, 고 백선엽 장군)은 공과가 있어 애도와 추모 기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장례 절차와 장지를 두고 나라가 둘로 갈라진 채 연일 시끄러웠습니다. 지금도 여진(餘震)이 계속돼 울울답답하군요. 두 사람보다 며칠 앞서(7월 6일, 이탈리아 현지시간) 유명을 달리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1928 ~ 2020)는 다른 경우입니다. 만인이 사랑한 엔니오 모리꼬네는 그동안 다섯 차례 아카데미영화제 음악상 후보에 올랐지만 인연이 없다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2016)에서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한 서부영화 <헤이트풀 8(The Hateful Eight)>로 뒤늦게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적셨지요.
영화 음악계를 주도하는 3인방이 있습니다. 존 윌리엄스(<스타워즈> <ET> <조스> <쉰들러 리스트>), 한스 짐머(<레인맨> <글래디에이터> <다크나이트> <인셉션>) 그리고 엔니오 모리꼬네입니다. 그의 필모그래피 역시 화려합니다. <황야의 무법자> <시네마천국> <미션> <러브 어페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모리꼬네는 휘파람, 타악기, 하모니카, 플루트 등 주변 악기를 차용한 실험적 기법과 함께 작품의 주제를 구현하는 깊이 있는 해석에서 단연 돋보입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엔니오 모리꼬네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을 만나면서 운명이 바뀝니다. 초기 대표작이자 이단적인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1964>와 후속 시리즈에서 할리우드의 정석적인 방식을 버리고 휘파람 소리와 남성 코러스 등 비주류 사운드를 도입해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이 곡은 50여 년도 더 지난 지금도 여러 장르에서 패러디가 될 만큼 인상적인 음악입니다. 휘파람 선율을 컬러링으로 사용하는 ‘아재’ 골수팬들도 있지 않은가요.
세르지오 레오네, 엔니오 모리꼬네와 함께 마카로니 웨스턴의 3대 창업 주주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필자가 처음 접한 것도 영화 <황야의 무법자>를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서부영화의 문법을 파괴한 새로운 타입의 영화라고 신문들이 앞 다투어 소개했죠. <황야의 무법자>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요짐보(用心棒)>를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서부극으로 번안한 영화예요. 주인공의 이름은 이름하여 '노바디(Nobody‧無名氏)'인데, 선과 악에 대한 일말의 개념 구분도 없이 두 갱단 사이를 오가며 철저히 자신의 이익만을 쫓습니다. 그러니 존 포드 표 정통서부극의 주제인 권선징악에 길이 든 관객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했을 뿐.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 이후 모리꼬네는 7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집니다. 그러다 금주법 시대의 미국 내 갱스터 사회에서 벌어진 의리와 배신을 다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로 명예를 회복합니다. 암울한 화면과 대비되며 흐르던 서정적인 풀루트 선율은 영화에 비정함을 더했습니다. 그 후 영화 <미션(The Mission), 1986)>에 수록된 ‘가브리엘의 오보에(Gablriel's Oboe)’로 또다시 세인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이 선율은 나중 성악곡(‘넬라 판타지아’)으로 편곡돼 한층 더 친근합니다.
귀에 익은 모리꼬네의 음악은 그밖에도 많습니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언터처블(The Untouchables)>,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공연한 <러브 어페어(Love Affair)>, 소년과 늙은 영상기사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소녀를 향한 금지된 사랑을 그린 <로리타(Lolita)> 주제음악 등. 엔니오 모리꼬네는 니노 로타, 헨리 만시니, 모리스 자르 같은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우리 모두(60대 이상 신중년) 모리꼬네의 자장(磁場) 속에서 시나브로 성장했는지도 모르겠군요.
‘무법자’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모리꼬네의 절친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부탁해 극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 봅니다. 불 꺼진 시가를 입에 문 허접한 사내가 황량한 서부 마을로 들어서는군요. 마침 ‘비정규직’ 무뢰배 너댓 명이 나무 펜스 위에 무료하게 앉거나 기대서서 시간을 죽이고 있어요. 구질구질한 체크무늬 판초를 걸친 못 보던 사내가 말인지 망아지를 타고 느릿느릿 다가오니(좋은 먹잇감이 나타나니) 키득거리며 놀릴 수밖에.
"꼬락서니하곤! 어디서 굴러먹은 개뼈다귀냐? 너 혼자 세상 근심 다 짊어졌냐?"
그러자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귀찮은 듯 웅얼대는 이 사나이 거동 보소. 귀 기울여보니 얼추 이런 내용이더라.
"그래 마음껏 비웃어. 너희들이 나를 보고 웃는 건 괜찮아. 근데 문제는 내 노새(Mule)야. 이 아이는 누가 자길 비웃는 걸 견디지 못하는 성미거든. 그래서 있잖아, 너희들은 곧 죽을 거야. 그것도, 지금 당장! 아, 장송곡은 염려하지 마. 그 계통에 이력이 난 사람한테 부탁해 놓았으니까. 엔니오 모리꼬네라고, 알랑가 모르겄네. "
뒤따르는 집단 살육. 이윽고 허무에 찌든 사나이가 처진 어깨를 하고 지평선 너머로 사라집니다. 휘파람 섞인 기괴하면서도 장중한 멜로디가 흐르며 서서히 화면 암전(暗轉). 디 엔드(The End)!
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