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 Royal Highness The Prince Philip, Duke of Edinburgh

Her Majesty The Queen

영국여왕의 남편 필립 공이 서거했답니다. 나는 서울올림픽조직위(SLOOC) 통역관 시절 국제승마협회장이었던 그를 서너번 통역했습니다. 오늘 옛 앨범을 뒤적여 보니 1984년 여름 SLOOC가 노태우 당시 차기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이끄는 대규모 참관단을 LA 올림픽에 보냈을 때 찍힌 사진이 서너 장 남아 있었습니다. 노위원장이 LA 시내 한 호텔로 그를 초대해 오찬을 함께 했을 때였습니다. 서울 올림픽 전 그는 협회장 자리를 딸인 앤 공주(Princess Anne)에게 물려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의식적으로 주변을 편한 분위기로 만들기위해 쉬운 말로 조크를 하고 먼저 킥킥 웃음을 터뜨리곤 해 통역은 크게 어렵거나 긴장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노 위원장이 긴장해 예의를 갖추려고 했습니다. 통역할 때 그를 "Your Royal Highness"로 지칭하는 것도 약간 부담을 느끼는 눈치였습니다.

 1985년인가 조직위원장이 유럽 순방 중 런던에 들러 버킹엄 궁으로 예방했을 때도 통역했는데 그 때 사진은 없어 유감입니다. 영어, 불어를 번갈아 통역하는 강행군에 런던 사보이 호텔 방에서 깜빡 낮잠이 들었다가 불려 나와 버킹검 궁으로 갔는데 무엄하게도 머리를 빚지 못해 부스스했던 모양입니다. 노위원장은 호텔에 돌아온 후에야 머리 손질을 하라고 주의를 줬습니다. 

필립 공이 서거한 날 마침 서울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호흡곤란 위기를 넘겼다는 보도가 나온 건 우연의 일치겠지요? 필립 공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은 이 홈피 www.jckwak.net의 [추억의 앨범]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