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인사이트] 통역 출신 득세…전략·언어 겸비한 통재는 부족
[중앙일보] 입력 2019.06.19 00:04 |
(전략)
그런 시진핑 시대의 외교에 문제는 없나. 둬웨이는 중국 외교가 과거에 비해 전략적 안목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꼬집었다. 그렇게 된 원인으로는 중국 성장에 따른 중국 외교 환경의 변화를 지적했다. 중국 외교의 수장은 건국 초기 저우언라이(周恩來)나 천이(陳毅)처럼 목숨 걸고 전장을 누비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혁명가에서 나왔다. 그러던 게 2000년대 들어선 제대로 외국어 교육을 받은 외교관으로 바뀌었다. 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외교는 통역을 잘하면 된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중국 외교의 대부로 일컬어지던 첸치천(錢其琛)의 뒤를 이어 2003년 탕자쉬안(唐家璇)이 외교부장에 오르며 어학 전공 출신 외교 수장의 시대를 열었다. 탕은 영어와 일어를 배웠다. 이후 영어를 공부한 양제츠와 리자오싱(李肇星)이 뒤를 이었고 현재는 일어 전공의 왕이(王毅)가 외교부장이다. 문제는 혁명가 출신의 외교 수장이 투박하긴 했어도 호방하고 전략에 능했던 데 반해 어학 전공의 외교 사령탑은 온화하고 섬세하지만 전략에 약하고 돌파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점이다.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외교의 업무가 과거처럼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중국의 부상에 따라 발생하는 복잡한 외부의 도전, 심지어 중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극복해야 하는데 ‘통역’ 출신의 외교관으론 부족하다고 둬웨이는 지적했다. 언어는 기본이요, 각국의 국력 변화와 세계의 흐름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이른바 여러 재주를 두루 갖춘 ‘통재(通才)’가 필요한 시대란 것이다. 둬웨이는 중국 외교가 현재 통역 출신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중앙일보] [차이나인사이트] 통역 출신 득세…전략·언어 겸비한 통재는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