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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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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11-30 00:00 조회5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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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화법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 010-5214-1314

지난 해 말 터진 탄핵정국의 와중에서 우리국민은유체이탈이라는 대통령 화법의 정체를 파악하면서 정치인들의 말에 나름대로의 판단력을 기르게 되었다고 본다. 이제 다음 대통령은 자신이 할 말을 스스로 구상하고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트럼프라는 기업인 출신 새 대통령의 화법이 미 국민과 온 세상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트럼프 화법의 특징은 문장과 어휘의 수준이 낮고, 메시지가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과장된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자주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말은 한자어를 많이 써 영어보다도 언어역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트럼프의 어휘를 원문 그대로 옮기면 말의 수준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트럼프가 쓰는 초등학교 수준의 낱말들을 우리말로 옮길 때는 교양 있는 한자어로 적당히 바꾸어 줘야 거부감이 덜해진다. 가령 트럼프가 “NATFA is a bad deal”이라고 하면 원문 그대로나프타는 나쁜 거래라고 하기보다미국에 불리한 협정이라고 옮기는 식이다.  “Obamacare is terrible” 이라는 문장도오바마케어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점잖게 풀어 쓸 수 있다.

트럼프의 화법은 내용에서도 단순하고 직설적인 모습을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하면서 “America is in a mess(미국은 혼란에 빠져있다)”라고 하는 등 저학력 유권자도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메시지를 구성한다. 이로써 기성 정치인들의 정제되고 계산된 수사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트럼프는 부동산 거부의 아들로 자라나 전형적인 상류층의 길을 걸었음에도 이런 직관적인 메시지로 서민적인 이미지를 얻어 표를 끌었다. 최근에는북한은 매우 버릇없이 행동하고 있다. 미국을 수년간 가지고 놀았다. 중국은 별 도움을 안 줬다는 직설적인 트위트를 날렸다. 

트럼프는 또 과장된 단어와 표현을 즐겨 쓴다. 본인의 인맥을 자랑할 때는 great friends라고 하고, 상대편을 공격할 때는 terrible, disaster, mess 등의 최상급의 부정적 어휘를 동원한다.  대선 초반에는 이런 침소봉대 식 표현이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것 같았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사전에 내용을 가늠하고 발언하는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트럼프는 머리 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높은 살인율을 비판하다가 갑자기그런데 나는 시카고에도 친한 친구들이 있다는 엉뚱한 말을 내뱉는다. 수치나 자료를 인용할 때도 배경설명 없이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만 단편적으로 나열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발언은 문장간의 호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각 문장 수준에서는 맥락의 파악이 어렵고 문단 전체를 들여다 봐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가 성공한 대통령이 될지 실패로 끝난 대통령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유권자들을 향해 한창 말을 쏟아내고 있는 우리 대선 후보들이 그의 화법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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