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발전과 외국어 공부, 통·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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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11-30 00:00 조회3,192회 댓글1건첨부파일
- 뜨거운 찻잔에 달아준 손잡이처럼 스마트폰은 기계.docx (18.7K) 20회 다운로드 DATE : 2017-01-06 17: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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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발전과 외국어 공부, 통·번역
작년 3월 5차례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에 압승을 거두자 인공지능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그 알파고는 최근 세계 최고라는 중국의 커제 9단도 완파 했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AI 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란 예측은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꺼림직하게 하고 있다. 그 전문직종 중 하나가 통·번역인데 번역사들은 최근 구글 같은 해외업체나 네이버 같은 국내업체가 선보이는 기계번역의 품질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기계번역을 당장 시험해보면 분야나 내용에 따라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구글 등의 AI 개발자들은 “바벨탑의 언어장벽이 머지않아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작금의 추세로 보면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다.
통번역사들이여, 통대생들이여, AI 통번역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라. 알파고를 향한 걱정보다는 대비를 해야 한다. AI 통번역이 인간 통번역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비관하지 말라. 증기기관이 생기면서 인력거나 수레를 끄는 사람들은 일감을 잃었지만 더 많은 사람이 기차나 자동차 운전으로 일자리를 얻게 됐다. TV가 생겼어도 라디오 방송은 없어지지 않고 "지금은 라디오 시대"라 했고, 인터넷이 이토록 발전해도 신문이나 서적은 아직 건재하다.
환자의 환부를 찍는 기술이 발전하면 의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를 찍고 판독하는 직업이 또 생긴다. 또 AI로 생산성이 높아져 먹고 살 걱정이 없어지면 여가생활을 지도하는 전문가처럼 차원이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미래 직업으로 등장할 것이다. 더 많은 새 일감이 생겨나고 기존 직업도 일의 형태를 달리해 존재할 수 있다.
전문직인 통번역사가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기계 통번역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통번역이 한낮 기계에 밀릴 정도의 가벼운 과업이라고 보고 그 어려운 훈련을 받았던가? 기계보다 나은 통번역을 할 자신이 없는가? 기계가 해놓은 초벌 통번역을 교정하거나 편집하고, 기계가 모르는 인간적인 터치를 가미할 능력을 우선 길러야하지 않을까?
AI 시대에는 자동차 제조 자동화 시스템이 그랬듯 통번역사의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적어도 초벌 통번역은 기계가 할 것이니 그만큼 통번역사 수도 줄어들 것이다. 그에 따라 기계보다도 못한 통번역을 하는 통번역사는 모두 도태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AI가 가져올 미래의 통번역 교육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AI가 가져올 미래를 교육해야 새로운 통번역 관련 일자리로 옮겨 탈 수 있다. 당장 학부나 대학원 통번역 과정의 1년 차부터 새로운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AI 가 생산하는 통번역의 결과를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기록하며 인간이 기여할 방향을 정해야 한다.
정말로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의 완벽한 기계 통번역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구글 등 업체 관계자의 호언은 아무래도 업체홍보의 목적성이 강하다. 그런 기계가 나온다면 우선 “힘들게 외국어 공부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부터 든다. 이런 조바심은 유독 한국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보다 외국어에 대한 노출이 많고 통번역이 발달한 유럽의 주민들은 “기계가 얼마나 빨리 발전할 지 두고 보자”고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이미 AI가 무엇이며 어떻게 개발·활용해야 하는지 온라인 대학이 생겨났고 수강생만 100만 명이 넘는단다.
문서 번역은 물론, 이어폰 같은 도구(wearable device) 하나로 완벽하게 내 말이 상대방의 언어로 통역되고 상대방의 언어가 내 모국어로 통역돼 들린다면 외국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벽한 기계 통번역이 가능할 때까지 10년이 걸릴 지 100년이 걸릴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당장 외국어 학습을 그만 둘 수가 있을까?
급속 발전 중인 기계통번역은 우리가 해외 여행에서 필요한 의사소통은 도와줄 것이다. 외국의 표지판을 읽고 호텔 직원들과의 소통을 문제없게 할 것이다. 1년 후에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외국 선수들이 한국어 안내판이나 문서를 해독하는 것을 도와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여행을 쉽게 하려고, 국제행사 참가를 용이하게 하려고 외국어 공부를 했던가? 우리는 그보다 훨씬 높은 목표를 추구하지 않았던가?
작금의 상황은 우리가 왜 외국어를 공부하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국민 전체가 영어 공부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우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였고, 대학 졸업 후에는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였고, 취직해서는 남보다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먼저 승진해 남조다 앞서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 피로한 경쟁 대열에 끼지 않은 사람들, 즉 영어를 할 필요가 없는 분들은 기계통번역이 발전하면 할수록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나의 일, 내 직장에서 필요한 영어를 더 잘하려고, 내 분야에서 더 지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익힌 영어를 기계에 맡겨버릴 수 있을까? 사람이 국제회의에 나가 동시통역을 들으려고 이어폰을 끼는 것도 귀찮다. 하물며 외국인 파트너를 만나 얘기할 때마다 통역기계를 찾고, 기계가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상대방이 기계통역에 만족하는 지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사람끼리 공통어로 소통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다. 자신이 직접 해야 마음이 놓이고 인간이 최종 작업을 해야 믿을 수 있다.
AI 기계 통번역을 더욱 발전하게 하라. 막을 방법도 없다. 그 발전 속도와 방향을 면밀하게 추적하면서 인간 통번역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할 일을 찾고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통번역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라. 인간 통번역사가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아라.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인간통역사의 일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