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존댓말을 일절 쓰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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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7-07 15:28 조회1,59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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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원 제자들에게 통역할 때나 공식 석상의 발언 시 차라리 존댓말을 일절 쓰지마라고 강변한다. 해외파든 국내파든 우리말 어법을 잘 배우지 못한 학생들이 너무나 어색한 존댓말을 쓰기때문이다. 사물을 높이는 사물존대나 연장자한테 차상위 연장자를 높이는 [압존법]에 어긋나는 말을 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잘못 말해놓고도 그런 줄을 모르니 더 답답해 "차라리 일절 높임말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대학원 2년동안 아무리 강조해도 못고치고 졸업하는 이가 아주 많다. 통역은 잘 못하면서 어긋난 존대말만 잔뜩 쓰면 "무식하고, 비굴하고, 불쌍해보인다"라고 까지 한다. "과공은 비례"임도 물론이다.
내가 하는 말을 뒷받침해주는 글이 아래처럼 신문에 실리면 반갑고 고맙다....
곽중철 (2016-07-07 15:29:04)
1등 국가에는 없는 존댓말
중앙일보 [노트북을 열며] 김영훈 디지털제작실장
삼성전자에서 내년 3월부터 대리•과장•부장 직함이 사라진다. 대신 이름에 님을 붙여 부른다. ‘홍길동님’ 식이다.
왜 이렇게 하는지는 이미 다 아는 바다.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일하라는 뜻이다. 호칭은 곧 지위고, 지위는 곧 위계며, 위계는 관료화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창조적 발상과 거침없는 토론이 설 자리는 없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정보지능기술연구소처럼 백년지계와 관련된 문제조차 그렇다. ‘BH(청와대) 지시’라는 딱지가 붙으면 토론은 사라지고 속도만 남는다. 기업도 다를 바 없다. 도전적 아이디어는 안정적 지시 앞에 무력하다. 삼성전자의 새 지침은 관료화 극복의 몸부림이다. 취지를 놓고 보면 삼성전자 방침의 방향성은 백번 옳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말이 안 된다. 새 방침은 임원은 빼고 직원에게만 적용된다. 내부에선 “수평적 소통은 부장 이하만 적용되냐”는 자조가 나온다.
수직형 구조의 근원에는 존댓말이 있다. 존댓말은 미풍양속으로 대접받아 왔다. 그러나 존댓말로 상징되는 상명하복은 20세기의 산물일 뿐이다. 근대화와 압축 성장은 속도전이 필요했고, 군대식 지휘체계가 성공의 요체였다. 상•하를 분명하게 가르는 존댓말은 강화됐다.
그러나 존댓말은 1등 국가의 DNA가 아니다. 미국•중국•유럽 등 역사적으로 1등을 해 본 지역에선 존댓말이 없거나, 있어도 약하다. 그들에게 존댓말이 없다고 배려나 존중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토론의 품격은 그들이 더 높다. 반면 한국은 수천 년간 1등 국가를 쫓으며 살아왔다. 중국•일본•미국은 교과서이자 미래였다. 그러니까 존댓말은 퍼스트 무버를 열심히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의 DNA다.
외부에서 지적이 나온 건 오래됐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맬컴 글래드웰은 1997년 괌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추락 사고의 근원을 말에서 찾는다. 당시 조종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부기장은 이상 징후를 알았다. 그러나 그는 직설적이고 강력한 어조로 기장에게 비상 사태를 알리지 못했다. 권위에 눌린 언어 습관 때문이다. 참치잡이 어선 광현 803호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인의 ‘요요’라는 말을 반말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존대와 반말이라는 언어적 위계가 엷었다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교과서가 없어진 시대에 산다.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한국이 이미 겪은 일을 뒤늦게 선진국이 겪는가 하면, 평균 점수는 높은데 개별 점수에선 말도 안 되는 역전이 일어나는 분야도 많다. 상•하, 선•후 구도를 기본으로 살아온 한국이 유독 숨이 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존댓말 DNA를 바꿀 수 없으면, 퍼스트 무버의 DNA도 가질 수 없다.
14년 전에 이미 실험과 증명이 있었다. 2002년 히딩크는 축구장 안에서 존댓말을 없앴다. 한국 축구는 그때만큼 창의적인 플레이를 한 적이 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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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노트북을 열며] 1등 국가에는 없는 존댓말
dimartino (2016-07-18 13:42:18)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한국사회의 차별과 억압(최봉영 저, 지식산업사)' 이라는 책을 읽고 한국어 존비어 체계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데요. 교수님께서 쓴 글에서는 "존댓말을 어설프게 쓸 바에는 차라리 반말을 써라"이고
밑에 기사는 "존댓말을 쓰지 말자"인데 교수님께서 주장하는 바는 전자만인지 아니면 둘다인지 약간 헷갈려서 이렇게 댓글을 올립니다.
저의 경우는 존댓말, 반말 둘 중에 하나로 통일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선문대 허준 교수님도 칼럼을 하나 썼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316823.html
곽중철 (2016-07-18 18:58:22)
제가 "차라리 반말을 써라"고 하지는 않았는데요?
존대말을 쓰지 말라는 것은 이래라 저래라 하라는 게 아니라 "하셨습니다"를 "했습니다"로 하라는 겁니다. 통역사는 공인(公人)이기 때문에 통역 중에 "박대통령님이 말씀하셨습니다"보다는 "박대통령이 말했습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언론보도의 문체와 같다는 말씀입니다.
허준 교수는 제가 아는 훌륭한 후배신데 글이 너무 길어 더 헷갈리지 않나요? ㅎㅎ
dimartino (2016-07-18 19:34:23)
존댓말의 상반된 개념이 반말이다 보니, 차라리 존댓말을 일절 쓰지 마라는 것을 차라리 반말을 써라는 것으로 확대 해석을 했네요... 제가 논점을 잘못 이해하고 교수님의 주장과 전혀 상관없는 존비어 체계에 대해서 괜한 언급을 한 것 같습니다. 혹시 기분이 불편하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곽중철 (2016-07-18 19:48:34)
천만에요, 좋은 지적이었습니다.
내가 하는 말을 뒷받침해주는 글이 아래처럼 신문에 실리면 반갑고 고맙다....
곽중철 (2016-07-07 15:29:04)
1등 국가에는 없는 존댓말
중앙일보 [노트북을 열며] 김영훈 디지털제작실장
삼성전자에서 내년 3월부터 대리•과장•부장 직함이 사라진다. 대신 이름에 님을 붙여 부른다. ‘홍길동님’ 식이다.
왜 이렇게 하는지는 이미 다 아는 바다.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일하라는 뜻이다. 호칭은 곧 지위고, 지위는 곧 위계며, 위계는 관료화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창조적 발상과 거침없는 토론이 설 자리는 없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정보지능기술연구소처럼 백년지계와 관련된 문제조차 그렇다. ‘BH(청와대) 지시’라는 딱지가 붙으면 토론은 사라지고 속도만 남는다. 기업도 다를 바 없다. 도전적 아이디어는 안정적 지시 앞에 무력하다. 삼성전자의 새 지침은 관료화 극복의 몸부림이다. 취지를 놓고 보면 삼성전자 방침의 방향성은 백번 옳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말이 안 된다. 새 방침은 임원은 빼고 직원에게만 적용된다. 내부에선 “수평적 소통은 부장 이하만 적용되냐”는 자조가 나온다.
수직형 구조의 근원에는 존댓말이 있다. 존댓말은 미풍양속으로 대접받아 왔다. 그러나 존댓말로 상징되는 상명하복은 20세기의 산물일 뿐이다. 근대화와 압축 성장은 속도전이 필요했고, 군대식 지휘체계가 성공의 요체였다. 상•하를 분명하게 가르는 존댓말은 강화됐다.
그러나 존댓말은 1등 국가의 DNA가 아니다. 미국•중국•유럽 등 역사적으로 1등을 해 본 지역에선 존댓말이 없거나, 있어도 약하다. 그들에게 존댓말이 없다고 배려나 존중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토론의 품격은 그들이 더 높다. 반면 한국은 수천 년간 1등 국가를 쫓으며 살아왔다. 중국•일본•미국은 교과서이자 미래였다. 그러니까 존댓말은 퍼스트 무버를 열심히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의 DNA다.
외부에서 지적이 나온 건 오래됐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맬컴 글래드웰은 1997년 괌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추락 사고의 근원을 말에서 찾는다. 당시 조종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부기장은 이상 징후를 알았다. 그러나 그는 직설적이고 강력한 어조로 기장에게 비상 사태를 알리지 못했다. 권위에 눌린 언어 습관 때문이다. 참치잡이 어선 광현 803호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인의 ‘요요’라는 말을 반말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존대와 반말이라는 언어적 위계가 엷었다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교과서가 없어진 시대에 산다.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한국이 이미 겪은 일을 뒤늦게 선진국이 겪는가 하면, 평균 점수는 높은데 개별 점수에선 말도 안 되는 역전이 일어나는 분야도 많다. 상•하, 선•후 구도를 기본으로 살아온 한국이 유독 숨이 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존댓말 DNA를 바꿀 수 없으면, 퍼스트 무버의 DNA도 가질 수 없다.
14년 전에 이미 실험과 증명이 있었다. 2002년 히딩크는 축구장 안에서 존댓말을 없앴다. 한국 축구는 그때만큼 창의적인 플레이를 한 적이 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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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노트북을 열며] 1등 국가에는 없는 존댓말
dimartino (2016-07-18 13:42:18)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한국사회의 차별과 억압(최봉영 저, 지식산업사)' 이라는 책을 읽고 한국어 존비어 체계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데요. 교수님께서 쓴 글에서는 "존댓말을 어설프게 쓸 바에는 차라리 반말을 써라"이고
밑에 기사는 "존댓말을 쓰지 말자"인데 교수님께서 주장하는 바는 전자만인지 아니면 둘다인지 약간 헷갈려서 이렇게 댓글을 올립니다.
저의 경우는 존댓말, 반말 둘 중에 하나로 통일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선문대 허준 교수님도 칼럼을 하나 썼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316823.html
곽중철 (2016-07-18 18:58:22)
제가 "차라리 반말을 써라"고 하지는 않았는데요?
존대말을 쓰지 말라는 것은 이래라 저래라 하라는 게 아니라 "하셨습니다"를 "했습니다"로 하라는 겁니다. 통역사는 공인(公人)이기 때문에 통역 중에 "박대통령님이 말씀하셨습니다"보다는 "박대통령이 말했습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언론보도의 문체와 같다는 말씀입니다.
허준 교수는 제가 아는 훌륭한 후배신데 글이 너무 길어 더 헷갈리지 않나요? ㅎㅎ
dimartino (2016-07-18 19:34:23)
존댓말의 상반된 개념이 반말이다 보니, 차라리 존댓말을 일절 쓰지 마라는 것을 차라리 반말을 써라는 것으로 확대 해석을 했네요... 제가 논점을 잘못 이해하고 교수님의 주장과 전혀 상관없는 존비어 체계에 대해서 괜한 언급을 한 것 같습니다. 혹시 기분이 불편하셨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곽중철 (2016-07-18 19:48:34)
천만에요, 좋은 지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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