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금도'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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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11-30 00:00 조회1,58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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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의 말글 탐험] 정치인의 엉터리 '금도' 사용법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조선일보 2017.03.30 03:10
떼쓰면 다 되는 줄 안다. 내가 골랐지만 정말 싫을 때가 많다. 잘못 뽑으면 뒤탈이 심각하다.
어린아이·배우자(配偶者)·코털과 정치인의 공통점이다. 이 말고도 옮기기 민망한 우스개가 쌨다. 방점은 정치인에 있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영국·미국에서도 그들은 만만한 놀림거리다.
아닌 게 아니라 공적(公的) 기관 가운데 국회는 신뢰도·청렴도 모두 꼴찌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이 8000명한테 물어본 결과로, 여느 해나 마찬가지다. 정치인이 말 함부로 하고 뒤집기 잘하는 탓이 크지 않을까.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잦을 법하다.
"그동안 양 진영이 서로 금도를 넘는 품격 없는 언급을 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수년 전부터 계속된 금도를 벗어난 막말 퍼레이드가 대선 출마로 더욱 심해졌다."
금도, 말인즉슨 얼마나 좋은가. 옷깃 금(襟) 법도 도(度). 옷깃을 넉넉히 펼쳐 남을 품어 안을 줄 아는 마음, 한마디로 도량을 뜻한다. 정치인들한테 이런 게 있던가? 아무렇든 두 문장 모두 누구인가 '심한 말'을 했다는 얘기일 뿐이다. 금도를 '금(禁)해야 할 도리'나 '넘지 말아야 할 정도'로 여겼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뜻의 '금도(禁道·禁度)'는 없는 낱말이다. 신조어(新造語)로 인정한다면 모를까. 따라서 '금도를 넘는(벗어난)'이 아니라 '정도가 지나친/도리에 어긋나는' 식으로 표현해야 어울린다.
사람 만나는 게 일이다 보니 정치 소식에 자주 나오는 말이 '회동(會同)'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정 전 국무총리와 조찬 회동을 가졌다.' 회동은 '어떤 목적으로 여럿이 모이는 일'이다. 여럿이라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서넛은 돼야 쓰는 말이다. 그러니 둘이 만나는 일을 회동이라 하기는 마땅치 않다.
'조찬(朝餐)'도 생각해봄 직하다. 뜻은 '손님을 초대해 함께하는 아침 식사'인데…. 정치인 만남이나 뭔가 거창한 모임 아니면 엔간해선 안 쓰는 말이다. 오찬(午餐), 만찬(晩餐)처럼 '잘 차려서 먹는' 느낌마저 든다. 한자어에 무게를 싣는 언어 습관 탓이 크리라. 어쨌든 잔뜩 부풀린 과자 봉지 같다. '아침을 먹으며(겸해) 만났다' 하면 어디가 어때서. 이런 포장용 질소(窒素) 말고 금도 넘치는 정치가 그립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9/20170329036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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