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를 읽고/ 6월 30일 자 [조화유의 한국영어&미국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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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7-06-30 11:18 조회7,606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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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읽고/ 6월 30일 자 [조화유의 한국영어&미국영어]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 010-5214-1314
이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남이 잘못 쓴 글이나 말을 그러려니 지나치는 사람과 안타까워하며 꼭 지적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재미 저술가 조화유 씨는 단연 후자의 부류다. 통번역대학원 수업에서 제자들의 통역과 번역을 반드시 비평(critique)해야 하는 직업병을 가진 필자는 그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몇 달에 한번씩 기고되는 그의 글을 뛰는 가슴으로 읽고 공감하고 있다.
그는 국내의 우리가 외래어 표기를 잘못하고 있는 것을 매번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규칙과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외래어공심위)가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원칙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맞다. 우리는 거의 모든 외국어를 원음에 가깝게 발음하고 쓸 수 있는데도 원어민 발음과 다르게 우리 방식대로 적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우리 언론과 외래어심의공동위, 국립국어원이 일반국민이 가장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민주주의 원칙을 적용해 왔다고 본다. 쌤슨(Samson)보다 ‘삼손’, 딜라일라(Delilah)보다 ‘데리라’라고 쓰면 원음과 큰 차이가 있지만 얼마나 쉬운가? 쌤슨이나 딜라일라는 영어를 모르는 일반국민이 발음하기에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어엿비 여겨 ‘삼손’이나 ‘데리라’라고 쓰자고 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외래어 표기용례집이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1995년이니 20년 이상이 흘렀다. 그 동안 국민들의 외국어 실력도 많이 향상되었으니 외래어 표기법을 다시 손질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정부와 언론이 다시 조화유 씨 같은 여러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높아진 국민의 수준에 맞게 개정하기를 기대한다. 조 씨가 말했듯이 이 과정에서 언론 매체들은 불합리한 외래어공심위 결정에 무조건 따르지 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회의 공기 역할을 톡톡히 해주기 바란다. 외래어 표기법이 바뀌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알파벳을 가진 우리 국민들의 외국어 실력 향상도 가속도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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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중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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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조롱거리 '외래어 표기법' 손질해야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입력 : 2017.07.04 03:07
지난달 30일 연재를 시작한 조선일보의 새 코너 〈조화유의 한국영어&미국영어〉를 읽었다. 첫 회 제목은 'Joseph이 어떻게 조지프인가?'였다. 조화유씨는 우리의 외래어 표기가 현실과 동떨어진 가장 큰 이유로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규칙과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외래어심의공동위)가 정한 표기 원칙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거의 모든 외국어를 원음에 가깝게 발음하고 쓸 수 있는데도 아주 엉뚱한 방식으로 적고 있다.
나는 외래어심의공동위와 국립국어원, 그리고 언론이 일반인이 가장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지나치게 배려한 결과 아닌가 생각한다. 쌤슨(Samson)보다 '삼손', 딜라일라(Delilah)보다 '데리라'라고 쓰면 원음과 큰 차이는 있지만 얼마나 쉬운가? 쌤슨이나 딜라일라는 영어를 모르는 일반 국민이 발음하기에는 어려우니 이를 어엿비 여겨 '삼손' '데리라'로 쓰자고 한 것 아닐까.
외래어 표기 용례집이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1995년이니 20년이 넘었다. 국민의 외국어 실력도 많이 향상되었으니 재손질할 때가 되었다. 언론도 불합리한 결정에 무조건 따르지 말고 이의를 제기해 공기(公器)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그래야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 문자를 가진 우리 국민의 외국어 실력 향상도 가속도를 낼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3/2017070302915.html
곽중철님의 댓글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발언대] Joseph가 '조지프'인 까닭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입력 : 2017.07.10 03:09
6월 30일 자 조선일보 칼럼 'Joseph이 어떻게 조지프인가?'에서는 외래어 표기 규칙과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이하 외심위)의 영어 표기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런데 칼럼 내용 중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 이를 바로잡고 외래어 표기의 취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어 표기법과 외심위의 영어 표기 심의 기준이 원어 발음을 무시하고 철자만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 제2장 제1항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표기 대조표'에 따라 적는다. 예를 들면 같은 철자 'a'라도 '애플(apple)'에서는 '애'로, '에이스(ace)'에서는 '에이'로, '아케이드(arcade)'에서는 '아'로 적게 된다. 칼럼에서 지적한 인명 '조지프(Joseph)' 역시 영어 사전에서 제시하는 발음 기호를 한글로 옮긴 것이다.
장음과 된소리 표기, 시옷 받침 첨가 등을 허용함으로써 한글로 영어 발음을 정확히 표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영어 발음을 한글로 완벽하게 적기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Bush'는 원어 발음을 고려하여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부시'로 적어야 하는데, 이를 '부시' '부쉬' '붓쉬' 중 어느 것으로 적더라도 영어 발음을 똑같이 나타내지는 못한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어에서 온 말을 한글로 일관성 있게 적음으로써 우리 국민이 의사소통에 불편이 없게 하고자 마련했다. 중요한 것은 약속된 표기법을 지킴으로써 언어생활의 불필요한 혼란을 막는 것이다.
한편 이미 국어 생활에서 굳어져 사용되는 외래어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어 발음과 다른 관용 표기도 고려하고 있다. '루스벨트(Roosevelt)' '카메라(camera)' '바나나(banana)' 등이 그 예로, 원어 발음과는 다르지만 이미 1980년대 이전부터 교과서와 언론 등에서 널리 쓰여 온 표기를 존중한 것이다.
이와 같이 외래어 표기는 원어 발음과 사회적 관용을 두루 고려하고 있으며,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정부와 언론이 함께 의논하여 정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9/201707090199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