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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통역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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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2-11 22:36 조회6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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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통역 결산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곽중철


지난 10일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후 영화 기생충의 쾌거에 기여한 사람들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 샤론 최가 재조명되고 있다. 역사의 현장에서 통역사가 오역으로 비난받는게 아니라 화룡점정의 공신으로 극찬을 받는 건 동서양 통틀어 처음이 아닌가 싶다. 특히 유튜브 채널을 도배한 그녀의 통역은 앞으로도 한동안 인구에 회자할 것이다. “도대체 전문 통역사도 아닌 젊은 여성이 어떻게 그런 통역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화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가 전문통역사가 아니고 영화 전문가였기에 그런 통역이 가능했다. 통역은 결국 그 주제를 잘 아는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세대 통역사의 한 사람으로서 샤론 최 신드롬의 연유와 비결을 분석하고 싶다.


첫째, 샤론 최는 타고난 통역사다. 한국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구사한다. 자신도 이번에 자신의 재능이 온 세상의 인정을 받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필자의 지난 40년 통역 경험으로 볼 때 그녀는 매년 통역대학원에 입학하는 수백명 가운데 나타나는 타고난 통역사 한두명에서 볼 수 있는 재능을 타고 났다. 입시 면접에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되는, 전문 통역훈련과 상관없이 나타나는, 숨길 수 없는 재능이다. 그 재능으로 그녀는 스스로 영화관련 통역 실력을 갈고 닦아 자수성가형통역사가 된 것이다.


둘째, 샤론 최는 영화의 세계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다. 또 봉준호를 알고,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공감한다. 매사에 빈틈이 없다는 봉테일은 통역의 중요성을 직감하고 그녀를 골랐고, 통역 전에 자신의 발언 요지를 그녀에게 귀띔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랬다 해도 변수가 많은 500회가량의 즉석 발언과 인터뷰를 대과없이, 아니 뛰어나게 해낸 것은 오롯이 그녀의 능력이다. 또 신체도, 정신도 건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셋째, 샤론 최는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다. 봉 감독을 바라보면서 촌철같은 그의 발언을 분석해 메모를 하면서 찰나에 그 말을 어떻게 원어민들에게 옮겨야 할지 판단하고 자기 말처럼 영어로 옮긴다. 질의자나 청중과 눈맞춤 하면서 소통의 기술을 보여준다. 특히 미 대학수학 시절 익혔을 구어체로 쉽게 풀어내 원어민들을 사로잡는다. 상대방은 그녀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한다.


넷째, 그녀의 작은 머리와 아담한 몸매, 성실하고 겸손하면서도 귀여운 행동이 모성 본능을 자극하면서 의사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만든다


혹자는 그녀가 전문 통역훈련을 받으면 어떨까 상상할 지도 모르나 필자는 그렇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통역에서는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으니, 자신의 꿈인 영화 감독으로 성공하기를 빈다. 또하나의 재능으로 봉준호처럼 타고난 영화감독이 되어 우리나라의 국위를 또 선양해주기를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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