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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구독 강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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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1-23 13:38 조회2,512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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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구독 강요자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곽중철 

 

 

 

1999년 모교 교수로 임용된 후 20년 동안, 정년 후 1주에 한 강좌 강의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 필자가 제자들에게 계속하고 있는 권유는 통역을 잘하고 싶으면 종이 신문을 구독하라는 것이다. 심지어 아침에 종이신문 한 장 읽지 않고는 학교에 오지마라고 협박(?)까지 해왔다.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입학하는 제자들의 대부분은 20대 중 후반, 세상을 모르는 나이다. 나도 그랬다. 통역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처음으로 통역을 배우러 파리 통역대학원으로 유학 갔을 때 필자의 나이는 27, 현지 고참교수들이 우선 원문을 이해해야 통역을 할 수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했을 때 그 의미를 금방 깨닫지 못했다.

 

어린 통역사들이 통역해야 하는 고객은 몇 십년 선배들이고 사계의 전문가들이다. 그 간극을 가장 빨리, 가장 쉽게 메꾸는 방법이 종이신문 읽기라는 확신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종이신문 구독률이 6.4%라니 제자들의 부모마저 신문을 읽지 않는 세상에서 무슨 수로 자식들에게 신문 읽기를 강요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현 대학원생들은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MZ세대가 아닌가? 뉴스 등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다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정년 후 2년 동안 지난 강의 자료를 들춰보니 라떼는 말이야...에 해당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금도 변함없이 제자들에 할 수 있는 말이 종이 신문을 읽어라이고, 진지하게 공부하는 제자들은 이에 공감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제자들에게 종이 신문 구독을 권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득한다.

 

너희들이 인터넷으로 보는 뉴스와 신문의 뉴스는 차원이 다르다. 인터넷에서는 너희들이 보고 싶은 뉴스만 보지만 종이 신문은 싫든 좋든 통역할 때 필요한 모든 세상일을 편집해 보여준다. 고 이병철, 정주영 회장도 새벽에 열 개가 넘는 신문을 보았고, 신문에 세상사가 다 있다고 했다 한다. 한 달 신문 구독료는 너희들이 매일 마시는 고급 카페 커피 두 잔 값이다. 세상 일을 이해하는데 가장 싸고 효율적인 방법이 신문 읽기다. 그 돈이 없다면 내가 대신 내주겠다.

 

모르는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거의 모든 세상일을 보여주는 신문이야 말로 최고의 교재이고, 신문을 보고 나면 통역은 50점을 따고 들어가는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정파성에 따라 원하는 신문을 봐도 좋으니 제발 무식한 통역사는 되지 말아라. 신문을 통해 얻은 지식이 통역에서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외국어가 전공이라 흔들리는 너희들의 한국어를 바로잡는 일도 사회의 언어와 담론을 이끌어가는 신문이요, 언론이다.    

 

다음 강의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제자가 몇 명이나 늘었는지 다시 확인해봐야 하겠다.  ()

 

댓글목록

곽중철님의 댓글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발언대] 젊은이들이 종이 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입력 2020.11.26 03:00

1999년 모교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임용된 후 20여 년 동안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통역을 잘하고 싶으면 종이 신문을 구독하라”는 것이다. “아침에 종이 신문을 읽지 않으면 학교에 오지 말라”는 말까지 한다. 파리 통역대학원 유학 시절, 교수들이 “우선 (프랑스어) 원문을 이해해야 통역을 할 수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했을 때 처음에는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통역대학원에 입학한 20대 중반은 아직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를 때다. 하지만 젊은 통역사들이 상대하는 사람은 각 분야에서 수십 년 활동한 국내외 전문가들이다. 어떤 언어를 통역하든 그들과의 지식 격차를 가장 빨리 메우는 방법은 종이 신문 읽기라는 것을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신문 구독률은 6.4%에 그치고 있다. ‘집에서 종이 신문을 정기 구독하고 있느냐’는 문항에 대한 응답률이다. 신문 구독률은 2000년대 네이버 등 포털의 ‘공짜 뉴스’가 등장하고, 2009년 스마트폰이 본격 등장한 이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더구나 현 대학원생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2030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아닌가. 나는 그들에게 인터넷으로 보는 뉴스와 종이 신문 뉴스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인터넷에서는 본인이 보고 싶은 뉴스만 보지만, 종이 신문은 좋든 싫든 통역할 때 필요한 세상일을 깔끔하게 편집해 보여준다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데 가장 싸고 효율적인 방법은 종이 신문 읽기다. 모르는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거의 모든 세상일을 해설해주는 신문이야말로 최고의 통역 교재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손에 들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이 종이 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교수님최고님의 댓글

교수님최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요즘은 중앙일보 기준 스타벅스 톨사이즈 아메리카노 다섯 잔 값으로 구독료가 올랐습니다...
스타벅스 메뉴판의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것 같지 않은데 종이신문 구독료만 유독 현저하게 오른 걸 보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종이신문을 읽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고육책으로 구독료를 인상할까 씁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