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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가 본 미중 알래스카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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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4-12 12:17 조회6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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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가 본 미중 알래스카 회담

곽중철 한국외대 명예교수 010-5214-1314

 

지난 3 18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캡틴쿡 호텔에서 열린 미중 외교 수뇌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 시대 미-중 신냉전 서막을 알렸다는 점에서 아직도 국내외 언론이 복기하고 있다. 예정된 만찬도 취소시킨 1시간 여의 첫 회동이 끝난 후 중국 언론은 특이하게도 중국측 통역사의 훌륭한 통역을 칭송하면서 중국 측의 일방적 판정승 결론을 내렸다. 최근 유튜브를 보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많은 중국 TV에서 중국의 미녀 통역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측 통역사 장징(張京)의 통역은 과연 훌륭했다. 미국 측 두 대표의 예정된 각 2분 씩 서두 발언이 끝나고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역시 2분정도로 예상됐던 서두 발언을 무려 16분이나 중간 통역 없이 마쳤는데 장징 통역사가 이를 무리 없이 우아하게 통역해낸 것이다. 미국 측의 영어를 알아듣는 중국 측에 비해 중국어를 모르는 미국 측에게 16분이란 길고도 지루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장징이 다시 16분에 걸쳐 지루하지 않게, 경쾌하고 명료한 발음과 논리로 영어 통역해 낸 것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계속 마스크를 낀 채 통역했지만 전달에 문제가 없을 만큼 그의 목소리는 낭랑했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야 할 것은 이번 미중 회담의 통역이 중국 측의 치밀한 연출의 결과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미중회담 같은 중차대한 역사적 회담을 맡은 통역사는 순수한 의미의 통역사라기보다는 외교관들과 철저히 발을 맞추는 동업자이자 준 외교관이라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장징은 한 달 전 중국 외교부 통역국의 70여 통역사 중에서 선발되어 지옥 훈련을 거쳤다고 했다. 그동안 회담이 어떻게 흘러가고. 양측이 어떤 내용으로 발언할지를 면밀히 예측하고 대비했을 것이다.  중국의 영원한 외교관으로 불리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남긴 말과 같이 입장을 확고히 하고 업무에 익숙하며 정책을 파악하고 기율을 엄수한다(立場 熟悉業務 掌握政策 嚴守紀律)”는 외교의 철칙에 맞추어 통역을 준비했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에서도 완벽한 통역을 위해 모든 말씀 자료를 통역사에게 제공하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측이 애당초 우리의 모두 발언은 의전을 무시하고 중간 통역 없이 끝까지 중국어로 마친다는 전략을 세웠던지, 아니면 회담 하루 전에 미국이 홍콩 사태와 관련해서 중국 측 인사 24명에 대해서 제재를 발표하자 앵커리지 현지에서 그런 당돌한 결정을 내렸는지 그 내막을 알 수는 없다. 어쨌든 장징은 그의 앞에 놓인 노트에 가필을 해가며 통역을 준비했고, 아주 듣기 좋은 음성과 우아한 영어로 통역을 했으며 예상할 수 없는 두 중국 대표의 즉석 발언마저 무리 없이 전달하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냈다. 다시 말하지만 그 자체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한 나라의 외교력에 화룡점정이 되는 것이 훌륭한 통역이다. 우리나라 외교의 통역 역량은 얼마나 될까? 우리도 외교부의 통역 담당 부서를 강화하든지 이 참에 국가통번역원을 설립하는 안을 고려할 때가 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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