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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시통역 왜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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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8-09 22:08 조회6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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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시통역 왜 어려운가

 

뉴스 방송통역은 제일 어려운 통역 장르 중 하나로 3D 업종이다. 실시간 발생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상대로 서비스하니 우선 어렵고(Difficult), 동시통역 전문 시설이 아닌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위성을 타고 들어오는 전파를 통역해야 하니 기술적으로 안정되지 못해 더러우며(Dirty), 잘못하면 수천만의 비난을 받고 실력 없는 통역사라는 낙인이 찍히니 위험하다(Dangerous).   

      

 

19839 3, KAL 007기 격추 사건이 일어났고, KBS, MBC TV 방송이국제적 분노'를 보여주기 위해 처음으로 외국과 위성으로 연결, 여러가지 보도를 하면서 통역사를 불러 통역을 시킨 것이 한국에서의 방송 동시통역의 효시嚆矢였다.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의 연설을 비롯한 각국의 반응과 함께 미국, 일본 등의 전문가들을 연결해서 토론 프로를 마련했는데, 여기에 보통 영한 동시 통역이 필요했다. 그 후 10 9일 미얀마 랑군 국립묘지 폭파 사건에 이어 레이건 미 대 통령의 방한 등으로 위성 중계의 수는 더욱 늘어났고, 양 방송은 경쟁이나 하듯 위성 중계를 남발하기도 했다. 이 방송뉴스 통역이 어려운 이유는

 

첫째, CNN 등의 긴급뉴스는 불시에 터지는 일이 대상이기 때문에 통역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국제회의 통역만 해도 최소한 며칠 전 통역 의뢰를 받고 연설문을 포함한 회의 참고자료를 최대한 입수해 내용을 파악할 수 있지만 긴급뉴스는 그런 준비가 불가하다.

 


둘째, 뉴스 통역은 기자나 앵커의 말도 통역해야 하기 때문에 언론인들이 쓰는 용어를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역사가 갑자기 기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마이크 앞에서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뉴스 통역사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양성을 하든지, 우수 통역사들이 평소에 종이 신문을 읽는 등으로 시사에 정통해 유사 시에 대비해야 한다.

 


2001911일 테러사건이 발생한 날 밤 일부 방송사는 영어에 능통한 기자들이 직접 통역을 맡아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통역사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는 언론 용어를 노련하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일 오전 9시 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성명이 생중계될 때에는 신참 통역사들이 밤새 일하면서 감을 잡아 방송사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2001년 당시 CNN의 한국 내 송출을 위임받은 새 케이블 채널 CSTV Korea의 동시통역은 국내 기존 방송사들이 제공한 통역과는 차이가 컸다. 그 해 초 유료로 전환한 케이블 방송의 CNN 채널은 7월부터 하루에 몇 차례씩 정시 뉴스 방송을 동시통역으로 시험방송 했다. 거기서 통역한 4명의 통역사는 2001년 초 통역대학원을 졸업한 신참들이었다. 그들은 연초부터 CNN 뉴스를 연구했고 7월부터는 실전 경험도 쌓았기 때문에 두 달 후 발생한 9/11 사건 당일에는 제법 안정된 통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2년 당시 국정홍보처는 CSTV의 통역방송을 허가하지 않아 CSTV는 문을 닫았고, 국내에서 뉴스통역 전문 통역사를 양성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무산되었다.  

 


필자는 당시 테러사건 와중에 공중파 방송들의 통역사 구인 소동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었다. CSTV의 통역팀을 보강해 필요할 때 밤을 새워 통역을 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방송사는 원할 때 CSTV의 통역을 받아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긴급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통역사를 급히 구하는 수고도 덜 수 있고 똑같은 CNN 뉴스를 통역하려고 방송사마다 비싼 돈을 들여 통역사를 임시 고용하는 낭비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통역사를 수배하는 소동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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