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통역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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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03-13 23:35 조회24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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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통역 준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곽중철 010-5214-1314
지난 주 3월 4일 미 상하 양원 연설을 계기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 “말의 성찬”이 일단락됐다. 그 닷새 전인 2월 28일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나자 혹자는 젤렌스키가 양복을 입지 않아 일찌감치 미국 측의 반감을 샀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가 통역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외국어인 영어로 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이 “모국어로 말하면 말이 생각을 따라가고 외국어로 말하면 생각이 말을 따라가게 되므로 불리해진다”는 말이 있다.
통역사의 입장에서 트럼프는 가장 통역하기 힘든 미국 대통령일지도 모른다. 자유분방(freewheeling)이라는 형용사는 그의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발언이나 행동을 묘사할 때 종종 사용된다. 자유분방한 만큼 그를 통역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우선 그는 정치인 이전에 사업가이자 방송인으로 다양하게 활동했다. 방송에서 트럼프는 2004년부터 NBC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의 진행자로 활약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다양한 비즈니스 과제를 수행하며 경쟁했고, 트럼프는 매 회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명한 문구로 탈락자를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그의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였으며, 트럼프의 결정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부각시켰다.
방송에서 다져진 그의 쇼맨십은 대중 연설에서 특유의 화법과 제스처로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예를 들어, 2016년 대선 기간 동안 그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며 지지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런 집회에서 그는 즉흥적인 발언과 유머를 활용하여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자신의 의견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도 지지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확산시켰다. 이런 방송 경력과 쇼맨십은 그의 정치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를 독특하고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부각시켰다.
트럼프는 또 성공한 기업인으로 언제든지 정치인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각종 숫자로 경제 논리를 뒷받침하므로 그만큼 통역하기가 힘들어진다. 환율이 계속 불안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내뱉는 억(億), 조(兆) 단위 달러 숫자를 우리말로 옮기는 것은 악몽 같은 경험이 된다.
통역사를 대하는 지도자의 태도에서는 그의 성정이나 인격을 엿볼 수 있다. 트럼프는 통역사들을 단순한 기술자로 생각하고 인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통역에 신경 쓰지 않고 맘대로 발언하고 어떤 때는 통역 듣기를 거부한다.
2천열팔년 5월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 후 약식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 후 "통역을 들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전에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And I don't have to hear the translation because I'm sure I've heard it before")라고 말했을 정도다.
트럼프는 전직 사업가 및 방송인이자 정치가로서 말과 외국어에 관심이 많다. 그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언어와 관련된 언급을 한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 두 정상 부부가 파리 에펠탑에서 식사했을 때 불어 통역이 없어서 마크롱 대통령의 말에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고 회상하며 "그는 나를 제대로 팔아먹었다"고 농담한 적이 있다.
그는 또 2025년 2월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스타머 총리의 영국식 억양을 칭찬하며, "만약 내가 그런 억양을 가졌다면 20년 전에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라는 농담도 했다. 또 프랑스어를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런 발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언어적 특징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사례들이다.
트럼프는 2025년 2월 13일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중, 한 인도 기자의 질문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며 ‘귀하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 억양문제 같은데 내게는 약간 어렵다 ("I cannot understand your words. It's the accent. It is a little bit tough for me"라고 말했다.
지난 달 28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것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통역사 없이 회담에 임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역사상 최악의 외교 실패에는 영어에 능숙했던 젤렌스키가 통역을 쓰지 않고 방심한 측면이 있었다.
조만간 이루어질 한미 정상회담은 이런 모든 변수를 염두에 두고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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