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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미 정상회담과 통역의 전략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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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08-17 18:19 조회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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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미 정상회담과 통역의 전략적 역할이재명 대통령-트럼프 대통령 회동을 앞두고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명예교수 곽중철 010-5214-1314


오는 825,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면할 예정이다. 이 회동은 단순한 외교적 의례를 넘어, 향후 한미 양국 관계의 협상 지형과 전략적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후 반년 남짓 동안 보여온 통상·관세 협상 방식과 대외 압박 수단은 이미 일본, 유럽연합, 캐나다 등 여러 선진국과의 협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 핵심은 회담의 형식과 시점을 가리지 않고 기선 제압을 시도하며, 언론과 여론을 선점하는메시지 주도권 전략이다.

첫 회담의 전개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도 유사한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회담 초반부터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농산물·자동차 시장 접근 문제, 철강 수출 규제 등 통상 현안을 언급하는 동시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를 전면에 올려놓을 수 있다. 미국 국내 정치의 시각에서 보면, “부유한 한국이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혜택을 누리면서도 공정한 몫을 내지 않는다는 주장은 지지층 결집에 유효한 메시지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이나 개인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실제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하고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는 식의 발언을 선제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협상장에서의 발언이 곧바로 여론전에 투입되는 구조를 만들어, 통역사에게 단어 하나, 억양 하나까지도 외교적 파급력을 고려한 신중한 판단을 요구한다.

트럼프 특유의 즉흥적 화법, 돌발적인 농담, 과장된 비유, 그리고 협상 메시지와 국내 정치 메시지를 한 문장에 교묘하게 결합하는 화법은 통역사에게 쉽지 않은 과제가 된다. 발언의 표면적 의미와 그 이면의 전략적 의도를 동시에 포착하지 못하면, 통역이 곧 협상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타국 사례의 시사점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 나타난 통역 관련 사례들은 이번 한국 측 통역팀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번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장황하고 비유가 많은 발언을 이어가자 통역사가 잠시 말을 멈춘 사이, 총리가 직접 영어로 답변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는 통역이 단순한 언어 변환이 아니라맥락을 압축하면서도 메시지의 완결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일본 측 통역사는 농담과 압박이 뒤섞인 발언을 외교적으로 완화하여 전달함으로써, 일본 언론이 회담을정면 충돌이 아닌우호적 분위기로 해석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발언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표현 강도를 조율하는 고도의톤 매니지먼트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캐나다 통역팀은 NAFTA 재협상 당시 철저한 사전 준비로 주목을 받았다. 경제 용어, 관세 수치, 품목 코드 등 세부 사항을 정확하게 숙지하여, 회담장에서 단위와 조건이 혼동 없이 전달되도록 했다. 통상과 안보가 결합된 협상에서 수치와 조건의 정확성은 국가 신뢰와 직결된다.

한국 통역사의 전략적 과제

이번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 통역사가 직면할 과제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발언의 표면적 의미를 충실히 옮기는 동시에, 그 속에 내포된 협상 의도와 정치적 함의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직설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협상 카드와 심리적 압박 요소가 함께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통역 과정에서 감정의 온도를 조율하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직역을 원칙으로 하되,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발언의 핵심 의도를 희석시키지 않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관세율, 무역액, 방위비 금액, 협정 기한 등과 같은 수치는 단 하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과 같은 민감한 재정 수치는 정치·외교적 함의가 크기 때문에, 부정확한 전달은 심각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비유, 속담, 대중문화 참조 등은 사전 자료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 정치사, 사회문화, 대중매체에 대한 폭넓은 배경지식을 갖춰야 한다. 회담 후에도 통역사는 언론 브리핑, 공동성명 작성, 후속 협상 문안 검토 등에서 전략적 자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첫 회담에서 형성된 인상과 톤이 이후 협상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론

이번 첫 한미 정상회담은 형식적 만남을 넘어, 향후 양국 관계의 토대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이고 변칙적인 화법, 방위비와 관세를 결합한 압박 전략, 그리고 이를 둘러싼 즉각적인 여론전은 통역사에게 단순한 언어 전문가를 넘어전략적 소통가로서의 역량을 요구한다. 철저히 준비된 통역만이 예기치 못한 국면에서도 국익을 지키고, 양국 간 신뢰를 유지하는 최후의 방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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