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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통대에도 이런 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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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8-07-04 14:39 조회5,57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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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요즘 국어실력
 김동섭 논설위원 dskim@chosun.com

다음 중 옳은 것은? ①수돼지 ②숫돼지 ③수퇘지 ④숫퇘지. 표준어인 것은? ①쌍용 ②백분율 ③가정난 ④하마트면. 학년 초마다 논술과목을 배우는 KAIST 신입생 700여명이 치르는 국어시험 문항이다. 학생들의 맞춤법이나 표준어, 띄어쓰기 같은 기본 국어실력이 들쭉날쭉이라 학교측은 이 시험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지도한다. 답은 ③번과 ②번이다.

▶서울대 국어교과서 첫 단원 제목은 '韓國思想 硏究의 構想'이다. 국어담당 서재길 연구교수는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제목을 읽어보라고 한다. 硏究(연구)까지는 절반가량이 제대로 읽지만 構想(구상)까지 맞히는 학생은 열에 한 명도 안 된다. 이러니 기업들이 꼽는 신입사원 업무능력의 문제점에서 '국어 능력 부족'(5.6%)이 '외국어 능력 부족'(5.1%)보다 심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 학생들 국어실력이 어떤 지경인지가 어제 조선일보에 실렸다. 교수가 '타자'(他者·다른 사람)를 설명하자 학생이 손을 들어 "타짜(눈 속임 잘하는 노름꾼)를 잘못 쓰셨느냐"고 질문한다. 중3은 문외한(門外漢)을 '무뇌한'으로 써놓곤 "뇌가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모든 일이 수포(水泡·물거품)로 돌아갔다'를 '숲으로 돌아갔다'고 쓴 고1도 있다.

▶아이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금도'(襟度)는 교수, 칼럼니스트 같은 지식층조차 '넘어선 안 될 선'이라는 뜻으로 쓴다. 금(襟)은 '옷깃이나 마음'을, 도(度)는 '정도나 도량'을 나타내니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도량'이라는 뜻이다. 경조사에 돈이나 물건을 보태 돕는 '부조(扶助)'는 흔히 '부주'라고 한다. 복분(福分)이 좋고 좋지 않은 건 운수 소관이라는 '복불복'(福不福)을 '복걸복'으로 말하는 이도 많다.

▶우리 대학 진학률은 90%에 육박한다. 1970년 이후 문맹률 조사를 한 적도 없다. 그러나 요즘 국어실력을 보면 '제2의 문맹'이라 할 상황이다. 말하기·듣기·쓰기 같은 국어교육이 소홀하고, 우리 말의 70%가 한자의 조합인데도 한자교육을 버리고 말았다. 괴상한 인터넷 언어가 횡행하고 방송의 언어파괴가 가세했다. 며칠 뒤 국립국어원이 문맹률을 비롯한 국민 국어실력 조사에 나서는 게 우연이 아니다.

입력 : 2008.07.03 21:51 / 수정 : 2008.07.0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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