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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12년 만의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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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0-06-28 16:24 조회3,9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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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학기부터 1년간 안식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젊은 교수들은 해외로 나가지만 나는 주로 국내에 머물며 자유 여행을 하려고 합니다. 강의만 하지 않을 뿐 여러가지 일과 생각을 해볼 작정입니다. 12년 만에 갖게된 안식년이라 약간의 두려움이 일기도 합니다. 평생을 일 속에 빠져 살았거든요.

최근 통대의 현황에서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최근 2-3년 간 한영과의 점점 더 많은 교수, 강사들이 재학생들의 자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점입니다. 학급의 반 이상 학생이 기본 실력조차 없다는 겁니다. 통역은 커녕 우리 말이나 영어를 잘 알아듣지도 못한다는 겁니다. 특히 한영 통역은 심각한 수준이랍니다. 이런 상태로 졸업한 사람들이 통역시장에서 고객들로부터 "통대 졸업생 맞아? 더군다나 외대 통대 졸업생이?"라는 불평을 듣는 사례가 점점 더 자주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 전국적으로 통대 지원생들의 수준이 떨어졌거나, 우리가 입시를 잘못 운영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내년(2011)의 입시부터는 1차 문제를 모두 영어 주관식으로 바꾸고, 교과과정도 대폭 개정하려고 합니다. 시내 학원 통대입시 준비반에서 1차 시험의 <찍기>를 배워 들어오는 학생들 때문에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학교로 가는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졸업한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다해도 재학생 여러분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합니다.

여러분 중 반 이상이 모국어가 없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어문 교육이 잘못되어 영어만 강조하다보니 영어도, 한국어도 모국어가 아닌 alingual 상태가 된겁니다. 그런 상태를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간단한 문장 번역을 시켜봐도 그 말이 맞는 말인지, 뭐가 잘못됐는지 헤매는 사람이 많습니다.

모국어가 없으면 깊고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없습니다. 한국어든 영어든 듣고 읽을 때 분명한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고 희미한 안개 속을 헤매는 겁니다. 모국어로 얘기할 때는 말이 생각을 따라가고, 외국어로 얘기할 때는 생각이 말을 따라간다는데 여러분은 모두 잘 안되는 두 언어를 생각이 따라가니 명석한 사고도 할 수 없고 통역이 느려지는 거지요.

이런 학생들은 분발해야합니다. 졸업하기 전 두 언어 중 한가지라도 획실하게 익히지 않으면 통번역 실무는 물론 한 평생을 희미한 안개 속에서 살지도 모릅니다.

첫째, 서울에 살면서 우리 말을 확실하게 배워야합니다. 한자를 모르면 영어 단어 전에 한자를 먼저 배워야합니다. 신문마다 NIE 섹션도 있습니다. 그래야 매일 아침 읽는 신문 기사들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영어도 문법 등 기초부터 다시 확인한 후 좋은 문장을 많이 외워야합니다. 회의 통역반 학생 중 자꾸 졸업시험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은 영어 문장 외우기를 게을리 한 결과입니다. 원어민들이 하는 영어의 자연스러움(spontaneity)이 없고, 영어에 번역 냄새가 나고, 유창함(fluency)이 없는 겁니다. 그런 기본 실력도 없이 <학교가 날 위해 해준 게 뭐가있나?>라고 하지 마세요. 여러분을 잘못 뽑은 학교에도 책임이 있지만 통대생의 기본기를 익히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끝)   



 

 
 
 

곽중철 (2010-08-06 09:16:04) 
 
[편집자에게] '漢字文盲'서 벗어나야
 윤한수 극작가 2010.08.05 조선일보 펌

"한자 2급도 '大韓民國' 제대로 못 써" 8월 4일자 A8면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썼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大韓民國' 글씨다. 그것도 소위 국가공인 한자 급수 3급·2급 자격증 소지자가 '大韓民國'도 못 쓴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한자문화권(漢字文化圈)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한자를 떠나서는 진정한 문화활동, 진정한 언어활동을 할 수 없다. 한자(漢字)를 배운다는 것은 우리의 문화, 우리말을 배우기 위함이다. 우리말의 75%가 한자어를 이루어졌다. 한자를 모르면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으며, 수준 높은 언어를 구사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한자를 홀대하는 것일까. 우리는 한자를 통해 우리 선조의 삶과 지혜와 정신을 터득할 수도 있고, 또한 인격과 인성, 지식을 한자가 선물해 준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단 말인가.

요즘 각 대학에서 한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왕 중요성을 강조할 바에는 질을 좀 높였으면 한다. 한자 급수 3급·2급을 따려고 훈(訓)과 음(音)을 달달 익히는 공부 방법은 진정한 한자 학습일 수 없다. 한자 학습의 목적은 어휘에 있다. 물론 사자성어·고사성어를 통해 삶의 지혜도 배울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어휘에 있다.

진정한 한자 공부는 급수를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니다. 수박 겉핥기식, 점수 따기식의 공부를 해봤자 찢어진 그물로 고기를 잡으려는 격일 것이다. 한자는 평생 자기가 사용해야 할 문자이다.

그런데 2급 시험용 2000자 중 500자를 찍어주며 "이것만 달달 외우면 70점을 넘겨 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쓴웃음이 나온다. 아무리 자격증 시대라고는 하지만, 실속 없는 자격증을 무엇에 쓰겠는가.

우리나라에 한자 자격증을 취급하고 있는 회사가 십여 곳도 넘는다. 급수별로 배정된 한자도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회사는 국가공인 급수 3급이 1800자가 넘는 반면, 어떤 회사는 1000자이다. 2급 역시 500자에서 700자로 차이가 난다. 시험 난이도 역시 다르다. 그래도 국가공인 급수로 똑같이 취급된다. 한자를 보급한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하지만, 진정한 한자 공부를 위한 출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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