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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post-game press con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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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0-11-23 01:53 조회4,9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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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는 조선일보에 기고문을 써 이멜로 부쳐놓고 우리 통역사들을 고용한 독일 함부르그에 본사를 둔 GLOSSA Group의 통역사 배치 담당자 둘을 한국 식당에 데려가 식사를 대접했다. 50명이 넘는 5개언어 통역사를 매일 수십개 경기장에 파견하느라 밤잠도 못자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자리였다. 그들은 불고기, 비빔밥,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다. 그 후 제자는 다시 어제 고생했던 육상장으로 가고 나는 그 담당자들과 함께 여자축구장으로 갔다. 축구장에 도착하자 휴대 전화가 걸려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의 독자 투고 담당자였다. 아무 말 않고 기고문을 부칠 수 있는 신문도 조선일보요, 열심히 써서 보내면 빠짐없이 실어 주는 신문도 조선일보다. 조선일보의 독주와 독보적인 위치를 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독자들을 의식하고 최선을 다하기에 최고의 신문이 되었다고 나는 획신한다. 약간 줄인 편집본을 이메일로 확인해 달라고 해 "경기장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니 그냥 게재해달라"고 했더니 좋단다. 

며칠 전 북한에 꼼짝못하던 우리 팀이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중국팀 앞에서는 다시 기를 펴며 2:0으로 이겨 동메달을 땄다. 오늘에야 그 조그만 지소연이 한 골을 넣고 포효하는 모습을 보았다. 최인철 감독과의 회견을 가볍게 통역하고 여자 소프트볼 장에 가서 중국-대만(Chinese Taipei) 전을 조금보다가 다시 축구장으로 가 일-북한 결승전을 보았다. 살력이 엇비숫한 가운데 운좋게 일본이 금메달을 땄지만 경기장 안의 모습은 두 나라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이 군대식인데 반해 일본 선수단과 응원단은 너무나 얌전했다 가재는 게편이라 중국 관중들은 북한을 응원했고, 풀이 죽어있던 일본 측은 한 골을 넣고 서야 소리를 지르며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시상식 때도 조용히 기뻐하는 일본과 동메달에 만족하는 한국에 비해 북한팀은 초상집이었다. 고개를 떨어트리고 땅만 보고 걸으며 금방이라도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갈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북한 선수들은 일본 국가가 끝날 때까지 일장기를 향해 돌아서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서 있었으며 메달과 함께 받은 꽃다발을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북한 팀의 기자회견 때 짓궂은 AFP 기자가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는 여자 축구의 팬인가? 이번 결승전 중계를 보았을까?"하고 물었을 때 며칠 전에도 나왔던 북한 여성이 엉터리 영어로 통역하며 질문을 알아듣지 못해 한 번 더 천천히 물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나마 질문의 전반만 통역했다. 김광민 감독은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는 여자축구를 따뜻이 돌봐주시는데 그 돌봄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하며 "어린 선수들로 세대교체돼 체력과 경험 부족으로 졌으나 앞으로 이를 교훈삼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답했다.

저녁도 굶고, 남북분단의 현실을 북한 편인 중국 땅에서 느끼며 호텔로 돌아왔는데 내일은 남자 축구 준결승이 있는 날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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