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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의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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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2-03-28 11:42 조회2,3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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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의 수사학

 한국통번역사협회 회장(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 011-5214-1314

핵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의 화려한 수사학은 영어를 공부하는 한국인들을 황홀하게 하고, 정치와 외교의 요체는 결국 말임을 깨닫게 하는데 충분했다. 한국에 오기 직전인 지난  23일 김용 다트머스 대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하면서 그 자리에 그보다 적격인 인물은 없다면서 “다섯 살 때 이민 와서 고등학교 때 반장을 했으며 미식 축구팀의 쿼터백을 맡았고 농구팀의 포인트 가드를 한 것도 모자라 골프에서도 핸디가 싱글이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골프도 싱글이라니 샘이 난다. 그러나 그가 팔방미인임을 어쩌겠는가”라고 했다. 이어서 “세계은행이 그보다 나은 총재를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못박음으로써 “이제는 미국이 아닌 제 3세계에서 총재가 나와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불만을 잠재웠다.

한국에 온 첫날인 25일 오전 비무장지대의 보니파스 미군부대에서 병사들에게 ‘귀관들은 자유의 최전방에 와있다. 내가 살아온 50년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변화는 바로 여러분 덕이다. 여러분이 자유와 번영을 위한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한국 근무를 지원한 덕분에 남북한은 더 이상 차이가 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라고 사기를 북돋웠다. 끝으로 “귀관들의 통수권자가 귀관들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미국에 있는 귀관들의 가족이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금년 말에 있을 미국 대선의 유권자들을 겨냥했다.

그날 오후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작년 가을 이대통령 내외가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가르쳐 준 한국말인 양국간의 정(情)을 오늘 다시 느낀다”고 함으로써 이대통령뿐 아니라 한국민 전부를 오래된 친구로 만들었다. 그 후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은 위협이나 도발로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해 우리를 안심시키면서 “한국의 리더십으로 내일 열릴 핵정상회의는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인 26일 오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방문하는 대학으로 고른 한국외대에서의 특강으로 그의 수사학은 더욱 무르익었다. 오랜 시간 기다림에 지루했을 학생들에게 “이 학교가 세계에서 제일 가는 외국어 교과과정을 갖고 있으니 여러분의 영어가 내 한국어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며 “나는 ‘감사합니다’라는 말 밖에 모른다”면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어서 최초의 미 동포 출신 미국 대사 성 김을 거명하고 며칠 전 임명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 지명자를 ‘애국적인 한국 출신 미국인’이라고 상기시킴으로써 우리가 감사함을 느끼도록 했다.   

이어 “여러분이 맘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트위터와 미투데이, 그리고 카카오톡을 쓰는 덕분에 세계가 한류에 매료됐다”고 지적함으로써 미국 대통령이 우리 사정을 얼마나 알까 의심했던 젊은 대학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방한 전 주한 미국 대사관이 수집한 “SNS로 오바마 대통령에 물어보세요” 프로그램에서 나왔다는 “대통령의 지지자인 것처럼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린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그런 적이 없지만 내 딸들이 그랬을 지는 모르겠다”는 인간적인 솔직함으로 학생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을 것이고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보냈고 비무장지대에서 국민을 발전시키는 남한과 국민을 굶기는 북한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았다고도 했다.

이어서 그는 ‘통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모든 한국인이 열망하는 그 날은 희생 없이 쉽게 오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온다. 그날,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변화가 펼쳐지고 국경 검문소가 열리고 감시탑은 비게 될 것”이라는 화려한 은유법을 쓰면서 “이산 가족들은 다시 합쳐지고 한국민은 마침내 온전한 하나가 될 것’이라며 우리를 감동시켰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도 미국 대통령처럼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수사학을 구사할 수는 없을까?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들을 유쾌하게 해주는 후보들의 수사학을 듣고 싶다.   
 



 

 
 
 

곽중철 (2012-03-30 12:06:50) 
 
실제기사:
2012.03.30 조선일보 독자의견
[발언대] '정치는 말' 일깨워준 오바마의 수사학
 곽중철 한국통번역사협회 회장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의 화려한 수사학은 정치와 외교의 요체는 결국 말임을 깨닫게 하는 데 충분했다. 방한 직전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하면서 "다섯 살 때 이민 와서 고교 때 반장을 했으며 미식축구 쿼터백을 맡았고 농구팀 포인트 가드를 한 것도 모자라 골프도 핸디가 싱글이라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골프도 싱글이라니 샘이 난다"라고 했다. 이어 "세계은행이 그보다 나은 총재를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못박음으로써 "미국이 아닌 신흥국에서 총재가 나와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불만을 잠재웠다.

방한 첫날 오전 비무장지대의 미군부대에서 "귀관들은 자유의 최전방에 와 있다. 내가 살아온 50년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변화는 바로 여러분 덕이다. 여러분이 자유와 번영을 위한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한국 근무를 지원한 덕분에 남북한은 더 이상 차이가 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며 사기를 북돋웠다. 그날 오후 한미정상회담 후 회견에서는 "작년 가을 이 대통령 내외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가르쳐 준 한국말인 양국 간의 정(情)을 오늘 다시 느낀다"고 함으로써 한국민 전부를 오랜 친구로 만들었다.

26일 오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방문하는 한국외국어대 특강에서 그의 수사학은 더욱 무르익었다. "이 학교가 세계에서 제일가는 외국어 교과과정을 갖고 있으니 여러분의 영어가 내 한국어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며 "나는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 모른다"고 했다. 또한 "여러분이 맘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트위터와 미투데이, 카카오톡을 쓰는 덕분에 세계가 한류에 매료됐다"고 지적함으로써 젊은 대학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을 것이고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보냈고, '통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모든 한국인이 열망하는 그날은 희생 없이 쉽게 오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온다. 그날,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변화가 펼쳐지고 국경 검문소가 열리고 감시 망루는 비게 될 것"이라는 화려한 은유법으로 "이산가족들은 다시 합쳐지고 한국민은 마침내 온전한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해 우리를 감동시켰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이처럼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수사학을 구사할 수는 없을까? 오는 총선•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을 유쾌하게 해주는 수사를 듣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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