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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대생도 읽어야할 기사(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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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3-06-26 10:28 조회2,9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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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만물상] 어휘력과 한자 교육
 김태익 논설위원
 입력 : 2013.06.26 03:22

어느 중학교 역사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학생들 중엔 안중근 의사(義士)를 의사(醫師) 선생님으로 아는 애들도 있다." 설마 그럴까 했는데 괜한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며칠 전 한 방송사 리포터가 지나가는 학생에게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학생이 되물었다. "야스쿠니 신사? 신사숙녀 할 때 신사 아니에요?" 일본 전범(戰犯)들 위패를 모아놓은 신사(神社)를 신사(紳士)로 알고 있었다.

▶지난해 고교생 퀴즈 프로그램인 KBS '골든벨'에서 "이비인후과는 어디가 아픈 사람들이 갈까요?"라는 문제가 나왔다. 모두 쉰 문제 중에서 열 번째쯤에 나온 것이었으니까 프로그램 제작진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 셈이다. 그런데 틀린 학생이 무더기로 나와 탈락했다. 이(耳)가 귀, 비(鼻)가 코, 인후(咽喉)가 목구멍을 뜻한다는 것만 알면 쉽게 맞힐 문제였다.

▶하긴 요즘 아이들만 흉볼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 가분수·대분수, 중학 들어가 교집합·인수분해 같은 수학 용어를 이름에 담긴 뜻도 모른 채 배웠다. 한자로 假分數·帶分數·交集合·因數分解라고 쓴다는 건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이 왜 이런 이름인지 한자 뜻풀이를 해 가며 설명해줬더라면 수학에서 그렇게 헤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과학 시간에 파충류·양서류·갑각류나 화성암·변성암·퇴적암의 뜻과 생김새를 머릿속에 떠올리기는 또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 이름들에 쓰인 한자를 알았다면 훨씬 쉽게 깨칠 수 있었을 것이다.

▶국어사전에 실린 우리말 어휘 가운데 70%가 한자어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하는 교과서에서는 한자로 된 단어·용어가 90%나 된다. 한자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간편한 우리말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어문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한자를 모르는 어린 세대가 한글로만 쓰인 한자 단어투성이 교과서를 배우기란 암호 해독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일 뿐 아니라 아예 이해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진다. 국어 과목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가을 학기부터 초·중학교에서 교과서 어휘를 중심으로 한자 교육을 하기로 했다. 우선 희망하는 학생을 모아 방과 후 국어·수학·과학·사회 교과서 속 한자어를 가르친다고 한다. 어휘력 없이 공부하는 것은 벽돌 없이 집을 짓거나 총알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 한자 교육이 학교 정규 과목이 돼야겠지만 당장 그럴 수 없다면 이렇게라도 첫걸음을 떼는 게 좋다.
 



 

 
 
 

곽중철 (2013-06-26 10:39:55) 
 
大韓民國?… 못읽겠어요” vs “학원서 중학교 수준 끝냈어요”
기사입력 2013-06-26 03:00:00 기사수정 2013-06-26 09:08:17

‘天壤之差’ 初等生 漢字 實力

‘大韓民國’ 글자를 보여줬다. 한 남학생이 머리를 긁적이며 읽기 시작했다. “대…조…. 잘 모르겠어요.” ‘대한민국’이라고 제대로 읽은 학생은 100명 가운데 48명. 절반이 채 안 됐다. ‘讀書’는 어떨까. 23명만 ‘독서’라고 답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서울 강북구에 있는 A초등학교 3, 4학년 학생 100명에게 물어본 결과다.

2.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C한자학원. 초등학교 4학년인 한 남학생이 한자를 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읽는 것은 물론이고 신중하게 획을 이어 쓰는데 그 수준이 상당했다. 한자능력 검정시험을 준비한다는 이 학생은 “중학교 수준 한자까지 이미 다 끝냈다”고 자랑했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한자 디바이드(격차)’가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자 실력이 상당히 떨어지지만 일부 학생은 전문학원을 통해 한자 선행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아 대조적이다.

A초등학교 학생들의 한자 ‘쓰기’ 실력은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學生(학생)’을 정확히 쓸 줄 아는 학생은 13명. ‘明暗(명암)’은 단 5명만 제대로 썼다. 또박또박 명암이라 쓴 학생 5명 가운데 4명은 그나마 따로 학원을 다니며 한자를 배운다고 했다.

왜 이렇게 한자 실력이 떨어질까.

현행 교육과정 탓이 가장 크다. 초등학교에선 1년에 68시간 할당된 창의체험활동 시간에 한자 교육을 한다. 하지만 이 중 몇 시간을 한자 수업에 할애할지는 학교장의 재량이다. 그러다보니 서울시내 초등학교는 연간 평균 6∼8시간만 한자를 배우는 데 그친다.

‘온라인 언어의 남발’도 이유로 꼽힌다. 컴퓨터,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온라인 신조어 등을 자주 사용하며 망가진 말을 쓰다보니 어휘력이 줄고 덩달아 한자 실력까지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 반면에 일부 초등학생들은 한자 실력이 오히려 중학교 학생들보다 좋을 만큼 뛰어나 전반적인 학생들 수준과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역시 사교육이다. 최근 일부 특수목적고, 대학 등에선 한자시험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준다. 이에 서울 강남, 목동 일대를 중심으로 한자 선행교육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실제 C한자학원 원장은 “최근 1, 2년 사이 대치동에만 한자 학원이 10곳 이상 늘었다”고 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40만 명에 육박하는 한자능력 검정시험 응시자 가운데 상당수가 초등학생이었다. 올해는 한자 사교육 시장이 최소 10%, 많게는 3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가장 기본에 속하는 한자교육마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기면 교육격차 문제는 더욱 풀기 힘든 실타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5일 ‘한자교육 추진단’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을 단장으로 한자교육 전문가, 초등한자한문교육연구회 임원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태스크포스(TF) 조직. 초등학교와 중학교 한자교육 강화방안을 찾고 한자 수업을 어떤 식으로 학교교육에 흡수시킬지 고민하게 된다.

김재환 시교육청 장학관(교육과정과)은 “어린 학생들이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고 어른 세대와의 언어 장벽을 허물려면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 또 학부모들의 한자교육 요구를 수용하고 사교육비도 낮추는 차원에서 추진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곽중철 (2013-06-28 07:26:29) 
 
동거동락이라고 쓰는 아이들
2013.06.28

지난주 대학 동창들과 함께 1박 2일로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니 2시간 40분 만에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열차 안에서 TV를 보는데 ‘구가의 서’라는 드라마의 몇 장면이 나왔습니다. 25일 종료된 MBC TV의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우리 일행 5명 중에서 ‘구가의 서’가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평소 TV드라마를 보지 않는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좀 본다는 사람도 뜻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 혼자 꿰어 맞춰 보았습니다. ‘舊家의 書’, 옛집에 있는 책을 말하나? ‘舊家의 鼠’, 설마 책이 아니라 그 책을 뜯어먹는 쥐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또는 ‘舊家의 西’ 옛집의 서쪽에 무슨 일이 생겼나? ‘서부전선 이상 없다’ 그런 건가? 아니면 ‘謳歌의 誓’, 행복하고 즐겁게 살자는 맹세, 말하자면 월하의 맹세 같은 그런 거? 에이, 설마 그렇게 어려운 말을 썼겠어?

그러다가 불현듯 ‘九家의 書’일 수 있겠구나, 뭔가 아홉 개 가문에 얽힌 설화적인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은 더 이상 갖다 붙일 만한 한자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그 짐작이 맞았습니다. ‘지리산의 수호신 아들인 반인반수 최강치가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무협 활극’이라고 설명돼 있더군요. 포스터에도 ‘九家의 書’라고 조그맣게 한자가 씌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목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둔해서인지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그런지 아홉 가문의 책, 이게 무슨 뜻인지를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은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궁금한 것은 이 드라마를 많이 보는 젊은이들이‘구가의 서’는 물론‘반인반수’라는 말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대체로 모르는 말을 만나면 답답하고 약이 올라 이것저것 찾아보고 뒤져보게 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궁금하고 답답한 게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안중근 의사(義士)를 병을 고쳐주는 의사(醫師)로 잘못 알고 있거나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神社)를 신사숙녀라고 할 때의 신사(紳士)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동고동락(同苦同樂)을 동거동락이라고 쓰는 학생들이 하도 많아 새로운 단어가 정착돼 가고 있는 중입니다. 독거(獨居)노인을 독고(獨孤겠지요?)노인이라고 쓴 경우도 봤는데, 이 말의 개념 파악이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토기(土器)가 흙으로 빚은 그릇이라는 뜻인 줄 모르고 그냥 무덤에서 나오는 물건이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1980~90년대의 젊은 기자들도 흔히 최루탄을 최류탄, 한겨레는 한겨례라고 쓰곤 했습니다. 그 무렵 신문사에서 일하던 소년사원 하나가 경향신문 좀 가져오라는 부장의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다른 기자에게 신문을 들이대며 “아저씨, 이거 경향신문 맞아요?”하고 묻는 걸 보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호가 ‘京鄕新聞’이라고 한자로 돼 있어 읽지를 못한 것입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그러나 사실은 젊은이들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나이 든 사람들도 모르는 게 많습니다. 젊어서 몰랐던 한자를 나이 들어 갑자기 깨친 건 아니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일하는 데 필요한 말의 뜻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됩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알지 못합니다. 어느 보험회사의 회사 설명서에 출재, 수재 이런 말이 나오기에 물어보니 그 뜻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대충 얼버무리던 그들은 “한자로 어떻게 쓰느냐? 한자를 알면 뜻을 알 수 있을 텐데.” 하고 물어도 한자를 대지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 출재는 出再였습니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의 재보험사에 보험을 들어 계약자-원수사-재보험사의 관계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원수사는 증권에 보험자로 나오는 회사를 말한다는데 아마도 原受社라고 쓰는가 봅니다. 수재는 이와 반대로 국내에서 해외 보험사의 재보를 받는 거라는군요. 즉 受再입니다. 출재와 수재는 한자를 알더라도 무슨 뜻인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도 出財 受財, 이런 게 아닌가 하다가 뜻을 겨우 알게 됐습니다. 설마 범죄 기사에 흔히 등장하는 收財는 아닐 거라고 처음부터 생각했지만.

한자를 알면 그 말의 뜻이 분명해지고 이해하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한자교육을 하도 하지 않다 보니 뜻을 모르는 채 앵무새나 원숭이처럼 말만 외우고 따라 읽는 일이 벌어집니다. 향가 ‘제망매가(祭亡妹歌)’는 한자를 알면 제목이 무얼 말하는 건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국어가 아닌 이과 계통의 과목에도 한자를 알면 금방 알 수 있는 용어가 얼마나 많습니까? 실제로 학교에서 배우는 핵심 용어의 90%는 한자어라고 말하는 교사도 있습니다. 순열 조합이나 교집합,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 같은 말을 이해하는 데도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말을 요즘 학생들이 어떻게,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2학기부터 초ㆍ중학교에서 자율적인 한자교육을 시행한다고 합니다. 퇴직 교원이나 한문을 전공한 임용 예정 교원 등이 방과 후 희망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는 방식입니다. 특히 국어 수학 과학 사회 등 교과서 어휘를 중심으로 한자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삼각형’(三角形), ‘정사각형’(正四角形) 등의 단어가 어떤 의미의 한자로 구성돼 있는지 교육하는 식입니다.

진작 실시했어야 할 교육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경우에도 수학이나 과학 시간에 한자로 된 단어의 뜻까지 가르쳐 주는 선생님은 거의 없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정확한 한자를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고, 무심하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정규 교육을 통해 한자를 가르치는 게 어렵다면 ‘방과후 교육’을 통해서라도 최소한 교과서 이해능력을 높여주고 나아가 세대 간 언어장벽을 덜도록 해야 합니다.

그 시간에 우리말이나 제대로 가르치지 무슨 한자교육이냐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것은 짧은 생각입니다. 가능한 한 우리말을 쓰도록 하되 한자어로 된 말을 제대로 알고 쓰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자교육이 필요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공부를 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무심하고 무책임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곽중철 (2013-06-28 07:28:24) 
 
윗글 필자소개 임철순
1974~2012년 한국일보 근무.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및 이사대우 논설고문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는 논설고문으로 '임철순 칼럼'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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