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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와 명연설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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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4-05-02 10:48 조회1,5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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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와 명연설의 상관관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한국통번역사협회장 곽중철 (010-5214-1314)

통역대학원의 강의교재는 주로 동 시대의 각종 연설문이다. 통역의 대상이 대부분 연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말로 통역할 외국어 연설문은 찾기가 어렵지 않다. 영어의 경우 인터넷의 여러 영어사용국가 사이트에 훌륭한 연설이 널려있어 어떤 연설로 통역연습을 할까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번에 네 번째로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만 하더라도 5개가 넘는, 그의 말대로 ‘섹시’한 연설을 남기고 갔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용산 미군 기지에서 한 연설은 통역하기에 신나는 ‘미군 통수권자’의 웅변이었다.
하지만 외국어로 통역할 우리말 연설은 찾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 명연설이 드물다는 지적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청와대 홈피에서 대통령 연설을 볼 수 있고,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사이트에서 국무총리와 부총리, 그리고 차관의 연설을 몇 개 볼 수 있을 뿐 다른 부 장관이나 그 많은 국회의원의 연설은 어디에도 없다. 장관과 의원들이 어디선가 많은 연설을 할 텐데 기록으로 남는 것이 없다. 공기관이나 사기업의 대표들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글을 숭상한 반면 말은 경시한 전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사회에 언로가 막혀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자신이 한 말이나 연설을 기록으로 남길 자신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현장에서 한 말이 두고두고 세인의 입방아 대상이 되기를 방지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대통령 한 사람만 바라보는 공직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제하고, 대통령의 말을 받아 적기나 하면서 할 말이 있어도 “너는 뭐가 잘났냐? 너나 잘해”라는 말을 들을까 움츠리는 것이다. 공무원이든 국회의원이든 비리와 부조리에 연루되지 않은 이가 없는 만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말만하고, 바른 말을 했다 해도 기록으로 남기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공직자의 연설은 다 그렇고 그런 의례적인 말이기에 통역하기가 오히려 힘들고 그럴 가치도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통찰력이 번득이는 내용이 없다. 그래선지 우리나라에는 전문 연설 작성가가 적다. 청와대에 주로 언론 출신의 문고 비서관이 몇 명 있을 뿐 “연설문을 써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은 극소수다. 선진국이나 각종 국제기구에서 나오는 연설을 오랜 세월 전문가가 쓰고 있는 경우와 판이하다.
지난 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정식으로 연설을 한 건 아니지만 이 발언의 역사적 의미는 크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 부조리를 인정하고 뿌리 뽑겠다고 선언하면서 대통령의 입으로 '관(官)피아’나 공직 '철밥통' 이란 부끄러운 용어들까지 직접 언급했다. 명연설은 진실과 진솔함이 담길 때 나온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처럼…
이제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각자가 정의롭지 못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나부터 뒤가 구리지 않은” 사람이 되어 진실이 담긴 발언을 시작하면 사회의 언로가 비로소 트이고 우리나라에도 수시로 명연설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 연설을 두고 제자들에게 통역 연습을 시켜보고 싶다. (끝)
 



 

 
 
 

곽중철 (2014-05-07 11:53:40) 
 
현대국가를 움직이는 시스템은 관료제다. 말단 공무원부터 대통령까지, 크고 작은 고리로 얽혀 사슬을 이룬다. 고리마다 책임과 역할이 분명히 주어져있다. 명령과 정보가 신속하게 전달된다. 잘 작동하면 효율적이다. 튼튼한 사슬이 경제를 이끌고, 민주주의의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이 사슬이 현실과 따로 놀고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면 발전의 장애물이 된다. 오히려 국가를 옭아매는 족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이런 조짐이 적지 않게 드러났다. 인재로 시작돼 관재가 됐다. 각 부처는 손발이 안 맞았고, 우선권과 책임을 둘러싸고 갈등했다. 유족들의 절박함과 국민의 분노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언행도 여럿 나왔다. 정부는 부랴부랴 ‘책임자 엄벌’과 ‘관피아’ 척결을 외치고 나섰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해 보인다. 대통령이나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건 아닌 것 같아서다. 그래서 벌써부터 ‘셀프개혁’ 걱정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현철 중앙일보 경제부문 차장
2014.5.7 
 
 
 

곽중철 (2014-05-11 07:41:50) 
 
독자 칼럼] 우리나라에 名연설이 없는 이유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한국통번역사협회장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2014.5.9 금요일 A29

통역대학원의 강의 교재는 주로 동시대의 각종 연설문이다. '통역'의 대상은 대부분 연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말로 통역할 외국어 연설문은 찾기가 어렵지 않다. 영어는 인터넷의 여러 영어 사용 국가 사이트에 훌륭한 연설이 널려 있어 어떤 연설로 통역 연습을 할까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번에 네 번째로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만 하더라도 5개가 넘는, 그의 말대로 '섹시'한 연설을 남기고 갔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용산 미군 기지에서 한 연설은 통역하기에 신나는 '미군 통수권자'의 웅변이었다.

하지만 외국어로 통역할 우리말 연설은 찾기가 어렵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없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볼 수 있고,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사이트에서 국무총리와 부총리의 연설을 몇 개 발견할 수 있을 뿐 장관이나 그 많은 국회의원 연설은 어디에도 없다. 장관과 의원들이 어디선가 많은 연설을 할 텐데 기록으로 남는 것이 없다. 공기관이나 사기업의 대표들도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역사적으로 글을 중요시하고 말은 경시한 전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사회에 언로가 막혀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자신이 한 말이나 연설을 기록으로 남길 자신이 없는 것이다. 자신이 현장에서 한 말이 두고두고 세인의 입방아 대상이 되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우선 대통령 한 사람만 바라보는 공직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제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너는 뭐가 잘났냐? 너나 잘해"라는 말을 듣기가 두려운 것이다. 공무원이든 국회의원이든 비리와 부조리에 연루되지 않은 이가 없는 만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말만 하고, 바른말을 했다 해도 기록으로 남기기는 꺼리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공직자의 연설은 다 그렇고 그런 의례적인 말이기에 통역하기가 오히려 힘들고 그럴 가치도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통찰력이 번득이는 내용이 없다. 그래선지 우리나라에는 연설을 전문으로 작성하는 사람이 적다. 청와대에 주로 언론 출신의 문고 비서관이 몇 명 있을 뿐 "연설문을 써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은 극소수다. 선진국이나 각종 국제기구에서 나오는 연설을 오랜 세월 전문가가 써 온 경우와 다른 것이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정식으로 연설을 한 건 아니지만 이 발언의 역사적 의미는 크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 부조리를 인정하고 뿌리 뽑겠다고 선언하면서 대통령의 입으로 '관(官)피아'나 공직 '철밥통' 이란 부끄러운 용어들까지 언급했다. 명연설은 진실과 진솔함이 담길 때 나온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이제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각자가 정의롭지 못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나부터 뒤가 구리지 않은" 사람이 되어 진실이 담긴 발언을 시작하면 사회의 언로가 비로소 트이고 우리나라에도 수시로 명연설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런 연설을 두고 제자들에게 통역 연습을 시켜보고 싶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곽중철 (2014-05-11 08:00:19) 
 
굵고 짧은 미국 대통령 사과
… 여론 보며 수위 높이는 한국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4.05.11 01:53

 (전략)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교훈을 얻고 실수를 바로잡아 더욱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최종적인 책임은 내게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나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실패했다면 그것은 내 책임입니다.”
(Moreover, I am less interested in passing out blame than I am in learning from and correcting these mistakes to make us safer. For ultimately, the buck stops with me. As President, I have a solemn responsibility to protect our nation and our people. And when the system fails, it is my responsibility.)

박 대통령 네 차례 사과에도 여론 나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네 차례에 걸쳐 사과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가슴이 무겁다”고 말했다. 참사가 빚어진 지 14일 만이었다.

지난 2일 종교지도자 간담회에선 “대통령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대안을 갖고 앞으로 대국민 사과를 드리겠다”고 했다.

4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했고, 6일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선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대국민 공식사과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거듭된 대통령의 사과에도 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사과의 시기와 내용, 형식을 둘러싸고서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사과는 어떠해야 할까.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의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연설 전문을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사과와 비교해 보면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대통령의 사과 프로토콜(protocol)’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식 연설장소인 스테이트 다이닝룸을 ‘사과의 장소’로 정했다. 대통령의 주요 발표와 국정연설이 이뤄지는 장소다.

‘사과의 형식’도 달랐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전국에 TV로 생중계됐다. TV라는 매체를 이용했지만 사실상 국민을 상대로 직접 사과한 것이다.

‘사과의 언어’ 역시 차이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인 ‘The buck stops with me(최종 책임은 내게 있다)’는 미국 대통령의 수사(修辭)처럼 여겨진다. 제2차 세계대전 도중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 명패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를 새겨두고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되새겼다고 한다.

사실 이 표현은 은어(隱語)다. 포커 게임에서 딜러의 순번을 결정하기 위해 사용한 사슴뿔 손잡이 칼(buckhorn knife)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잡이가 사슴뿔로 된 칼을 다음 딜러에게 넘겨주는 것(passing the buck)이 ‘책임과 의무를 전가한다’는 관용구로 굳어졌고, 이후부터 수사슴 또는 돈을 의미하던 벅(buck)에 ‘책임’이란 뜻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미국, 사과 통해 위기 넘고 국면 전환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는 건 미국에선 전통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사과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면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놨다. 케네디 행정부의 최대 실패로 여겨지는 쿠바 피그스만 침공 사건이 대표적이다. 침공 실패 후 사흘이 지난 1961년 4월 21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침공을 계획한 것이 미국 정부이며 작전이 실패로 끝났음을 자인한다.

한 기자가 “왜 지난 며칠 동안 국무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느냐”고 따져 묻자 케네디 대통령은 유명한 답변을 했다.

그는 ‘승리했을 때에는 자기 공이라고 나서는 사람이 100명이지만, 실패했을 땐 나서는 사람이 없다(Victory has a hundred fathers, but defeat is an orphan.)’는 속담을 인용한 뒤 이렇게 말했다.

“추가적인 발표나 구체적 논의를 한다 해서 책임을 피할 순 없습니다. 내가 이 정부의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Further statements, detailed discussions, are not to conceal responsibility because I’m the responsible officer of the Government.)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선진국일수록 리더의 사과에 대해 국가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한다.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임동욱(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 부소장은 “미국은 대통령의 수사(Presidential Rhetoric)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이 사과할 때에는 공식적인 장소에서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서 끝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말했다. 임 부소장은 이어 “충분한 고민 없이 이뤄진 듯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효과적으로 사과하는 법』의 저자인 미국의 ‘사과 전문가’ 존 케이더는 중앙SUNDAY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사과 문화와 미국의 문화는 다르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선출된 국가수반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의 ‘기관의 사과(institutional apology)’는 개인의 사과와 달리 ‘힘있는 리더의 언어’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그는 “진정한 사과를 했다기보다는 아쉬움을 표한 정도에 그친 것 같은 레토릭”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이 지금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방어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라며 “사과의 투명성과 모든 국민 앞에서 솔직해지는 것이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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