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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덕 교수님을 추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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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5-07-08 11:55 조회8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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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분명 텔레파시란게 있는 모양이다. 어제 아침부터 이 교수님 생각이 나더니만 오후에 부음을 들었다. 이 교수님은 포르트갈어과 명예교수님으로 나의 친형과 절친한 동기셨기에 어릴 때부터 뵈었다. 나와 7살 차이시니 대학 다니실 때 나는 중학생으로 서울 올 때 형과 함께 만나고 내가 학부 영어과를 다니고 통대를 다닐 때도 가끔씩 뵈었다.

특히 통대 다닐 때는 자신의 연구실을 내게 개방해 자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셨다. 통대 졸업 후 약 15년 후 통대교수로 임용될 즈음에는 교수들에게 "내 친구 동생"이라고 광고해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는 한마디로 무골호인이었다. 안동고를 나온 경상도 분으로 독실한 크리스챤이었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다. 브라질 유학 때 잘못된 수혈로 얻은 간 질환으로 평생을 고기 안드시며 조심을 하셨는데 하늘은 참다 참다 연세 70에 그를 데려가신 거다. 하나 뿐인 그리스 유학생 딸은 어떻하라고... 늦 결혼에 늦게 얻은 따님이 용인 캠퍼스 그리스어과에 입학하자 서양어 대학장을 하시며 학교 앞에 아파트를 사  같이 산 딸 바보이셨다.  이제 그 딸이 그리스 유학 중이니 그리스어 통번역이 필요하면 부를 수 있게 연락처를 받아 놓았다. 

몇 년전 네이버 생활회화 프로젝트에 포르투갈어가 있어 모셨는데 형편이 어려운 포어과 제자에게 일을 주시며 기뻐하셨고, 자기 몫으로 온 금액도 나눠주시며 돈에 초연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평생을 학교 뒤 낡은 빌라에 사시면서도 이사할 꿈도 꾸지 않으신 선비였다. 월 400만원이 넘는 연금을 좀 더 받고 가시지...선물로 들어온 홍삼제품을 드리면 "인삼은 내게 맞다"고 좋아하시며 브라질 이과수 커피도 주셨는데...

그는 학군 ROTC 선배이셨고 학군 동창들도 그를 애도할 것이다. 영안실에서 뵌 이교수님의 백씨는 더 젊고 건강해 보이시는 걸로 봐서 장수 집안인데 그 몹쓸 수혈로 형님보다 먼저 가시다니 유학가신 브라질은 약 주고 병 준 거다. 이제 연말 모임에서도 뵙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인생이 허무하다. 그는 반 고흐 처럼 이 세상을 오래 살기엔 너무 아름다운 분이셨나보다.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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