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내 자식은 영어 안하면 안될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5-10-12 16:57 조회1,001회 댓글0건

본문

필자는 중고생 상대 특강에서 "외국어 잘하면 푼돈을 벌고 우리말 잘하면 목돈을 번다"고 농담하면서 강의를 끝낼 때가 있다. 영어는 이 땅에서 진학과 출세의 최고 방편이 된 지 오랜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하면서...

내가 드는 예는 박지성과 김연아. 그들이 어릴 때부터 영어조기 교육을 받고 영어에 열중했다면 오늘의 그들은 없었을 것이다. 평발이라고 좌절하지 않고 축구가 좋아, 축구를 하면 어떻게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빠를 졸라 매일 축구장에서 종일 연습한 지성이가 국제무대 진출에 성공해놓고 보니 영어는 덤이었다. 맨체스터에 고급 거처를 구하고 맨유의 동료들과 친구가 되고, 동네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찾다보니 "현지 영어 학습"을 절로 하게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게됐다. 시합 후 인터뷰에서 어렵지만 외워 준비해온 영어로 하니 상대방은 기다렸다는 듯 이해해 준다. 지성이 '갑'이요, 방송이 '을'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자꾸 하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영어는 발음이나 문법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있게 의사를 표현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연아도 마찬가지다. 지성보다는 말재주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가 되고 보니 주위에서 친절하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재미가 붙어 이동하는 차량에서 영어테입을 들으니 스케이트보다 더 쉽게 영어가 늘지 않았겠는가? 극성이라는 연아엄마가 연아의 영어를 위해 조기유학을 보냈다면 연아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이런 애기를 하면 "우리 애가 지성이처럼 축구 재능도 없고, 내 딸이 연아처럼 운동신경도 없고, 내가 그 비싼 피겨를 가르칠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중간이라도 가게 이웃들처럼 영어라도 가르치고 해외 영어단기 연수라도 보내야지!"라고 한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영어를 강제하기 전에, 내 아이가 어떤 재능을 타고 났는지 인내심있게 살펴보기는 했는가? 어학에 소질이 없다고 하면 "네가 잘 할 수 있고, 자신있는 건 뭐냐?"고 물으며 대기만성을 기다려보기는 했는가를 자문해야한다. 조기 해외유학을 하면 한가지는 좋을 것이다. 즉 외국인과의 교제나 외국 생활에 적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그 마저도 실패해 음주나 마약에 빠지는 청소년이 많다고 하니 하기 나름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하루가 멀다하고 변화, 발전하는 시대에 남들이 안하는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자식들의 용기를 북돋아줘야한다. 싫지만 남들 다하는 영어공부나 강요해 아이들을 화나게(exasperate) 해서는 살아 남기가 힘들어진다. 그 결과는 그렇게 힘들게 쌓은 스펙을 갖고서도 청년취업난에 허덕이고 있지 않은가?

참고로 필자는 외국어가 제일 쉽고 재미있었기에 고시공부를 하라시던 아버님의 염원을 저버리고 외국어에 올인했을 뿐이다. 운동신경이 뛰어나지 못했고, 미술에도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영어선생으로 푼돈을 버는 "생계형 교수"로 살고 있다.

인간은 크든 작든 한가지 재능은 타고 난다고 믿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