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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오역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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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5-11-17 17:14 조회8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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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오역 불감증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겸 한국통번역사협회장 곽중철(010-5214-1314)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방송과 신문 등 언론 보도에서 오역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예가 너무 많아 국민들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WHO의 발암물질 분류 발표를 두고 국내의 모  유의 통신사가 고기 섭취로 인한 암 사망자가 년 3만 4천 명이라고 보도했고 이를 다시 중앙일간지 등 10여 개 언론사가 그대로 받아썼다. WHO의 원문에는 가공육(processed meat)으로 인한 암 사망자가 3만 4천 명으로 표기돼 있었다. 우리 언론 전체가 크게 어렵지도 않은 ‘가공육’이라는 영어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9월 초 한중 정상회담 보도에도 중국의 정상이 “한-중 관계는 역대 최상”이라고 했다고 보도했지만 그의 발언에 ‘역대 최상’이라는 말은 아예 없었다. 또 최근 모 TV 뉴스가 중국 관광객들이 해외여행 중 행태를 보도하면서 일본인 점원의 인터뷰를 오역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는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인터뷰를 잘못 번역해 큰 논란이 일었고 임시 고용된 미국 동포번역사가 희생양이 될 뻔했다. 마치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탓하지만 곧 다른 안전사고가 일어나듯 오역을 방치하는 ‘오역불감증’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와 다큐, 시사 프로그램 등에서 반복되고 있는 오역의 원인은 한 마디로 우리 사회의 외국어 수준이 아직 낮은데 이를 보강할 수 있는 인력과 체계를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체계는 우선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공기관부터 갖춰야한다. 한중정상회담의 경우 청와대는 당초 잘못된 번역본은 언론 지원업무 인력이 제공한 것이지 청와대가 직접 배포한 자료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런 인력을 배치하고 비공식번역을 방치한 책임은 1차적으로 청와대에 있다.

2011년 초 한-EU FTA 협정문 영한 번역에 많은 오역이 드러났을 때 외교부는 인턴들이 번역했다고 해명했고, 외교부 안에 번역전담부서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다가 유야무야됐다. 아직까지 외교부 내에 그런 부서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당시 국회에서도 간담회가 열려 공공 번역을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국회의 한건주의, 치고 빠지기에 그쳤다. 그로부터 4년이 넘었는데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게 없다.

2차적 책임은 공기관의 오역을 확인 없이 덜컥 보도하는 언론사에 있다. 외교적 언사나 발언은 최대한 중립적으로 표현된다는 점을 인식해 특종 욕심이나 아전인수 격 해석 혹은 극단적인 보도는 자제해야한다. 특히 역대 최고라든가 ”어느 때보다 좋다“는 최상급 표현에는 꼭 확인이 필요하다. 언론은 불특정 다수 국민에게 보도를 하고, 그 영향이 사회전반 뿐 아니라 국제관계까지 미치기 때문에 한 개인이나 조직의 오역에 비교할 수 없는 충격과 부작용을 야기한다. 그러나 언론의 탓인 만큼 언론이 크게 보도하지 않아 문제는 다시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 

언론사 쪽을 보면 영자신문과 영어방송을 제외한 국내 언론사 기자들의 외국어 수준은 높지 않다. 2010년 11월 서울 G 20 정상회의 폐막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국 한국의 기자들에게 질문하라고 권유했지만 결국 중국기자가 대신 영어로 질문한 안타까운 추억도 우리 기자들의 외국어 실력을 보여준다. 이는 기자들의 잘못이 아니라 수능시험의 영어가 캠브리지 학생도 못 풀 정도로 왜곡된 우리 외국어 교육의 구조적인 병폐다. 모국어 전문가인 기자들이 외국어에 조예가 깊지 않음은 당연하므로 이를 보강해줄 체계를 갖춰야한다. 신속보도, 특종보도를 위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오보를 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한다.

공기관이나 언론이나 불경기에 예산이 부족하면 가장 먼저 감축하는 것이 외국어 인력이고 통번역 예산이다. 모 뉴스채널에도 전문 통역사들이 만들었던 위성통역실이라는 프로그램이 약 5년 전 완전히 폐지되었다. 방송사에 영어를 잘하는 젊은 기자가 보이다가도 슬그머니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외신을 강 건너 불로 보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시에 우환을 대비하는 체계를 갖출 여유가 없는 것이다. 기자들도 평소에는 외국어를 쓰지 않지만 갑자기 외국어 지식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야한다. 기자를 선발할 때도 외국어 능력을 중시하고, 그런 인력을 우대해야한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공통번역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야한다. 공무원 수를 늘리라는 말이 아니라 정부는 감독만 하고, 소수정예의 민간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조직 말이다. 일정한 시험을 통해 선발된 유자격자들의 통번역사 풀을 만들어 놓고, 일이 있을 때 국가를 위해 정해진 보수를 받고 봉사하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될 것이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것이다. 오역 불감증은 방치하면 불치병이 될지도 모른다. 
 



 

 
 
 

곽중철 (2015-11-22 11:01:32) 
 
사실 왜곡하는 언론의 오역

 입력 2015.11.15 (17:26) | 수정 2015.11.15 (19:13) 미디어 인사이드

 사실 왜곡하는 언론의 오역
<앵커 멘트>
언론이 다루는 국제 뉴스의 영역이 넓어지는 가운데, 번역을 정확하게 하지 않아 논란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잘못된 번역으로 본래 의미를 왜곡하거나,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인데요.

오역은 국제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반복되는 언론의 오역 논란, 무엇이 문제인지 김진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 프린스턴 대학의 앵거스 디턴 교수.

디턴 교수의 연구 업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년 전, 국내에서도 출간된 그의 책이 화제가 됐습니다.

상당수 언론은 이 책에서 불평등의 긍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디턴 교수가 분석했다고 전했습니다.

 <자료 녹취> 매일경제(10.12) : "피케티와 달리 디턴 교수는 불평등의 부정적 기능보다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저서 '위대한 탈출 :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를 통해 불평등이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불평등이 줄어든다는 점을 입증했다."

그런데 이같은 보도는 잘못된 번역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국내 출판사가 책 원문을 그대로 정확하게 옮기지 않아 내용이 왜곡됐다는 겁니다.

 <자료 녹취> 한겨레(10.31) :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문에 있던 내용 등을 상당수 생략하거나 축소한 채 번역이 이뤄져 결과적으로 디턴을 불평등을 옹호한 학자로 왜곡했다며 해당 출판사인 한경비피에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미국 프린스턴대 출판부도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료 녹취>프린스턴대 홈페이지 : "한경BP가 발간한 이 책에는 영문판 내용에서 변경·삭제된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런 변경과 새 서문은 저자와 프린스턴대 출판부 어느 쪽에 의해서도 점검 또는 승인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번역본을 낸 출판사는 고의적인 왜곡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기존 책을 회수해 새 번역본을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자료 녹취>한국경제신문출판사 블로그 : "독자들에게 원문을 100% 그대로 전달하는게 옳지만 내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읽기 편하게 만드는 과정의 하나로 편집한 것임을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이처럼 번역은 큰 논란을 불러올 만큼 민감한 문제인데도, 번역 오류를 범하는 기사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달, 세계 보건기구가 가공육과 적색육을 발암물질군으로 분류한다고 발표한 자료와 관련해서도 , 오역에 따른 오보가 속출했습니다.

 <자료 녹취>세계일보(10.27) : "(보고서는)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직장과 결장, 모두를 뜻하는 대장암을 직장암만으로 축소해, 잘못 번역하는가 하면...

 <자료 녹취> 문화일보(10.27) :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8%로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18%를 8%로 잘못 전하기도 했습니다.

 <자료 녹취> 연합뉴스(10.30) : "보고서는 전세계 연간 암환자 3만4천여 명이 과다한 육류섭취 식습관으로 사망했다고 인용하며..."

또, 한 통신사는 '육류 섭취' 관련 암 사망자 수가 3만4천여 명이라고 보도했지만, WHO 자료에는 '가공육' 관련 암 사망자 수로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잘못된 번역은 주요 일간지와 인터넷 언론 등 수십여 곳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습니다.

한 언론사가 잘못 번역하고 다른 언론사들도 검증 없이 따라 쓰다보니 줄줄이 오보를 한 겁니다.

 <인터뷰>이효성(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오역에 의한 보도는 객관성 관점에서의 어떤 정확성의 문제가 있다, 라고 생각이 되고요. 속보성에 내몰리다 보니까 그런 오역 사례가 나타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외교적 사안의 오역은 더욱 민감한 문젭니다.

지난 9월, 한중정상회담 때, 상당수 언론은 시진핑 주석이 '한중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발표된 공식 번역문에 '최상’이라는 표현은 없었습니다.

전문 번역을 거치지 않고 빨리 보도하려다 생긴 결과였습니다.

 <인터뷰> 곽중철(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 "사실 외교 언사를 보면, 그렇게 최상급을 쓰는 경우가 드뭅니다. 상당히 중립적으로 해서, 어떤 해석에 오해가 나지 않도록 그렇게 발언을 하는데, 그렇게 뭐 역대 최고라든가 아니면 그 어느때보다 좋은 관계다 이런 발언이 나오면 상당히 주의를 해야 돼요."

또, 지난해, YTN은 미국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을 인터뷰한 내용을 잘못 보도해 큰 혼란을 일으켰고, 결국 사과방송을 했습니다.

 <자료 화면> YTN(2014.5.30) : "박 대통령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경우 한국도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적이 없음에도 영문 기사 원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어에 대한 해석 오류로 결과적으로 오보를 하게 됐습니다."

사실, 오역의 상당수는, 확인만 제대로 해도 줄일 수 있는 ‘실수’에서 비롯됩니다.

지난 2월, SBS와 연합뉴스 TV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해외여행지에서 싹쓸이 쇼핑을 한다며 일본 유통업체 점원의 인터뷰를 내보냈습니다.

SBS 현재 관련 동영상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자료 화면> 연합뉴스TV(2.9) : "비데 재고가 전혀 없습니다. 브랜드와 상관없고 오전에 갖다놓으면 오후에 다 팔립니다."

하지만, 점원이 한 얘기는 비데가 아니라 전기밥솥이 많이 팔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SBS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중국 CCTV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료 녹취> 2015년 제9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록 : "CCTV 보도내용에서 일본어를 중국어로 번역해서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그 자막 내용이 잘못됐었는데 그 부분을 미처 확인을 못하고, 그 자막내용을 한국말로 번역해서 사용하면서..."

또, 올해 초, KBS의 한 시사프로그램은 가구를 만들어 파는 한 다국적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고 전하며, 미국 경제학자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인터뷰 내용과는 정반대로 번역이 됐습니다.

방송에선 ①가격이 20%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로 번역됐지만, 실은 '드문 일이 아니다'였고, ②어느 것도 더 비싸거나 저렴한 경우를 '찾을 수 없다'가 아니라, '제시할 수 있다'였습니다. ③또한, 한국과 다른 나라 사이에 가격 차이가 크다는 게 '놀랍다'가 아닌 '놀랍지는 않다'였습니다.

제작진은 잘못 번역을 했다며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프로그램에서 오역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교육방송 EBS의 한 프로그램은 ‘과체중’이라는 의미의 단어를 ‘부재중’으로 표기하는 등, 한 달 동안 무려 일곱 건이나 번역 관련 오류를 저질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주의'를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오역이 계속되는 데는 제작진 개인의 잘못을 넘어 언론사의 구조적 책임도 크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서옥식(전 언론중재위 중재위원) : "‘오역’ 관련서 저자 오역을 했을 때, 스스로 고쳐주는. 소위 언론 용어로 게이트키핑이라고 할까 이런 기능이 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오역이 막 나갑니다. 오역이라는 게 얼마나 피해가 크냐면, 이게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거거든요."

정보화 시대에서 잘못된 번역은 한 언론사의 실수로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오역은 사실을 왜곡해 전달하고,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인터뷰>곽중철(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 "언론이 오역을 하면, 그건 충격이 사회 전반, 국가 전반에 미치는 거니까 그건 아주 잘못된 거죠. 그러니까 그런 오역이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사에서 철저히 검증을 하고 확인을 하고 내보내야 됩니다."

정확한 번역은 사실 보도를 원칙으로 하는 언론의 기본입니다.

외국어를 정확히 전하는 것은 물론, 그 의미까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더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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