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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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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7-18 19:44 조회5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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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런던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브렉시트 직후라 더 기대가 컸다. 1981년 여름, 파리 유학 도중 난생 처음 런던으로 가 하숙하면서 영국영어를 공부했던 시절도 있다. 83년 여름 귀국해 84년 서울올림픽 통역사가 되어 985년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런던 버킹엄 궁으로 당시 국제승마연맹 회장 필립 공을 예방했을 때 수행통역했었다. 1989년 11월 말 노태우 대통령의 유럽순방 시 다시 버킹엄 궁으로 여왕 예방을 수행하고,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대처 총리와의 오찬 통역을 한 후 약 27년 만의 런던 방문이었다.

런던 여행 가이드를 있는데로 사서 읽고, 인터넷 검색도 했는데, 30년 전에는 한국어 안내책자도, 인터넷도 없었다. 이번 여행으로 왜 영국이 EU를 떠났는지 유추해볼 수 있었다면 건방진 결론일까? 30년 전에도 히드로 공항에서부터 파리와는 다른 외국인 배척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달아버린 영국 영어의 발음이 더욱 주눅이 들게했고, 외국인들한테는 더 심한 런던 액선트로 얘기하는 것처럼 느꼈다. 당시나 이번이나  체재기간 내내 여전한 인종차별 분위기를 느꼈다면 내가 과민한 탓일까? 식당의 자리배정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을 이번에도 지울 수 없었다.

런던은 가볼만한 도시임에 틀림없었다. 유구한 역사를 배경으로, 볼 것도 배울 것도 너무 많았다. 매력적인 도시였다. 첫 느낌은 정말 인종 전시장같이 다양한 국적과 출신의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그 중의 한 인종이었는데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톨레랑스가 영국에는 파리나 프랑스보다 약한 것이다. 파리보다는 식민지였던 인도계 인종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1981년아일랜드 출신들이 사는 하숙집 근처의 동네 수영장에 갔더니 입장할 때부터 이상한 눈초리들을 느꼈고,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들어가니 수영하던 동네 사람들이 모두 물에서 나가버리는 바람에 오래 있지 못하고 하숙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나 지금이나 영국 음식은 그 국민만큼이나 입에 맞지 않아 중국집을 찾아갔고...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가끔씩 낯선 복장의 외국인들을 많이 보게되면 기분이 이상한데 영국은 지난 세월동안 참다 참다 최근 폴란드 등에서 몰려드는 난민 사태 등을 견디지 못해 드디어 문을 걸어 잠근 것이 브렉시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물론 과거 대영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길이 없는 영국인들의 열등감도 큰 몫을 했으리라.

글로벌 화로 우리나라도 외국인의 유입을 막을 수 없고, 출생률 저하로 외국인 노동력의 수요가 급증할 것에도 대비해야하니 또 하나 큰 도전과제를 잘 풀어가야하지만 웬지 두렵고 씁쓸한 마음이 남는 여행이었다.               



 

 
 
 

곽중철 (2016-08-01 17:51:09) 
 
짧은 런던여행 동안 영국영어를 유심히 듣고 살펴보았다. 영국영어는 분명히 너무 오래 써서 닳고 닳은 언어였다. 미국영어는 아직 덜 닳은 말이고...
Care라는 짧은 단어도 우리는 '케어'라고 하지만 영국에서는 케--라고 발음한다. '어'라는 뒤 발음이 닳아 없어진 것이다.
우리 지하철에서 "이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으니 조심하라"는 안내가 나오는데 런던에서는 "Minds the gap"이라고 했다. mind라는 동사 뒤에 붙은 s는 영어의 자음접변 현상인지 영어학자한테 물어봐야겠다. 눈과 귀를 자극했던 단어를 나열하면;
alight: 하차
clamp: 주차단속
decadent eating: 탐식(먹방), gourmandise, gluttony
 peak rush hour traffic
 chantenay carrot
 dauphinoise patatoe
 cheese fittata
 peppercorn cream
 seared fillet of be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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