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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설이 좋으려면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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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8-12 11:58 조회6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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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돋보기] 대통령 연설이 좋으려면

 어수웅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입력 : 2016.08.11 08:27

서른도 안 되어 미국 대통령 취임 연설문을 쓴 존 파브로(34) 이야기는 꽤 알려져 있다. 7년간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을 쓴 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로 스카우트된 사나이. 파브로 후임인 코디 키넌(34)도 유명하다. 화려하면서도 감동적인 문장 못지않게, 대통령 비서실장과 같은 연봉(17만2200달러·약 1억8000만원)으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번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자의 관심을 끈 연설은 오바마의 것이 아니었다. 소박하고 수수한데도 묘하게 마음을 잡아끌던 대통령 아내의 연설이었다. 미셸의 연설문은 자신이 겪은 공포와 충격으로 시작한다. 일곱 살, 열두 살 두 딸을 총으로 무장한 경호원들의 방탄차에 태워 학교에 보내야 했던 백악관 첫날의 참담함 말이다. 대통령의 딸이기에 더욱 안심할 수 없는 나라. 미셸 연설의 목적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힐러리 지지였다. 총기 보유와 사건 사고가 일상화된 나라에서, 미셸은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후보로 '엄마 힐러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미국 민주당의 전당대회 첫날인 2016년 7월 25일(현지 시각)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힐러리 클린턴을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연설문을 쓴 스피치 라이터(speech writer)가 궁금했다. 외신을 찾아보니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새라 허위츠(38)의 작품. 흥미로운 사실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허위츠가 원래 힐러리의 연설문을 썼다는 것. 8년 전 민주당 경선 때니까, 말하자면 남편의 적(敵)이었다. 힐러리의 패배 뒤 오바마 캠프는 허위츠를 스카우트했다. 자신을 공격하는 글을 쓰는 사람을 받아들인 배포도 두둑했지만, 더 인상적인 대목은 일하는 방식. 신뢰받기 어려울 거라 걱정하던 허위츠에게 미셸은 먼저 다가갔고, 당시 서른 살이던 '풋내기 작가'와 90분을 독대하며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허위츠가 이후 미셸의 복심(腹心)이 됐음은 물론이다. 미셸 여사는 중요한 연설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일화를 먼저 꺼내놓았고, '언제나 화가 난 것 같은 엘리트주의자'로 요약되던 미셸은 '부드럽고도 소탈한 영부인'이 됐다.

이 분야 필독서 중에 국내에도 번역된 '프레지던트 메시지'가 있다. 저자인 마사 쿠마 미국 토슨대 교수는 '많은 미국 대통령에게 연설은 최우선 순위였다'고 썼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백악관 취재기이기도 한 이 책은 "레이건 정권 내내 연설 담당 비서관은 어떤 정보든지 얻을 수 있었고, 백악관에서 그들의 신분과 지위를 인정받는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었다"고 증언한다.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의 사임과 후임 최진웅 비서관의 승진 이후 이제 한 달. 청와대 홈페이지에 모아 놓은 대통령의 최근 연설을 읽었다. 부디 박근혜 대통령이 담당 참모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파란만장(波瀾萬丈)이라는 거대한 명사로도 전달하기 부족한 삶 아니었던가. 대통령의 모든 연설이 그래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박 대통령만의 경험과 일화가 좀 더 자주 등장하기를 희망한다. 주지하다시피, 연설의 성패는 계몽이 아니라 공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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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곽중철 (2016-08-12 12:08:02) 
 
존 파브로(34) 와 코디 키넌(34)의 얘기를 나는 이미 지난 학기 초부터 강의에서 소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천재들이 대통령 연설을 써야한다고.
위 기자는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과 후임 최진웅 비서관을 언급했는데 나는 그들을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지금까지의 대통령 연설의 수준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연설비서관이라면 문고리 권력 3인방을 제치고 대통령을 직접 만나 연설의 방향과 내용을 정해야한다. 내가 청와대에 근무하던 6공 시절, 이수정 공보수석은 경내를 산책하던 대통령에 다가가 연설 초안을 보여주며 의견을 묻던 사진까지 남아있다. 그렇게하자고 대통령이 비서관을 불러야하는데 현 대통령은 그렇지 못하다. '말'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유능한 비서관의 수준높은 연설초안을 소화할 능력이 없기때문이라는 심증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란 곧 말인 것을... 
 
 
 

곽중철 (2016-08-16 13:39:07) 
 
DJ·노무현과 ‘너무 다른’ 박근혜의 광복절 연설문
 한겨레신문 등록 :2016-08-16
 [김의겸의 우충좌돌] 김대중·노무현 정부 연설문 작성한 강원국 전 비서관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를 들었을 텐데 느낌이 어땠나?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그냥 써준 대로 읽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불행이다. 말을 들어보면 생각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말 재주, 글 재주가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생각도 있어야 되고 표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글과 말로 표현 못하는 경우는 생각이 정리가 안 돼있다는 거다. 정리가 안 돼있는 생각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무회의 자리 같은 데서 원고 없이 말씀하시는 것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통역기가 필요하다고들 하지 않나. 평시는 몰라도 위기가 닥치면 위험해진다. 평소에 생각이 정리돼 있지 않은 지도자는 남에게 의존하게 되고 다급하면 허둥댈 수밖에 없다.” 
 
 
 

곽중철 (2016-09-02 16:57:48) 
 
[횡설수설/이진]정치 언어의 품격 이진 논설위원 입력 2016-09-02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서양 정치의 발상지다. 아테네 시민은 이곳에 모여 연설을 듣고 토론을 하며 민주주의를 꽃피웠다. 정치뿐 아니라 재판과 철학 등도 대화로 했다. 웅변가는 물론이고 연설문 작가들이 큰 인기를 누렸다. 기원전 4세기의 유명 정치가인 데모스테네스는 ‘모든 웅변가 중 군계일학’이라는 상찬을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아테네가 마케도니아에 패한 뒤 망명길에 올라 “만약 정치와 죽음 중 무엇을 택하겠는가 묻는다면 죽음을 택하겠다”며 ‘말’로 성공했던 정치 인생을 후회했다.
▷라디오와 TV가 별로 없던 시절 한국 정치에서도 웅변은 정치인의 주요 자질이었다. 청년 정치인 김대중(DJ)은 ‘동양웅변전문학원’을 직접 운영했다. 목포상업학교 때부터 웅변이라면 자신 있었던 DJ는 이 시기에 소리의 높낮이, 제스처, 원고 내용을 갈고닦았다. ‘리틀 DJ’로 불렸던 김상현도 이 학원에서 DJ를 처음 만났다. 김상현은 웅변 실력으로 야간 고교 중퇴의 학력을 극복하고 국회에 입성했다.
▷서울대 2학년 때 웅변대회 2등을 차지했던 김영삼(YS)은 ‘위대한’을 ‘이대한’으로, ‘경제’를 ‘갱제’로 발음해 많은 청중의 실소(失笑)를 자아냈다. 하지만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직설적인 한마디로 국민의 민주화 열망에 불을 질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6년 일본을 방문해 당시 최대현안이던 독도문제를 질문 받았다. 그는 “전혀 어려울 것도 복잡할 것도 없다. 독도는 한국 땅이니 일본이 그걸 인정하면 된다”고 답해 질문한 일본 기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윤태영 씨가 ‘대통령의 말하기’를 펴냈다. 노 전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고은 시인은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지탄한 바 있다. 요즘 정치는 웅변보다는 토론이 중요하고 말 못지않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치에서는 말의 진실성이나 무게감은 커녕 품격조차 찾기 힘들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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