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영어를 잘한다고 컴퓨터를 모르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H.Q.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1-10-23 00:00 조회2,337회 댓글0건

본문

영어를 잘한다고 컴퓨터를 모르면 컴퓨터를 알고 영어를 모른 사람과 같을지도...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마음대로 얻을 수있을까. 오택섭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대답은 비관적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가 26~27일 주최하는 ‘사이버 스페이스와 언어’ 심포지엄에서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지식격차’를 발표하는 오 교수는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대다수 사람들은 인터넷 정보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언어격차가 지식 보급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인터넷이 정보의 보고라 해도 영어를 모르면 무용지물이란 얘기다.

오 교수가 작년 4월 국내 인터넷 이용자 805명을 대상으로 활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용자의 73.3%가 주로 한국어 사이트만 방문하거나 100% 한국어 사이트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번에 한번꼴로 영어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한국어와 영어 사이트를 똑같이 이용한다고 답한 이는 각각 11%와 15.7%였다. 영어 해독 능력이 없으니 접속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 숙련도에 따라 상·중·하 세 그룹으로 나눠서 분석한 결과, 영어 숙련도가 높은 집단중 54%는 최소한 두번에 한번꼴로 영어 사이트를 방문한 반면, 영어 숙련도가 낮은 집단은 6.6%에 불과했다.

문제는 한국어 사이트와 영어 사이트를 통해 얻을 수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는 것. 야후와 라이코스의 한국어 검색엔진과 영어 검색엔진을 통해 ‘게놈’ ‘엘 니뇨’ ‘밀레니엄 벅’ ‘등소평’ 등 단어 6개를 검색했더니, 영어 검색엔진이 한국어 검색엔진보다 보통 10배에서 많게는 2만4000배나 많은 웹페이지를 찾아냈다. 정보의 질적 차이는 더욱 심각했다. ‘게놈’을 검색한 한국어 사이트는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쓰던 내용을 단순히 베낀 것에 불과한 반면, 영어 사이트는 게놈 연구가 미래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광범위한 자료와 함께 심층 분석한 정보를 제공했다.

고려대 학생 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검색대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탑의 이름은 무엇인가” 등의 단답형 문제와 ‘온라인 섹스 중독과 그의 치료’ 등 서술형 문제에 대해 영어 숙련도가 높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2배이상 많이 영어 사이트를 방문했고, 훨씬 명쾌하고 간결한 서술형 답안을 작성했다.

오 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인터넷 보급을 위해 하드웨어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며 “영어 교육을 통해 인터넷 접근 기회를 높이는 데는 어차피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을 위한 번역 소프트웨어 개발에 눈을 돌려야한다”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kichul@chosun.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