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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영어 통역사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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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7-11-30 10:57 조회2,143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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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영어 통역사의 경우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곽중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를 방문해서 한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그리 놀랍지 않지만 해당 말을 통역한 통역사도 각광을 받은 것은 드문 일이었다.

이날 송 장관의 말을 미군과 외신 기자들에게 통역을 해야 했던 담당 통역사는 송 장관이 미니스커트 발언을 한 직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혹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언론은 그 순간을 클로즈업해 통역사를 풀 샷 사진으로, 또 동영상으로 반복해 보여주며 그가 영어로 해당 발언을 통역한 뒤 고개를 숙이며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다는 해석까지 덧붙였다. 그는 미국 유학 도중 귀국해 통역장교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젊은이일 텐데, 통역사가 고위인사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일 지도 모른다. 

사실 여성의 치마와 남자의 연설은 짧을수록 좋다는 유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외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쉬운 표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88올림픽 시대부터 각종 오찬이나 만찬 행사에서 단골로 쓰이던 구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양성평등의 시대에, 성희롱이 철저히 감시 받고 있는 21세기에 국방장관이 눈치 없이, 그것도 판문점에서 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미국의 성 평등 문화에 익숙해 귀국한 젊은이가 상관의 입에서 나온 말을 뒤에서 듣고 고민에 빠질만했다. 그 유머는 구시대의 유물이었으므로

 

또 한 명의 영어통역사는 같은 27일 방송된 미국 NBC 간판 토크쇼 '엘런 디제너러스 쇼'(엘런 쇼)의 진행자 엘런 디제너러스(59)가 한국의 7인조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과 벌인 토크쇼를 엘런 바로 옆에 앉아 통역한 좀 더 나이든 남성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영어 실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멤버 모두 순수 '토종'이지만, 현지에서 영어로 인터뷰할 때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원어민 못지않게(?) 영어가 유창한 RM은 한국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단다. 방탄소년단 팬 카페와 인터넷 커뮤니티엔 "RM의 영어 공부법 좀 알려 달라"는 문의 글이 올라온단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멤버들의 영어가 유창하거나 진정 원어민 수준이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자신감과 열정이 서툰 영어 실력을 덮어주고도 남는다. 해외 팬들은 그들의 젊음과 그들의 노래와 춤을 좋아하기에 영어 실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정확한 단어 한마디라도 금방 눈치채고 열광할 뿐이다. 한국 학부모들은 자식들의 앞날이 이처럼 영어가 아닌 각자 재능을 살리는데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녀교육에 참고해야 한다. 팬들은 RM의 영어 공부법보다는 서툰 영어에도 온 세상을 열광시키는 비결이 무엇일까를 직시해야 한다.

 

이번 엘런 쇼의 통역사는 몇 년 전 국내 통역대학원을 졸업한 미국국적의 전문가였다. 그는 그 유명한 엘런의 좌측에 앉아 통역했지만 우리 국방장관의 통역사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통역이라는 직업은 그게 정상이고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도 방탄소년단이 통역이라는 어려운 임무를 RM에게 덤으로 맡기지 말고 음지에서 일하는 전문통역사를 사용하기를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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