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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 기계 번역대결 행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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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8-01-15 16:57 조회5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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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 기계 번역대결 행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017 2, 우연히 신문을 보니 인간 대 기계 번역대결 행사가 벌어진다고 했다. 모 사설 통번역협회에서 2 21일 어느 사설 사이버대학에서 행사를 연다고 해 평소 알고 있던 그 협회에 문의했더니 나보고 심사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생각해보겠다고 전화를 끊은 후 고민에 빠졌다. 동료교수들한테 자문을 구하면 괜히 구설수에 오르지 말라고 만류할 것이고, 그래서 심사를 안 하겠다고 하면 통번역이 전공이 아닌 주최자들이 행사 후 어떤 결론을 내릴 지 모르는 일. 알파고의 충격 이후 번역도 벌써 기계가 인간을 이기고 있다는 어설픈 결론이 보도된다면 전문 번역사들의 입지가 더 흔들릴 것이 뻔했다. 그렇게 놔들 수는 없었다. 주최 측에 전화해 내가 심사위원장을 맡되 출제와 인간 번역사 선정에 개입하게 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그러라고 해서 행사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나의 신념은 광풍처럼 몰아치는 AI 번역의 발전이 전문 번역사가 보기에는 애들 장난에 불과하고 기계번역은 외국어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을 목표로 성장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 진실을 뚜렷이 보여주기 위해 출제와 인간 번역사 선정에 착수했다. 문제는 일반(정치 경제), 문학, 기술 분야의 4개 부문으로 나누고 이에 맞는 전문 번역사 4명을 내가 회장으로 있던 한국통번역사협회(KATI)에서 선발했다. 번역사들은 나의 취지에 공감해 교통비 정도만 받고 참가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1일 오후에 시작된 시합은 인간 번역사들의 압도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당연한 결과였고, 기계의 우세는 번역에 소요된 시간뿐이었다. 주최 측과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결과를 발표할 때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럴 것이 알파고 이후 처음으로 한국 사회에 바둑과는 달리 번역은 아직 결코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선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대결에 참가한 3개 기계번역 회사들의 순위는 비밀에 붙였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번역 기계 중 누가 2등이냐를 놓고 싸움이 벌어졌다. 나는 23일 학술대회 발표 차 홍콩으로 출국했기 때문에 언론의 확인 취재 경쟁을 피할 수 있었다. 번역 회사들의 거친 항의를 받은 주최 측은 대결 결과를 아는 사람은 심사위원장 뿐인데 해외에 있어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둘러댔단다. 

 

행사 후 1년이 가까워오는 지금까지 나의 심사 결과는 옳은 것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내의 기계번역 개발 책임자들도 사적으로 만나면 현 시점에서 기계번역은 전문 번역사들 수준이 목표가 아니라 아마추어 일반대중의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나마 그런 수준에 달하는 데도 8년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고백한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구글의 번역 총괄 연구원 마이크 슈스터도 최근까지 "AI가 인간 번역가 대체하기는 힘들다. 번역기가 번역사를 대체하는 날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 마음까지 읽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그는 이어서 언어는 단순히 도구가 아닌 소통을 완성시키는 그 이상의 것이다. 가령 AI가 인간을 상대로 체스나 바둑에서 이길 수는 있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이 대국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을 AI는 습득하기 어렵다. 인간은 언어를 학습하면 언어 이상의 것을 배우고, 서로 무언가를 나눈다. 언어는 도구 이상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언어가 상징하는 문화를 소화한다. AI 번역은 완벽해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덧붙인다.

 

내가 21일 행사의 심사위원장을 맡지 않고 문외한들에게 미뤘다면 국내에서 어떤 혼란이 빚어졌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물론 기계번역의 발전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지만 번역회사들의 과대 선전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동안 전문 번역사들은 번역기계의 장점을 흡수해 상생하는 길을 찾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분야가 그러했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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