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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평창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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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철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8-01-25 16:55 조회5,572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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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동계올림픽…!  막판의 좌절

 

2010 11월 중국 광저우 16회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2014 17회 대회는 인천에서 열리게 되었다. 나는 인천 조직위에서 근무하는 제자에게 내가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달라고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대회를 2주일 앞둔 2014 9월 초 조직위의 미디어담당관으로부터 전화가 와 메인프레스센터(MPC)의 기자회견 동시통역을 맡아달라는 반가운 의뢰를 받았다. 예산부족으로 충분한 대가는 보장되지 않았지만 나는 3명의 제자를 이끌고 2주일 동안 기자회견 통역을 했다. 영어만 통역하면 되는 소규모 임무였기에 어렵지는 않아 아무 문제없이 끝내고 조직위로부터 감사장까지 받았다.

이제 다음 행사는 2018 2월의 평창동계올림픽. 20031월에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자문위원까지 지내 조직위에도 아는 사람이 많았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기회를 기다렸다. 하지만 2014년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경질되자 누구와 접촉해야 할 지 난감해졌다. 적자대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숙소 난 등의 보도가 이어지자 연락을 계속하기도 뻘쭘했다. 2016년부터 다시 조직위의 새 간부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조직위에 근무 중인 후배와 제자들로부터 동향을 얻어듣기도 했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위원장 등이 또 경질되고 난 후 담당국장을 어렵게 만나 흑자대회에 기여하려면 통역료도 줄여야 한다. 대회 언어를 영어로 하고 내가 내국인 통역사들 위주로 팀을 꾸려 대처하면 예산을 몇 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구체적 숫자까지 들어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IOC의 권유대로 외국인 수석통역사를 고용해 약 50명의 외국인 통역사 위주로 통역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힘이 빠졌다. 국내의 각종 스포츠 행사를 다 통역하고 동계올림픽으로 화룡점정 하겠다는 나의 야무진 꿈이 허무하게 깨지기 시작했다.

이후 촛불집회에 따른 대통령 탄핵과 새 대통령 선출 등의 와중에서 조직위와의 접촉이 뜸했는데 나와 얘기하던 실무진까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2018 년 초 다시 알아보니 “IOC 측 통역사들과 최근까지 보강된 조직위 자체 통역사들로 해결하고 외부 통역사 초빙은 없다는 최후 통첩이 왔다. 나의 경력과 능력을 아는 선후배들이 모두 안타까워하고, 세상 일이 다 그런 것이라고 자위했지만 실망감으로 밤잠을 설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끝으로 IOC 수석통역사와 만나볼까 생각도 했지만 선비는 아무리 추워도 곁 불을 쬐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 그만 두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정년을 코앞에 둔 나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것. 이제 남은 바람은 북한이 참여하는 평창대회가 나 없이도 대성공을 거두어 위대한 유산을 남겨주는 것뿐이다. 40년이 가깝도록 국내 스포츠 대회 통역을 섭렵하려던 나의 희망은 개인적 욕심일 뿐이었음을 인정하려 지금도 애쓰고 있다.

 

댓글목록

스파클링님의 댓글

스파클링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한국도 종신재직권 제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곽교수님은 여전히 날랜 호랑이인데 그놈의 정년 때문에... 마치 펄펄한 권투 선수의 글러브를 벗기며 "자 이제 링을 떠나게나..." 라고 말하는 느낌입니다. 교수님 은퇴후에 책 집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파클링님의 댓글

스파클링 이름으로 검색 댓글의 댓글 작성일

곽교수님만이 유일하게 홈페이지가 있기에 교수님과 소통할 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해요.
그것도 우리나라 통역의 역사 그자체이고 최초의 타이틀을 가진 분이고, 지금도 현역이셔서 더더욱이요. 할리우드 톱스타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 곽교수님이 은퇴한다니 말도 안 돼요... 역사가 끊긴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