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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청와대 근무 6개월 쯤 되던 어느 토요일 > 예나 다름없이 동료들과 함께 열병식에 나갔던 나는 > 전날 밤 과음 탓으로 약간 비틀댔는데 > 약 100미터 떨어진 단상에서 병력을 지휘하던 > 전두환 장군의 눈에 거슬려 > 열병식 후 사무실로 출두하라는 > 명령을 받았습니다. > <이제는 전방 부대로 전출될 지도 모른다>는 > 두려움 속에, 정보처 동료들의 우려 속에, > 출두 지시 시간 전 벼락치기로 머리를 > 더 짧게 깎고, 입에서 나는 술 냄새를 없애며 > 전 장군의 방으로 갔습니다. > > <충-성! 정보처 요원 곽중철 > 차장보님 명령 받고 왔습니다!> > > 전 장군은 소파에 앉아 > 열병식에 신었던 군화 끈을 풀면서 > 나를 쏘아 보며 <너는 군인이라며?> 하는 순간 > 방 밖이 떠들썩 했습니다. > > 그것은 5.16 혁명군의 일원으로 > 대령으로 예편해 경호실 정보처장이 된 강태춘 씨가 > 내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 > <아무리 현역 장성이라도 내 부하를 건드려?> > 라는 깡패같은 <의리의 보스 기질>이 발동한 겁니다. > > 비틀거린 나를 지목한 관리과 직원에게 > <니가 뭔데 내 부하를 지목했느냐? > 100 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어떻게 > 그것이 곽중철인줄 알았느냐? > 정보처를 어떻게 보느냐?>고 호통 친 후 > 전 장군 방으로 들어온 강 처장은 > 겁에 질려 서있는 나를 보고 짐짓 > <자네가 왜 여기 와있냐?>고 물었고 > 내가 짧게나마 자초지종을 고하니 > <당장 내려가서 시말서 써 나한테 갖고 와!> > 라며 나를 방에서 내보냈습니다. > 전 장군의 얼떨결 속에 깜쪽같이 나를 구출해낸 것입니다. > <라이언 일병>이 아닌, > <곽중철 중위 구하기> 작전이 성공한 > 순간이었습니다. > > 이 얘기는 그 후 몇 달 동안 > 경호원들 입에 회자되면서 > <깡상(강 처장의 별명)의 부하 사랑>이라는 > 신화가 되었습니다. > > 그러나 그로부터 약 1년 후 > 공교롭게도 강 처장이 당직 사령을 서던 1979년 10월 26일 밤 > 박정희가 시해되는 바람에 >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자 > 경호실에서 언제나 전두환을 견제했던 > 강 처장은 다른 자리를 못얻고 밀릴 수 밖에 없었다는 소문을 듣고 > 나는 미안한 맘이 들지 않을 수 없었지요. > > 내가 아직도 군 생활을 그리워하고, > 특히 <군사문화>, <조폭문화>에 거부감이 덜한 것은 > 이런 추억 때문인 지도 모릅니다. > > 곽중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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